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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립극단 단장에 박정희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극단 단장·예술감독에 박정희씨(사진)를 임명했다고 18일 밝혔다. 박 신임 단장은 2001년부터 극단 풍경을 이끈 연출가다. 2008년 서울연극제 연출상 수상작 <첼로>를 비롯해 <하녀들> <이영녀> 등을 선보여왔다. 유인촌 장관은 “국립극단은 민간이 제작하기 어려운 실험적·예술적이며 대규모로 다양한 연극작품을 창·제작해 나갈 것”이라며 “신임 예술감독이 연극계 현장과 원활하게 소통해 남산으로 이전하는 국립극단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신임 단장의 임기는 2027년 4월17일까지 3년이다. -
한 걸음 뒤의 세상 外
한 걸음 뒤의 세상우치다 다쓰루, 사이토 고헤이 등 일본의 지식인들이 ‘후퇴’에 관해 쓴 글모음집이다. 쇠락하고 있는 일본 사회에 대해 진단한다. 저자들이 말하는 후퇴는 쇠퇴하는 현실에 적절하게 대응해 삶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연착륙이다. 박우현 옮김. 이숲. 1만8000원이규보 선생님 고려시대는 살 만했습니까<동국이상국집>의 저자 고려후기 문신 이규보는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 그가 자신의 처지와 생각을 풀어 놓은 시와 글을 통해 고려시대 생활상을 유쾌하게 전하는 책이다. 고려의 혼란을 온몸으로 겪어낸 지식인의 고뇌도 엿볼 수 있다. 강민경 지음. 푸른역사. 2만원보이지 않는‘사람이나 사물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을까?’라는 인류의 오랜 물음이자 과학적 난제를 중심으로 빛과 물질에 대한 탐구의 역사를 훑어보는 책이다. 스텔스 전투기, 전자기장을 활용한 자기 망토 등 ‘보이지 않음’의 원리가 들어있는 과학기술을 소개한다. 그레고리 ... -
미국판 문익점·듀폰·리먼 브러더스…문명 발달을 엮어낸 ‘직물’
패브릭버지니아 포스트렐 지음 | 이유림 옮김민음사 | 536쪽 | 2만2000원현대 문명의 토대가 된 산업혁명은 방적기의 개량에서 시작됐다. 섬유를 모으고 연결해 실의 형태로 뽑아내는 작업을 방적이라고 한다. 방적기가 없던 인류 대부분의 역사에선 실이란 대단히 만들기 어려운 것이었다. 리바이스 청바지 한 벌에는 약 10㎞의 실이 쓰인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실을 뽑고 엮을 수 있게 되면서 인류의 기술과 복지는 획기적으로 도약했다.미국 저널리스트 버지니아 포스트렐은 <패브릭>에서 직물을 통해 인류 문명을 이해하려 시도한다. 현대사회에서 직물은 빛이나 공기처럼 당연하게 존재하지만 인류 대부분의 역사에선 직물이 무척 귀했다. 인류가 직물을 얻으려는 노력이 문명의 혁신을 일으켰다. 포스트렐은 세계사의 가장 중요한 장면들에서 직물을 찾아낸다.직물은 세계 경제를 엮어 발전시킨 물질이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해체됐지만 한때 미국의 4... -
정치·젠더 이슈 ‘원활한 소통 기술’
어른의 대화 공부켄지 요시노 등 지음 | 황가한 옮김 위즈덤하우스 | 324쪽 | 1만8500원<어른의 대화 공부>에 나오는 한 상황을 한국적으로 옮겨보자. 대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을 만들어 성공한 30대 미혼 남성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30대 여성이 대화 중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가진 특권’을 언급하자, 남성은 “내가 성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한 줄 아느냐”며 발끈한다. 실제 남성은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숱한 좌절 끝에 현재의 위치에 이르렀다.동성애자이자 법학자인 켄지 요시노, 데이비드 글래스고는 “사람들이 당신의 특권을 언급할 때는 대개 당신의 인생이 탄탄대로였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당신이 삶의 특정 측면에서 특권을 가졌다는 뜻이다”라고 말한다. 위 대화의 남성은 군대에 다녀오고 대기업 문화에 좌절했고 스타트업을 하며 고초를 겪었지만, 성희롱에 노출되지 않았고 불법 촬영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 -
삐삐 머리 우주가 ‘꽃신 산행’에서 배운 건
우주와 빨간 꽃신윤세정, 김준표 글·그림리리 | 112쪽 | 2만원새 신을 신으면 날아갈 듯 몸이 가볍다. 콩콩 발을 구르기만 하면 어디든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로 시작하는 동요가 괜히 나왔을까.삐삐 머리가 귀여운 우주의 기분은 지금 최고다. 흥얼흥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풍자 할매 신발 가게에서 산 빨간 꽃신 덕분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꽃신은 우주의 눈을 사로잡았다. 엄마는 산에 오를 때 꽃신을 신으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우주가 꽃신에 마음을 빼앗긴 뒤였다. 신발 가게 할매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똑같은 신발을 신고 수없이 산길을 다녔어요. 때가 되면 산이 모든 것을 가르쳐줘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우주와 빨간 꽃신>은 우주와 빨간 꽃신의 신비한 모험을 다룬 그림책이다. “우우우주우우우야~” 산의 부름을 받고 엄마 아빠 몰래 산행을 시작한 우주. 그의 곁에는 씩씩한 1... -
“한국 사회는 개인주의자를 가만히 보지 못한다”
