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평화·돈·사랑…당신 머릿속의 개념들을 암호화폐로 거래할 수 있다?

올댓아트 박송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19.06.11 10:28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9.06.11 10:31

■ 제25회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 (ISEA 2019·International Symposium on Electronic Art) |6월 22일~6월 2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미디어아트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대회이자 페스티벌인 ‘2019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2019·I nternational Symposium on Electronic Art)’가 오는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다. |아트센터나비

개인의 머릿속에 추상화된 개념을 뇌파 측정을 통해 3D 형태의 이미지로 구현하고, 구현된 이미지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블록체인에 등록해 암호화폐로 거래할 수 있다면? …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이후 미래사회의 예술의 형태는 지금의 상상력 너머에 있을 지도 모른다.

지난 6월 5일 ‘아트센터나비’ 타작마당에서는 오는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되는 <제 25회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 2019: 25th International Symposium on Electronic Art)>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날 쇼케이스에서는 ISEA2019 특별 전시에 소개될 개념주의 미디어 작가 모리스 베냐윤(Maurice Benayoun)과 토비아스 클라인(Tobias Klein), 니콜라스 멘도자(Nicolas Mendoza)의 신작 ‘가치의 가치(Value of Values)’가 시연됐다.

ISEA2019 특별전시 출품작인 ‘가치의 가치’에서는 관람객이 뉴로 헤드셋을 착용해 자유·평화·돈·사랑 등의 ‘가치’의 형태를 상상하면(왼쪽) 뇌파가 측정되면서 오른쪽과 같은 이미지가 형상화된다. |아트센터나비

‘가치의 가치’는 사랑, 우정, 권력 등 인간이 말하는 ‘가치에 대한 가치’를 보여주고자 하는 작품이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볼 수 있는 작품으로, 관람객이 뉴로 헤드셋을 착용해 자유·평화·돈·사랑 등의 ‘가치’의 형태를 상상하면 뇌파가 측정되면서 이미지가 형상화된다. 이 이미지에 각각의 번호를 붙여 블록체인에 작업으로 등록하고 나면, 관객은 자신의 뇌파로 만들어진 3D 형상의 ‘아이디어’ 소유권을 갖게 된다. 이는 블록체인에서 교환할 수 있으며, 향후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으로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이때 관객은 머릿속의 추상화된 개념을 이미지로 만들고 전시하는 작가이자 큐레이터이며 이를 수집·교환하는 콜렉터이자 딜러가 된다.

‘가치의 가치’는 새로운 예술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상상을 실제로 구현하려는 드러난 활동 없이 뇌활동 자체를 예술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개인이 인지하지 못한 메커니즘을 통해 머릿속의 개념이 이미지화됐을 때 그 이미지를 기계의 작업이 아닌 인간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의 개입이 제한적인 이 작품들의 예술적 가치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될 수 있을까. 머릿속의 가치가 이미지로 구현되는 과정은 이미지의 가치를 ‘가치의 가치’로 볼 수 있을 만큼 개연성이 있을까. 이러한 예술은 화폐가 될 수 있을까.

카렌 란셀과 헤르만 맷의 작품 <셰어드 센시스: 인티머시 데이터 심포니 Shared Senses: Intimacy Data Sympony)는 인간이 서로 포옹을 하거나 스킨십을 할 때의 감정을 측정한다. |아트센터나비

미래의 예술에 대한 제한 없는 상상력과 파생되는 질문들이 쏟아지는 미디어 아트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대회이자 페스티벌인 ISEA2019에는 60개국 1000여 명의 아티스트 및 전문가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크게 ‘영원: 유한의 무한성’ ‘화음: 소리의 조화’ ‘조명:인공지능과 인공감성의 계몽’ ‘반영: 명암, 그 사이’ 등 4가지의 소주제와 특별 주제인 ‘푸드 앤 테크’로 나눠지며 ‘가치의 가치’처럼 상상력을 자극하고 흥미를 끄는 작품들이 다수 출품됐다.

카렌 란셀과 헤르만 맷의 작품 ‘셰어드 센시스: 인티머시 데이터 심포니 Shared Senses: Intimacy Data Sympony’는 인간이 서로 포옹을 하거나 스킨십을 할 때의 감정을 측정한다. 인간의 감정을 데이터화하는 작품으로 관객의 참여가 가능하다. 루이-필립 롱도(Louis-Philippe Rondeau)의 ‘리미널(Liminal)’은 현재와 과거라는 추상적인 시간 개념을 프로젝션하는 빛의 놀이를 통해 그 개념과 경계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사진 공정 방법 중 하나인 ‘슬릿-스캔(Slit-scan)’ 기법을 이용하여 공간 안에 시간을 기록한다. 사운드를 통해 공간감이 표현되는 반면, 시간은 프로젝션 빛을 통해 시각적인 형태로 기록된다. 관객은 물리적인 링 안을 통과하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시공간의 추상적 개념을 작품을 통해 공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루이-필립 롱도(Louis-Philippe Rondeau)의 <리미널(Liminal)>은 현재와 과거라는 추상적인 시간 개념을 프로젝션하는 빛의 놀이를 통해 그 개념과 경계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보여준다.|아트센터나비

심포지엄과 함께 진행되는 ACT 페스티벌 2019 <해킹푸드>는 ‘푸드&테크놀로지’를 주제로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음식을 탐구한다. 음식 또한 이미 테크놀로지가 깊숙이 개입하는 분야로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은 이미 실제 현실에서 다양한 시도로 진행 중에 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가 아닌 오직 융·복합 기술로만 만든 음식을 만들고, 세상의 모든 레시피를 분석한 AI(인공지능로봇)가 인간이 가장 좋아할 만한 새로운 소고기 요리법을 알려준다.

한국의 전민제 작가는 하나의 문화적 행위가 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속 음식 사진’에 주목했다. 작가는 SNS에 해시태그를 달아 음식 사진을 올리는 행위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데이터로 분석해 보여주는 작품을 준비했다. 또한 한국의 언해피서킷(Unhappy Circuit) 작가는 인간의 음식을 학습하는 AI를 선보인다. AI는 모든 레시피를 학습한 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실제 음식으로 조리하는 과정을 라이브 퍼포먼스로 보여주면 흥미를 자극한다.

심포지엄과 함께 진행되는 ACT 페스티벌 2019 <해킹푸드>는 ‘푸드&테크놀로지’를 주제로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음식을 탐구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미국의 풀 공(Paul Gong) 작가는 쉽게 제거되고 있는 인간의 맹장의 중요성을 말하며 이를 살리기 위한 식단을 제안하는 ‘막창자꼬리 인간’ 프로젝트를 펼친다. 타이완의 팅 통 창(Ting-Tong-Chang)은 광주 시민의 몸에서 채취한 종균으로 막걸리를 빚는 ‘인간막걸리’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ISEA는 문화, 예술, 과학, 기술을 주제로 학제적인 논의를 하는 토론의 장이자, 지역과 연계의 다양한 문화행사가 함께 열리는 국제적인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이다. 매년 세계 다른 도시에서 개최되는 행사로,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광주에서 최초로 열린다. 개막식은 6월 24일이며 오프닝 퍼포먼스로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음악공연과 드론을 이용한 ‘드렁큰 드론(Drunken Drone)’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 전시명: 제 25회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
전시기간: 2019년 6월 22일 ~ 6월 28일
전시장소: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올댓아트 박송이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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