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반 타의반?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사의 표명

도재기 선임기자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10일 장관 만나 사의 뜻”

임기 1년 10개월여 남아

정부 압박·내부 문제 등

사퇴 원인에 해석 ‘분분’

최근 사의를 표명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최근 사의를 표명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이 임기 1년10개월을 남겨두고 조기 사퇴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13일 “윤범모 관장이 지난 10일 오전 박보균 장관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며 “문체부는 규정된 절차에 따라 인사혁신처의 후임 관장 공모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도 “윤 관장이 최근 문체부 장관에게 사퇴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2019년 2월 공모를 통해 제20대 관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1월 임기를 마친 후 재공모에서 다시 임명돼 국립현대미술관을 이끌어왔다. 윤 관장의 임기는 2025년 2월24일까지로 1년10개월여를 남겨두고 있다.

1년 넘게 임기가 남은 윤 관장이 조기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문체부와 미술계 안팎에서는 사퇴가 ‘자의’인지, ‘타의’인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타의’라는 분석은 현 정부가 문체부를 앞세워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 재임명된 진보 성향의 윤 관장에 대해 그동안 사퇴 압박을 지속해왔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알박기’라는 비판도 지속돼왔다.

한 원로 미술계 인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문체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의 은근한 사임 권유가 있었다”며 “윤 관장이 사석에서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은유적으로 그런 상황을 내비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관 내부 문제로 지난해 문체부가 특정감사 등 잇단 감사를 벌인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며 “학예실장의 임명을 놓고 문체부와 의견 충돌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반면 내부 조직관리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 등 자진 사퇴에 무게를 두는 분석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지난해 1월 노조가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갑질 행위’ 논란이 공개적으로 불거졌다. 이후 문체부의 감사에서 일부 ‘갑질’들이 확인됐다. 또 작품 관리, 전시에서의 오류 등으로 여론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문체부는 올해 초 국립현대미술관 조직 관리와 업무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16건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를 확인하고 시정(국고환수)·경고·주의·통보 등을 조치했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출신의 한 관계자는 “학예실장 공석이 1년 가까이 됐음에도 임명을 하지 않는 상황, 최근 일부 직원의 사직 등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문체부의 압박도 있고 하니 이참에 물러났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라고 밝혔다.

윤 관장은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이래 미술사학자·평론가·전시기획자로 활동했다. 특히 1980년대 초 민중미술계의 핵심 구심점인 ‘현실과 발언’의 창립 회원이었으며, 근대미술 전문가이자 민중미술 이론가로 평가받았다. 가천대 미대 교수와 동국대 석좌교수를 역임하고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전시감독,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등을 지냈으며 저서 10여권을 펴냈다.

문체부가 윤 관장의 사의를 수용하면 인사혁신처를 통해 개방형 계약직 고위공무원 가급인 관장 임용 공모절차가 진행된다. 공모와 서류 심사·면접을 거쳐 통상 최종 후보 2~3명이 결정되면 신원조회, 역량평가를 거쳐 문체부 장관이 이들 중 적임자를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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