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과 ‘구석’에서 빚고 그린 ‘거위의 꿈’···도자작가 이안욱 작품전

도재기 기자

개인전 ‘이안욱 펼친 도자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갤러리

장애인 예술가의 성장 속 사회 역할 되새기는 도자작품 선보여

이안욱의 도자 작품들. 사진 수류산방 이지응

이안욱의 도자 작품들. 사진 수류산방 이지응

장애인들의 예술활동은 쉽지 않다. 더욱이 한 작가로서 사회와 소통하며 작품세계나 존재가치를 드러내기는 더 힘들다. 교육과정이나 작품활동에 사회적·구조적 숱한 난관이 있는데다 여전한 편견이 큰 장애물이다.

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장 뒤뷔페(1901~1985)는 장애인 미술 등 이른바 비주류 미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무시되고 방치되던 장애인들의 그림과 조각 등 작품을 주목한 그는 ‘아트 브뤼트’란 용어를 만들었다. 가공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순수한 예술이란 의미다. 독특한 창의성, 예술적 영감 등을 찾아낸 것이다. 아트 브뤼트는 이후 미술제도권 밖 비주류 예술인 ‘아웃사이더 아트’로 개념이 확장됐다. 대중의 편협된 관점을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뉴욕, 파리 등에서는 ‘아웃사이더 아트페어’도 열리고 있다.

지적장애를 지닌 도예작가 이안욱(34)이 작품전을 열고 있다. ‘이안욱 펼친 도자전-바닥과 구석’이란 개인전으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센터의 이음갤러리에서 열린다. 이 작가가 ‘바닥’과 ‘구석’에서 온 몸과 마음을 다해 빚고 그린 특유의 온화한 색감, 순수미가 드러나는 인물형상, 간결한 선 등이 어우러진 도판(타일) 작품 등이다.

도예작가 이안욱의 도판 작품들. 사진 수류산방 이지응

도예작가 이안욱의 도판 작품들. 사진 수류산방 이지응

이번 전시는 2015년 첫 개인전 이래 그의 5회째 작품전이다. 그동안 벽화·조각 도판, 접시, 컵, 인물상, 도자 걸개 그림, 디지털 프린트 기법 활용 등 다양한 작품을 펼쳐보였다. 작품전을 통해 많은 관람객을 만나며 작품과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드러낸 것이다. 이 작가의 스승인 김대훈 도예가는 “안욱이가 이 세상과 소통했던 작은 몸짓들이다. 정성을 다해 그린 그의 떨리는 선 하나에서 나는 꾸미지 않은 어떤 마음을 느낀다. 누구나 느낄 수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 작가가 작품활동을 이어온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한국도예고 진학과 졸업, 여주대 도예과 입학과 중퇴 등의 교육과정 자체가 순조롭지 않았다. ‘전시 도우미’로 나선 이 작가의 아버지 이창기 시인은 전시 글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보이고 도움을 베풀고 용기를 준 몇몇 분들, 한국세라믹기술원 이천분원에서의 일할 기회, 예술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등도 힘이 됐다”고 밝혔다.

도예작가 이안욱. 이창기 제공

도예작가 이안욱. 이창기 제공

이번 작품전 부제인 ‘바닥과 구석’과 관련해 그는 “안욱이의 위치는 항상 ‘바닥’ 아니면 ‘구석’이었다”고 말했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그리거나, 구석에서 마치 뭔가 중요한 것을 발견한 사람처럼 애지중지하며 간직해 온 영화 전단지를 들여다보곤 했다. 그가 사회적 약자로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그가 애정을 갖고 그리는 작품의 등장 인물도 대부분 그들이 속한 사회의 구석으로 밀려난 사람들이었다.”

이 시인은 “막심 고리키가 이른바 밑바닥 인생들을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바닥’을 사유케 했다면, 안욱이의 ‘바닥’은 아직 구들의 온기가 남아 있는 따듯함과 평온함이 본질”이라며 “그 바닥에 지치고 힘든 이들이 편하게 다리를 뻗고 기대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요지경 같은 삶에도 흥미로운 ‘구석’, 믿을 만한 ‘구석’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안욱의 도판(타일) 작품. 사진 수류산방 이지응

이안욱의 도판(타일) 작품. 사진 수류산방 이지응

‘이안욱 펼친 도자전’ 포스터. 수류산방 제공

‘이안욱 펼친 도자전’ 포스터. 수류산방 제공

이 작가의 개인전은 ‘거위의 꿈’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작가로서의 성장과 활동과정은 장애인들이 사회적 구성원이자 예술가로서 당당하게 자리잡기 위해 사회와 대중들이 해야 할 역할을 곱씹게 만든다. 전시는 12월 4일까지, 12월 3~4일에는 작가와의 만남도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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