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음악, 라포엠의 끝나지 않을 ‘SCENE’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0.12.23 17:31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0.12.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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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전작인 <팬텀싱어>, <팬텀싱어2>의 인기에 힘입어 <팬텀싱어3>는 첫 방송 3.8%의 시청률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전 우승 팀인 포르테 디 콰트로와 포레스텔라가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 ‘<팬텀싱어3>의 우승 팀과 멤버는 누가 될 것인가’는 이 업계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크로스오버’가 더 이상 장르와 장르의 결합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 국내 음악 시장에,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팬텀싱어3>의 우승 팀이라면 안정적으로 안착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팬텀싱어3] 정민성x박기훈x최성훈x유채훈의 ‘샤이닝’|Youtube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유명 오페라 가수부터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신예까지, 저마다 다른 매력을 뽐낸 참가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우승 팀은 테너 유채훈, 박기훈, 카운터테너 최성훈, 바리톤 정민성의 라포엠(La Poem)이었다.

심사위원이었던 김문정 음악감독으로부터 “서정성이 짙은 음악의 소화력이 탁월하다”라고 극찬 받은 라포엠의 멤버 네 사람은 사실 모두 성악을 전공했다. 그렇다면 원래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이들의 음악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을 텐데, 멤버인 테너 유채훈이 본선에서 부른 칸초네이탈리아어로 ‘노래’라는 뜻으로, 오페라 아리아가 아닌 민요나 가요를 뜻한다‘Il Mondo’ 영상 하나의 조회 수만 해도 320만 회다. 역대 <팬텀싱어> 시리즈 전체 영상 중 최고 조회 수로 여느 인기 대중가요 가수의 노래 영상과 비교해 보아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네 사람은 성악을 전공하며 익힌 탄탄한 음악적 기본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라포엠의 음악’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뜨거운 것은 당연지사다.

유채훈이 부르는 ‘Il Mondo’ (영화 <어바웃 타임> OST)|Youtube

지난 7월 3일 <팬텀싱어3> 우승 직후부터 지금도 쉴 틈 없이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는 라포엠은 12월 2일 첫 미니앨범 을 발매했다. 출발점으로서의 의미가 있는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눈부신 밤’을 비롯해 모두 8개의 곡이 담겼다. 트랙리스트 선곡부터 제목까지 멤버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뜻깊은 첫 미니앨범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라포엠을 만났다. 2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를 마치고 드는 생각은 “이렇게 예쁜 말로만 대화하는 사람들을 최근에 본 적이 있었나”

따뜻하고 상냥한 네 사람의 답변은 어느 것 하나 가식적인 것이 없었고, 그 솔직한 답변 속에서도 혹여 논란이 될까 걸러내야 했던 말 역시 단 하나도 없었다. 이하는 팀으로 만나 함께 성장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라포엠과의 일문일답.

라포엠 인터뷰 현장. 왼쪽부터 카운터테너 최성훈, 테너 박기훈, 바리톤 정민성, 테너 유채훈|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팬텀싱어3> 우승 후 벌써 5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팬텀싱어3>에 참가하기 전과 우승 후,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요? 주변의 반응이나 이런 것보다는 나 스스로 어떤 점이 가장 달라진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
정민성 : 저는 그동안 혼자 지내면서 모든 일을 편안하게 해 왔어요. 그런데 이제 제가 음악을 대충 하면 우리 라포엠의 음악이 그렇게 되는 거니까, 무엇이든지 대충 하려는 게 없어지고 라포엠 멤버로서의 책임감이 생겼어요.
박기훈 : 저도 솔리스트 활동을 해온 성악가였고 또 그런 성격이었는데 넷이 되다 보니 저도 더 책임감이 생기고요. 형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고 있어서 요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성훈 : 이전에는 그냥 제 인생이니까. 열심히 할 때도 있었지만 힘들 때는 그냥 “아, 몰라” 하고 내려놓은 상황들이 종종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구나 살면서 그런 시간들이 있고. 그런데 <팬텀싱어3> 후에 이 그룹이 만들어지고, 같이 있는 사람이 있을 때는 저도 그에 따른 책임감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 책임감이 스스로 생기는 것보다는 사실 옆에서 도와주는 게 큰 것 같고요. ‘열심히 해야지’, ‘내가 힘들어도 이렇게 해야지’ 하고 제가 마음을 다잡기보다는 옆에 있는 동료들 덕분에 제 스스로가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유채훈 : 저는 뭐, 똑같아요. 같은 마음입니다(웃음). 저는 다 좋아요. 다 좋고. 멤버들도 좋고, 회사도 좋고, 이런 인터뷰가 있는 것도 좋고. 요즘 너무 행복하고. <팬텀싱어3> 갈라 콘서트 때도 이야기했지만 원래 조금 부정적이고 우울했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게 됐어요. 그전에는 미래를 생각 안 하고 막 살았거든요. 지금은 너무 좋아요.