개인주의자는 철저하게 자기 본위의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살 때 힘들지만 행복하다. 그러나 한국사회에는 자기와 다른 기준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가만히 보지 못하는 획일주의에 물든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타적 개인주의자>(파람북) 중에서사회학자이자 작가인 정수복은 개인주의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기 전인 2007년에 개인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책을 썼다.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생각의나무)이라는 책에서 그는 “개인이 존중되지 않는 한 한국사회에서 집단의 논리 앞에 개인을 줄 세우는 오래된 문법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그로부터 14년 후, 정 작가는 <이타적 개인주의자>에서 다시 한번 개인주의에 대해 논한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다르다. “개인주의자는 전통과 관습을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않고 대세나 다른 사람의 생각에 쉽사리 동조하지 않는다.” “독자적으로 사유하는 생각의 주체”이자 “자기 자신과의 진실... -
가장 주변부에 있던 이들, 세계 미술무대 중심에 서다
세계 예술계의 중심에 세상의 가장 주변부에 위치한 이들이 섰다. 세계 최대 미술 축제이자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인공은 오랫동안 잊혀지고 소외되어 온 선주민, 이주민, 퀴어, 여성들이었다.베니스 비엔날레 역사상 첫 라틴아메리카 출신 예술감독인 아드리아누 페드로자가 전시 주제를 ‘어디든 외국인이 있다(Stranieri Ovunque-Foreigners Everywhere)’로 내세웠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지만, 17일 프리뷰에서 확인한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적어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만큼은 제1세계 백인들은 관람객의 위치로 완전히 밀려났다.■선주민, 퀴어, 이민자 예술의 중심에 서다비엔날레 전시장 중앙의 파빌리온 파사드 외벽을 화려하게 채운 브라질과 페루의 후니쿠인족 예술가 그룹인 ‘후니쿠인 예술가 운동(MAKHU)’의 벽화가 강렬한 인상으로 관람객을 맞이하며 본전시가 시작된다. 원색과 형광색을 과감히 사용하... -
후추처럼 기분 좋은 자극의 밴드···20년 맞은 밴드 ‘페퍼톤스’
2인조 밴드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의 공식 홈페이지 왼쪽 상단에는 작은 글씨로 ‘since 2003’이라고 적혀있다. 밴드를 결성한 해에 ‘우리가 몇 년을 갈까’ 생각하며 쓴 문구였다. 이듬해 데뷔해 이제 20년 차 가수가 됐다. 지난 17일 20주년 기념 앨범 <Twenty Plenty>를 발매한 이들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페퍼톤스는 10년 전 10주년 공연을 준비할 때 공연 앞에 ‘기념’이라는 단어를 붙일지 말지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고 한다. 성대하게 축하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10년 갖고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나왔다. 20주년을 앞두고는 분위기가 달랐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할 때 쓴 ‘since 2003’이라는 문구를 20년간 유지했다는 게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신재평은 “시간의 힘이 대단하다. 매년 할 수 있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꾸준히 하다 보니 20살 밴드가 됐다”고 했다.이번 앨범에는 총 20곡이 ... -
성윤석 시인, 이번엔 “안타까운 사랑”…7번째 시집 ‘사랑의 다른 말’ 출간
시집 <멍게>와 <2170년12월23일> 등으로 잘 알려진 성윤석 시인이 하재욱 작가와 공동으로 그림시집 <사랑의 다른 말>을 펴냈다.등단 후 오랜 기간 극장에서 묘지로, 묘지에서 시장으로, 시장에서 화학으로, 화학에서 미래로, 미래에서 책으로 그 시적 공간을 옮겨온 성 시인은 일곱 번째 시집으로 사랑을 들고 나왔다. 이번 시집에서 성 시인은 사랑이란 무엇인가? 라는 보편적인 인간의 질문에 전혀 다른 말을 찾아 독자에게 새로운 사랑의 언어를 제시한다.성윤석의 <사랑의 다른 말>은 독특한 화풍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하재욱 화가의 작품이 시와 잘 어울려져 개성적인 시집이 되었다. 성 시인은 “이 그림시집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품격이 있는 언어로 얘기하고 싶었다”며 “가는 길도 알고 어떤 지점도 찾아냈는데, 오늘도 내일도 완전히 갈 수 없는 곳이 바로 당신,이라는 곳. 아니겠는가. 그런 안타까운 사랑”을 담았다고 소개하고 ... -
‘공룡’이란 말도 없던 시대에 공룡 화석을 찾은 여자들
프랑스 파리의 국립 과학사 박물관에는 두 개의 역사적인 공룡 표본이 있다. 하나는 돌고래와 생김새가 유사한 익티오사우루스, 다른 하나는 백조처럼 긴 목과 바다거북 같은 발을 가진 플레시오사우루스의 표본이다. 이 표본의 발견자는 메리 애닝이라는 영국 여성이다.<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은 고생물학자 메리 애닝과 그의 친구이자 화석 수집가인 엘리자베스 필폿의 실화에 기반한 소설이다. 배경은 18~19세기다. 런던 사무 변호사의 딸로 태어난 엘리자베스는 부모가 사망하고 오빠마저 결혼해 집을 떠나자 다른 자매들과 함께 도싯 해안의 라임 리지스로 이사한다. 자연과학에 깊은 관심이 있던 그는 해안에서 화석이 발견되는 라임의 자연 환경에 매료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난한 노동자 계급의 딸이자 화석 찾기에 천부적 감각이 있는 소녀, 메리 애닝을 만난다.암모나이트나 성게 화석이 관광객용 기념품으로 팔리고, 화석 수집이 돈 있는 사람들의 지적인 취미이던 시대. 메리는 생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