고통을 돌려주는‘헬게이트’에서 살아남는 법…연극 ‘비명자들’

올댓아트 이민지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19.03.19 18:22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9.03.19 18:25

우리는 타인에 고통에 얼마나 공감할까? 세계 4대 성인 중 하나인 석가모니도,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삶을 고통으로 바라보며, 이로부터 해방되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고통에 대한 사유, 특히 타인이 느끼는 고통에 대해 무감각하게 살아가기 쉬운 사람들에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 있다. 바로 2018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으로 뽑힌 <비명자들 1>이다.

연극 <비명자들 1>의 공연 사진.|극단 고래, 옥상훈

전 세계적으로 고통 속에서 이성을 상실한 채 비명만을 질러대는 ‘비명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물리적인 폭력을 당하면 비명을 질러 반경 4km(일명 ‘헬게이트’)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돌려준다. 이들의 존재는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하는 좀비인 동시에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생명체로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져나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예외가 아니었던 한국 사회에서 첫 번째 비명자가 출몰한다. 폐쇄 위기를 직면한 고통 문제 연구소는 국가의 지원 아래 비명자들을 상대하기로 결정하고, 첫 번째 비명자와 대척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때 아프가니스탄 미군 캠프에서 무고한 희생자들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 이후, ‘무통증’에 시달리는 요한이 비명자를 처단하지만, 비명자들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간다.

연극 <비명자들 1>의 공연 모습. |극단 고래, 옥상훈

사회의 폭력과 소외된 자들의 고통에 대해 주목한 <비명자들> 3부작은 ‘비명’, ‘비명자들’을 통해 실체가 없는 고통을 형상화시킨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먼저 무대에 오른 <비명자들 2>은 ‘비명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비명자들 1>은 비명자의 탄생 배경, 유일하게 이들을 처단할 수 있는 ‘요한’이라는 인물의 전사와 고통 문제 연구소의 설립 배경을 펼쳐낸다.

전작 <비명자들 2>부터 호흡을 맞춰온 제작진들이 함께 하는 <비명자들 1>은 아프가니스탄 미군 캠프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들을 무대에 표현하고,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물들의 서사를 영화적 기법을 통해 펼쳐나간다. 박이표 안무가와 박석주 음악감독이 코러스의 움직임과 라이브 연주 음악을 통해 비명자들의 고통을 감각적이고 정교한 미장센으로 승화시킨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얼마나 무감각하게 살아왔는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 <비명자들 1>이 3월 2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비명자들 1>
2019.03.22 ~ 2019.03.31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R석 4만원 / S석 3만원 / A석 2만원
공연 시간 120분
만 13세 이상 관람 가능
출연
김성일, 김동완, 박윤정, 홍철희, 김수량, 최선화, 변신영, 이송이, 이요셉, 이사랑, 김혜진, 이은주, 문종철, 박현민, 임미나, 김지훈, 한상욱 등

<올댓아트 이민지 인턴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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