요즘도 가끔 생각나면 <팬텀싱어3> 영상을 다시 보기도 하고 그러세요?
유채훈 : 저는 제 영상 진짜 많이 봐요.(웃음) 댓글도 열심히 보고, 진짜 제가 나온 건 다 봐요. 그리고 제가 나온 거 보면 (멤버들과) 같이 한 거기도 하고요.
박기훈 : 저도 어제 봤거든요. 잠자기 전에 한 번씩 생각나면 이렇게 영상으로 보는데 그럴 때마다 그때 생각들이 조금씩 나더라고요. 그때 우리가 이랬고, 이 시간엔 우리가 이 연습실에 가서 이런 연습을 했고, 이 아이디어는 또 이때 떠올랐었지, 이런 생각들이 들어요. 그러면서 추억도 되는 것 같습니다.

12월 2일이 미니앨범 음원 발매일입니다. 너무 기쁘실 것 같아요. 발매 소감을 간단히 말씀해 주신다면요?
최성훈 : 드디어 라포엠으로서의 앨범이 나오게 되어서 작업하는 동안에도 굉장히 설렜어요. 드디어 세상에 저희 음악이 나오는 것 같아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박기훈 : 저는 각종 음원사이트에 ‘라포엠’이란 이름으로 저희 노래가 나온다는 게 아직까지는 믿어지지가 않는 것 같아요. 녹음실에서 이렇게 헤드셋 끼고 불렀던 그런 노래들이 나오는 거니까 굉장히 떨리고 설레고,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정민성 : 저는 이렇게 함께 했다는 게 너무 즐겁고 행복하고요. 지금 이렇게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습니다.
유채훈 : 지금이 라포엠으로서의 저희가 제일 젊을 때잖아요. 첫 앨범의 의미도 있지만 라포엠으로 만나서 가장 젊을 때, 지금 이 나이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기록으로 남겼다는 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저희의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연령대가 다양하기 때문에 이 분들과 함께 세월을 같이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앨범을 기점으로 나중에 나올 앨범들, 정규가 될 수도 있고 2집이 될 수도 있는 이런 기록이 계속 음원으로 남을 때마다 저희의 목소리가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신기할 것 같고요.

[MV] 라포엠(LA POEM) - 눈부신 밤|Youtube

앨범 제목이 입니다. 제목을 직접 정하신 건지, 그리고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유채훈 : “라포엠의 색이 뭘까?”라는 고민을 해봤어요. 그런데 <팬텀싱어3> 경연 때 무대를 보니까 결승 무대 네 개만 봐도 스타일이 다 다르더라고요. 저희 목소리가 사실 각자 개성이 너무 강해서 비슷한 소리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이번에 작업한 곡들의 분위기가 다 다른 거예요.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하나의 곡마다 다 장면(SCENE)이 있는 것 같아서 “‘SCENE’으로 하자” 그렇게 제안을 했는데 멤버들이 흔쾌히 받아줬고, 멤버들과 같이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으로 정하게 됐습니다. 우리의 목소리에 서사가 있고, 사람들이 트랙을 넘기며 음악을 들었을 때 ‘이 작품, 이 영화, 그다음 영화는 뭘까’ 하면서 듣다가 쭉 펼쳐 놓고 보면 하나의 작품이 되는 느낌인 거죠.

