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여겨 볼만한 전시 2곳읽음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구민경 인턴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췄다. ‘잠시 멈춤’이면 좋겠는데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푹푹 찌는 무더위만큼이나 답답한 나날의 연속이다. ‘비대면’이 소통의 새로운 표준이 됐고 한계에 직면한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간다.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고 예술가들은 동시대인들의 고민을 대변한다. 코로나로 달라진 현실을 ‘고발’하고 인류의 각성을 촉구하는 전시를 소개한다.

■“모든 상황, 죄송합니다” 배달노동자들의 숨가쁜 일상

한노아 ‘2021년 보광동’ 류가헌 갤러리 제공

한노아 ‘2021년 보광동’ 류가헌 갤러리 제공

한노아 사진전 ‘오니고 On y Go’

전시의 제목 ‘오니고 On y Go’는 프랑스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은어다. 불어와 영어를 합해 만든 말로 ‘가자’라는 뜻이다.

작가 한노아는 ‘비대면 시대’를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배달노동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이들을 향해 ‘(앞으로) 가자’고 외친다. 그 역시 배달노동자다.

배달노동자로 일하면서 겪은 구조적인 문제를 앵글로 포착했다.

한노아 ‘2021년 종로  류가헌 갤러리 제공

한노아 ‘2021년 종로 류가헌 갤러리 제공

무거운 헬멧을 쓴 채 곡예운전을 하고 구슬땀을 흘리며 뛰어다녀도 배달은 늦어지기 일쑤다. 그저 배달통 뒤에 ‘모든 상황, 죄송합니다’라고 적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다. ‘앱’에서 요구하는 배달 시간을 맞추려면 교통법규를 어겨야 하고, 주차공간을 찾지 못해 아무 곳에나 오토바이를 세웠다가 시비가 붙기도 한다. 한노아가 바라본 ‘배달노동자의 하루’다.

거리의 인파를 가로지르는 배달노동자, 가로수 옆에 세워놓은 오토바이, 음식을 들고 문을 두드리는 모습 등을 담은 작품에서 배달노동의 고되고 열악한 현장과 배달노동자의 애환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전시다.

8월8일까지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린다.

■사라진 새·물고기·파란 하늘…‘신음하는 지구’ 고발

한성필 ‘남극의 적막 2 2014 크로모제닉 프린트(컬러 발색 사진) 75X150㎝ 서울대학교미술관 제공

한성필 ‘남극의 적막 2 2014 크로모제닉 프린트(컬러 발색 사진) 75X150㎝ 서울대학교미술관 제공

전시 ‘푸른 유리구슬 소리 : 인류세 시대를 애도하기’

새가 울지 않는 숲, 물고기가 사라진 강, 귀뚜라미 소리가 끊긴 가을과 미세먼지로 사라진 파란 하늘 등 조금씩 잃어가는 소중한 일상에 주목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환경오염’을 예술가들의 방식으로 표현한 ‘푸른 유리구슬 소리 : 인류세 시대를 애도하기’다.

전시의 이름인 ‘푸른 유리구슬’은 지구를 뜻한다. 신음하는 지구가 내는 간절하고도 다급한 소리에 응답한 작가들의 몸짓을 소개한다.

강주리의 작품 ‘카오스’를 보면 동굴 속 종유석과 같은 형태에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 개, 콧구멍이 세 개인 젖소 등 ‘돌연변이 생명체’가 엉켜 있다. 멈출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생태계를 암시하는 작품이다.

강주리 ‘카오스 2016-2021 종이에 펜, 잉크젯프린트 가변설치 서울대학교미술관 제공

강주리 ‘카오스 2016-2021 종이에 펜, 잉크젯프린트 가변설치 서울대학교미술관 제공

김신혜는 상품 라벨 속에 산수화를 그렸다. 자연의 냄새와 촉감 등은 사라진 채 플라스틱의 매끄러움만 남은 ‘상품 속의 자연’이 얼마나 공허하고 초라한지 드러내기 위해서다. 작가는 자연의 감각 그 자체를 느끼고 가꾸는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보는 것만으로 압도감을 주는 한성필의 작품은 극지방에 가서 촬영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훼손되고 있는 자연을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는 빙하로 표현했다. 언뜻 보면 황홀한 느낌을 주지만 기후변화와 산업화가 낳은 재앙이 숨어 있는 사진이다. 이대로 가면 인간이 누리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도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작가의 경고이기도 하다.

모두 12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에는 위 작품들 외에도 섬뜩한 감정까지 들게 만드는 작품들이 많다. 기후위기가 코앞까지 닥쳐왔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9월5일까지 서울대학교미술관 전시실 1-4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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