테너 유채훈|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각각의 트랙을 연결하는 하나의 큰 주제나 콘셉트가 있다면?
유채훈 : 신곡이 4곡이고 커버 곡이 4곡인데, 곡들이 서정적이고 가사가 슬퍼요. 그런데 노래를 들었을 때 슬프다는 느낌이 안 들거든요. 벅차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하지만 선율은 대중적으로 쉽고요. 슬픔이 ‘슬픔’이 아니라 조금 더 긍정적인 메시지랄까,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슬픔에 공감하면서 밝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따뜻한 앨범인 것 같아요.
최성훈 : 그리고 저희가 <팬텀싱어3>를 통해 라포엠으로 서기까지의 과정, 그 안의 음악성도 포함하고 있어요. 저희 라포엠이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그런 방향성도 가미했고요. 크로스오버 팀으로서 어떤 식으로 조금 더 대중성을 더할 수 있을까, 멜로디 선율 작업과 같은 부분에서도 굉장히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앨범 작업을 할 때는 보통 여러 개의 곡을 받고 그중에서 앨범에 담을 곡을 선택하는 선곡 과정이 있는데요. 어떤 기준으로 곡을 선택하셨나요?
유채훈 : 정말 많은 곡들을 받고 들어보고 했는데,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는 ‘우리가 불렀을 때 가장 좋은 멜로디가 뭘까’가 기준이었어요. 직관적으로 확 다가올 수 있는 멜로디가 뭘까. 그다음에는 ‘가사가 좋은 곡’,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가’. 너무 어려우면 저희가 불러서 소화할 수도 없고, 그러면 그건 거짓말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불렀을 때 너무 안 힘든 곡’. 저희가 노래를 부르면서 작업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곡이었으면 좋겠다는 관점으로 골랐어요.
정민성 : 저는 선곡하는 과정에서 곡을 처음 들을 때 제 귀에 꽂혀야 좋은 곡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트랙리스트의 이 곡들은 전부 다 제 귀에 꽂혔던 곡들이에요.

바리톤 정민성|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수록곡 중에서 멤버분들이 각자 가장 좋아하는 곡이나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뭘까요?
유채훈 : 사실 많은 곡들이 다 좋은데, 저는 타이틀곡이 너무 좋아요. 제목부터 그냥 좋았어요, ‘눈부신 밤’. 밤이 어떻게 눈부셔? 되게 특이하잖아요.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슬프지만 멜로디는 밝고 긍정적인 부분들, 그런 반전미가 있어요. 저는 ‘눈부신 밤’의 가사가 다 좋아요.
박기훈 : 저도 타이틀곡 ‘눈부신 밤’ 너무 좋아요. 또 저희 노래 중에 ‘신월’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굉장히 웅장하고 비장한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민성 형이 첫 벌스(Verse)부르는 걸 듣고 꼭 사극 드라마의 남자 주연 배우 같다는 생각도 했거든요. 노래를 들어보시면 어떤 뜻인지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저희와 이 곡의 색이 맞았고 분위기도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최성훈 : 저도 애정을 쏟은 곡들이라서 모든 곡이 다 좋은데, 저희 곡 중에 ‘Dear My Dear’라는 곡이 있어요. 그 곡이 저희가 이제껏 노래했던 느낌과는 또 다른, 되게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인 것 같아서 그 곡이 제게 매력적으로 들린 것 같고요.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Amigos Para Siempre’라는 곡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인생에서 영원한 친구는 여름, 봄(계절) 과는 상관이 없다”. 그 가사가 저희 라포엠을 잘 표현할 수 있고 저희와 팬분들을 잘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구절인 것 같아요. 계절과는 상관없이 우리는 같이 있다. 저는 딱 그 한 줄이 생각이 나요.
정민성 : 저도 ‘Amigos Para Siempre’를 제일 좋아해요. 기훈이의 파워풀한 노래를 들을 수 있어요.

라포엠 앨범 재킷 프로필 사진, 왼쪽부터 카운터테너 최성훈, 테너 유채훈, 바리톤 정민성, 테너 박기훈|모스뮤직

이번 앨범 뮤직비디오 촬영이나 녹음 작업 때의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박기훈 : 저는 뮤직비디오 촬영 때가 제 인생에 있어서 제일 추웠던 날이었던 것 같아요. (촬영 시간이) 새벽이었는데, 하필 그 전날까지 날씨가 따뜻했다가 비가 딱 오고 나서 그날 새벽부터 엄청 추워졌거든요.
정민성 : 맞아요. (옷 안에) 핫팩 같은 거 다 붙이고 있었어요.
최성훈 : 저희 다 처음 해본 뮤직비디오 작업이어서 되게 재미있었어요. 이렇게 큰 분장 차량도 있었고. 다들 저희 엄청 많이 도와주시고, 저희 추울까 봐 옷도 계속 덮어주시고, 끝나면 막 달려와서 신경 써주시고 그랬는데 그런 손길들이 정말 너무 감사했어요.

[비하인드] 라포엠(LA POEM) - 눈부신 밤 M/V 촬영 비하인드|Youtube

앨범 녹음 때는 어떠셨어요?
정민성 : 저는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저희는 가사를 못씁니다.(웃음) 가사를 써보려고 저희가 노력을 해봤는데 저희 셋은 안될 것 같고요. 성훈 형은 본선까지 갔어요.
유채훈 : 성훈이가 재능이 많더라고요. 글도 잘 쓰고. 노래도 잘하지.
최성훈 : 그 글을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나중에 정말 저희 곡에 한번 담아보려고 해요. 조금 더 작업을 하고 정리를 해서요.
유채훈 : 저는 멤버들한테 이것저것 실험을 많이 했어요. “이렇게 해보세요”, “저렇게 해보세요” 해봤는데 그게 되니까 되게 신기했어요. 신기해서 계속 시켰죠. ‘이 친구는 이 창법이 안될 것 같은데’ 했는데 막상 녹음하면 듣도 보도 못한 톤이 막 나오니까 너무 좋고. 발견하는 재미? 뿌듯했죠. 제가 녹음할 때는 또 멤버들이 많이 도와주고 그랬어요.
최성훈 : 저희는 민성이도 저도 기훈이도 녹음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였거든요. 공연장에서 노래를 했던 경우가 더 많았고, <팬텀싱어3>를 통해서 마이크 사용하는 걸 많이 익혔지만 녹음실 같은 좁은 환경에서 어떻게 마이크를 쓰고 어떻게 이 환경에 적응을 하면 우리의 소리가 어떻게 나가는지, 이런 것들을 잘 모르니까 이 부분에 대해 녹음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녹음할 때마다 채훈 형하고 저희 앨범 프로듀서님께서 신경 써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카운터테너 최성훈|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녹음이라는 게 정말 쉬운 작업이 아닌 것 같아요.
유채훈 : 성악가들이 처음 리코딩할 때 되게 어려워하거든요. 마이크가 너무 가까이 있고 거기에 성량을 다 담지 못하니까요. 그렇다고 뒤로 가서 부를 수도 없고. 그런 게 조금 힘든 것도 있었는데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우리의 소리를 여기에 다 담을 수 있을까, 현장에서 들으면 더 좋은 사운드가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요. 사실 저도 지금도 감을 찾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박기훈 : 저는 녹음하다가 갑자기 소리가 너무 안 나왔던 적이 있어요. 그러다 녹음을 한 번 끊어갈 정도였는데 (녹음이) 너무 잘 안되니까 속상해서 혼자 밖에 나가 있었거든요. 그때 형들이 갑자기 다 뛰쳐나와서 “기훈아, 무조건 할 수 있다”, “원래대로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더 잘 될 거야”하고 옆에서 계속 이야기해 주셨어요. 어려운 상황들이 있었는데 형들이 진짜 저를 많이 챙겨주셔가지고 그래도 이렇게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진짜 감동받았어서 정말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멤버들이 아니었으면 못했을 것 같아요.

테너 박기훈|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말씀하신 대로 네 분 모두 성악을 전공하셨는데요. 평소에 노래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요?
유채훈 : 노래를 부를 때는 내가 이 노래를 왜 부르는지, 어떻게 표현할 건지, 그걸 생각해서 (소리를 통해) 전달해야 해요. 나 혼자 취해있으면 누가 알아요. 소리는 누구나 다 공부할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가사와 감정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소리 자체가 워낙 좋아서 (소리가 부각되고) 음악성이 묻히는 가수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너무 잘생긴 배우들이 연기도 잘하면 “외모 때문에 연기력이 묻힌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잖아요. 그런 경우도 있긴 한데, 저는 그냥 제 개인적으로는 가사와 감정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 감동을 주는 가수가 되고 싶은 거죠.
최성훈 : 채훈 형이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해요. 저희 다른 멤버들이 함께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하고요. “이 한 곡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뭘까”, “우리가 노래를 통해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까” 이런 의견을 채훈 형이 많이 내고, 저희도 함께 이야기하면서 노래를 선정하거나 부를 때 이 부분에 가장 많이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노래하는 저희의 마음가짐도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좋은 노래’, ‘정말 나쁜 노래’, 이런 건 없잖아요. 행복하게 노래할 때 정말 그 진심이 나와서 ‘노래’가 되고, 내가 그 노래에 뛰어들었을 때 듣는 사람들도 그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거니까요.
박기훈 : 저는 ‘진실되게 부르는 것’이요. 물론 제가 굉장히 슬픈 감정을 가지고 노래를 불렀는데 누구는 느낄 수 있고 누구는 못 느낄 수도 있죠. 그래도 기본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제 자신이 진실되게 부르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민성 : ‘메소드 연기’라는 게 있잖아요. 그것처럼 노래에 완전히 빠져들어서 노래를 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노래 속 화자 자체가 되려고 해요. 제가 직접 그 사람이 되어서, 제가 그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서 온전히 거기에 빠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네 분을 성악의 세계로 이끈, 성악을 시작한 계기가 된 ‘인생곡’도 있는지 궁금한데요.
박기훈 : 저는 제가 <팬텀싱어3>에서 불러서 그런 건 절대 아니고요. 제가 처음 레슨을 가서 성악을 배우고 인터넷에 성악을 검색해서 찾아보다가 들었던 첫 노래가 ‘Nessun Dorma’였거든요. ‘쓰리 테너’세계적인 테너 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를 함께 부르는 말가 로마 월드컵 때 불렀던 그 영상을 제일 먼저 접했어요.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그분들이 너무 멋지고 좋아서 집에서 혼자 따라 불렀던 기억이 있어요.

쓰리 테너(왼쪽부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Nessun Dorma’|Youtube

유채훈 : 다들 그렇겠지만 저는 성악 배울 때 제일 처음에 배웠던 게 ‘Caro mio ben’이라는 이태리 가곡이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음악 선생님이 본인이 직접 피아노 연주하신 걸 녹음하시고 가사를 한글로 적어주시면서 “한 번 해봐”라고 하셨는데, 그때 제가 밴드부하고 있어서 락, 가요, 헤비메탈 노래 이런 거 부르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Caro mio ben’을 록 버전으로 불렀는데 선생님이 너무 웃기다고 하셔서 그 곡을 2-3키 올려 가지고 예술고등학교 입시 시험 보러 가고 이랬었어요. 그 노래부터 시작됐죠. 그 노래가 화려한 곡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예쁜 곡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지금도 그 노래가 좋아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Caro mio ben’|Youtube

최성훈 : 저는 인생곡 몇 곡이 있는데 지금 생각나는 인생곡 중에 하나는 카치니의 ‘Ave Maria’예요. 어릴 때 TV CF나 방송에 많이 나와서 멜로디가 익숙한 곡이었어요. 성악 시작했을 때 이 곡을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 곡이 사실 굉장히 어려운 곡이거든요. 화려한 테크닉이 없어 보이지만 레가토음과 음 사이가 끊어지는 느낌이 없도록 부드럽게 이어 부르는 것도 길게 필요하고 그 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가지고 가야 하는 힘이나 컨트롤이 어려운 곡인데, 그러면서도 제가 성악을 계속하게끔 했던 곡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지금도 좋은 기회가 있으면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해보고 싶은 베스트 곡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요.

Vasary Andre - ‘Ave Maria’|Youtube

정민성 : 저는 ‘Una Furtiva Lagrima’가 제 인생곡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처음 테너의 꿈을 심어준 곡이 이 곡이에요. 제가 원래 테너였거든요. 제 목소리가 굉장히 미성이라서 처음 성악을 공부할 때는 테너였는데 변성기가 늦게 왔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목소리가) 점점 두꺼워지기 시작해서 테너의 꿈을 못 이루고 바리톤으로 음역대가 내려가게 됐어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Una furtiva lacrima’|Youtube

앨범 발매 후에 전국 투어 단독 콘서트도 계획하고 계세요?
유채훈 : 계획이 되어 있긴 한데 (‘코로나19’ 관련해서)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어 가지고… 어쨌든 건강이 제일 중요한 거니까요. 추이를 지켜보다가 조금 상황이 괜찮아질 때 늦지 않게 해야 될 것 같아요. 너무 안타까워요. 저희가 앨범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는 또 괜찮아졌었거든요. 단독 콘서트는 당연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빨리, 안전하게 팬분들께 공연을 선보일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지금도 계속 회의하고 있어요.

단독 콘서트에 게스트가 함께 하기도 하는데요. 꼭 콘서트 게스트가 아니더라도 음악 작업을 함께 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정민성 : 저는 아이유 선생님. 음악을 정말 천재적으로 잘 하시기 때문에 선생님이 꼭 나와주셨으면…
박기훈 : 저는 소향 선생님이요. 워낙 따뜻하기도 하시고 소리도 정말 파워풀한 분이셔서, 만약에 기회가 되어서 저희 라포엠과 함께 해주신다면 정말 강력한 에너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최성훈 : 저는 요즘에 그룹 이날치 영상을 제가 많이 보고 있거든요. ‘온스테이지’ 출연하신 영상도 봤고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하고 같이 작업하셔서 하나의 작품처럼 하셨던 공연도 본 적 있어요. 그분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에 제가 빠져들었거든요. 그걸 보는 동안 ‘저분들과 한 번 작업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작업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 한 곡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정말 하나를 영화 한 편, 뮤지컬 한 편, 오페라 한 편처럼 작품으로 보고 싶고 만들고 싶은 그런 생각이 있는데 (이날치 팀이) 그렇게 해주시는 모습을 보니까 저희도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혼자 했어요. 되게 신선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유채훈 : 저는 가호. 저희 이번 앨범에 가호 음악팀 케이브가 ‘신월’이라는 곡을 같이 만들어 줬어요. 함께 작업을 했는데 스타일이 너무 잘 맞는 것 같았고, 그 팀과 저희 멤버들이 합쳐졌을 때 재미있는 음악이 나올 것 같아서 꼭 한 번 무대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호피폴라. 밴드잖아요. 이전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했던 팀이고. 같은 소속사라 녹음실에서 자주 마주치거든요. 보면서 ‘이분들이랑 같이 작업하면 시너지가 장난 아니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분들께서 괜찮으시다면, 기회가 된다면 무대를 같이 해도 진짜 재밌을 것 같아요.

국내에서도 시기마다 음악제나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하고 해외에도 유명한 페스티벌들이 많습니다. 정말 큰, 세계적인 이벤트도 많고요. 라포엠이라는 팀 또는 멤버 개인으로서 꼭 서고 싶은 ‘꿈의 무대’가 있나요?
박기훈 : 저는 세계적인 행사, 월드컵, 올림픽, 이런 곳에서 저희 라포엠이 <팬텀싱어3> 결승전 첫 무대에서 불렀던 ‘Nelle tue mani’를 불러볼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정민성 :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88올림픽’처럼 한 번 더 하계 올림픽을 열게 된다면 저희 앨범 1번 트랙이기도 한 ‘Amigos Para Siempre’를, 198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도록 이 노래를 서울에서 저희 라포엠이 부르면 좋지 않을까요?
유채훈 : 저는 조용필 선생님의 콘서트를 한번… 제가 조용필 선생님의 엄청난 팬이거든요. 저희가 조용필 선생님 콘서트 하실 때 같이 노래를 한번 하면 어떨까. 나중에 저희가 더 유명해지고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조용필 선생님의 무대에 같이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해요.
최성훈 : 저는 지금 있는 무대는 아닌데 그냥 개인적인 욕심이, 제가 기획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원래 제가 성악가로서 꿈을 키우던 중에 오페라 무대 연출 공부도 같이 해보고 싶어서 그런 무대 일도 했었고, 다양한 것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단순히 어떤 노래를 하고 이런 게 아니고 연주부터 무대 세트, 무대 배경, 동선, 이 사람이 어떻게 드러날 수 있게 어떤 분위기로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연출적인 면, 객석의 동선이라든가 이런 것까지 전체적으로 관여해서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먼 미래에 언젠가는 제가 기획을할 수 있는 그런 장소와 여건들이 마련되면 멤버들에게 부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라포엠 인터뷰 현장. 왼쪽부터 카운터테너 최성훈, 테너 유채훈, 바리톤 정민성, 테너 박기훈|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한 번의 만남으로 라포엠 네 멤버의 모든 면면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팬텀싱어3> 우승 후 많은 무대에 오르고, 첫 앨범을 발매하고,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훨씬 많은 이들과 음악을 통해 소통할 수 있게 된 지금의 모든 순간들이 이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 그 감정이 음악에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라포엠의 마음속에는 마르지 않는 꿀단지가 있는 것 같았다.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슬프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이거 먹고 힘내”하며 꿀 한 수저 퍼서 나누어주는 네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게 조금씩 비워진 꿀단지는 라포엠의 음악이 있어 행복하다는 사람들의 응원으로 금세 다시 찬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함께 하는 모든 이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네 사람, 그 마음씨만큼 따뜻한 라포엠의 음악은 이 겨울의 차가운 공기마저 따스히 녹이고 있었다.

12월 중 라포엠의 인터뷰 영상이 공개됩니다.
영상에는 본 인터뷰의 내용과 더불어 글 기사에는 담지 못한 현장감 넘치는 유쾌한 이야기들이 담깁니다.
12월 중 공개될 라포엠의 인터뷰 영상과 라포엠의 첫 미니앨범 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라포엠 1st 미니앨범 트랙 리스트
Amigos Para Siempre
신월 (新月)
눈부신 밤
초우
Fantasy (with Violinist Danny Koo)
La Tempesta
Dear My Dear
O Holy Night (CD Only)

자료 | 모스뮤직, 네이버TV, Youtube, Pixabay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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