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는 ‘공예의 힘’

도재기 선임기자

청주공예비엔날레 본전시, 18개국 90여 작가 참여

전통적 공예~디지털 미래 공예까지 선보여

강재영 예술감독, “공예의 힘, 역할 드러낼 것”

옻칠작가이자 디자이너인 나성숙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의 옻칠공방  ‘서로재’ 작가들의 작품 ‘우리 서로 다리가 되어’(2023.).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사진 언리얼스튜디오).

옻칠작가이자 디자이너인 나성숙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의 옻칠공방 ‘서로재’ 작가들의 작품 ‘우리 서로 다리가 되어’(2023.).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사진 언리얼스튜디오).

“공예는 과연 ‘쓸모 있으면서 좀 아름다운 물건’일 뿐인가, 우리의 삶,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공예를 그렇게 타성적으로 여겨도 될까…. 이런 물음 속에 21세기 공예 지도를 그려보고 공예가 지닌 힘, 역할을 보여주고자 한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강재영 예술감독(52)은 20일 제13회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 내용을 언급하며 공예의 힘과 역할을 강조했다. 강 감독과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최근 서울에서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운용 계획 등을 발표했다. 강 감독은 “공예는 기존 개념을 넘어 생각보다 훨씬 더 확장하고 있으며, 공예계 또한 시대적 변화와 역할을 되새길 때”라면서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이를 모색하고 또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공예는 재료의 다양화와 더불어 기법에서 전통과 첨단 디지털 기술이 융합되는 등 각 부문에서 급변하고 있다. 공예를 향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상 삶과 의식의 개선은 물론 기후위기 등 대전환기 속에서 공예의 가치, 역할, 지향점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국제 공예축제인 청주공예비엔날레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는 주제의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청주시 문화제조창 일원에서 9월1일 막을 올려 10월15일까지 이어진다. 주제를 공감각적으로 구현할 본전시는 ‘걷고’ ‘잇고’ ‘만들고’ ‘사랑하고’ ‘감지하는’이라는 5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자연의 천연 재료와 장인의 오래된 기술이 결합된 순수 형태의 공예부터 손과 도구·기계·첨단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현재와 미래의 공예까지 살펴보는 것이다.

네덜란드 작가 유르겐 베이의 ‘Tree Trunk Bench’(1991년, 왼쪽)과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포스터. 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네덜란드 작가 유르겐 베이의 ‘Tree Trunk Bench’(1991년, 왼쪽)과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포스터. 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특히 최근 주목받는 자원의 ‘리사이클링’을 넘어 ‘업그레이딩’을 통한 ‘착한 공예’, 생태적으로 올바름을 추구·실천하는 공예 작품들도 선보인다. 강 감독은 “동시대 공예 생태계를 둘러싼 미학과 기술, 문화적 맥락, 공동체에 대한 사유 등을 드러내면서 시대적 반성, 미래도 조망한다”며 “공예가 ‘인간 사랑’을 넘어 ‘생명 사랑’으로 좀 더 확장됨으로써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본전시에는 18개국 9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섬유설치 작가 황란은 봉황과 독수리가 어우러지는 대형 신작을 통해 전쟁과 재난 등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은판을 수만번 두드려 빚어낸 ‘달항아리’ ‘호리병’ 등 은단조 작품으로 유명한 이상협 작가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31㎏의 은 덩어리를 자신의 원초적 힘만으로 단조한 신작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또 친환경적 삶의 철학 위에서 독특한 상상력의 작업으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 디자이너 유르겐 베이는 청주에서 구한 팽나무 고사목으로 만든 신작을 선보인다. 버려진 재료·자원에서 새로운 쓸모의 가능성을 찾는 그는 공주대와 물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공동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강 감독은 “참여 작품의 70% 이상이 신작”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국내외 공예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크라프트 서밋’ ‘국제공예워크숍’ 등 학술행사와 ‘청주국제공예공모전’, 시민들이 참여해 즐길 수 있는 ‘공예 마켓’ 등이다.

대만 작가 덩웬젠의 ‘아타얄족 이주 지도’(2021, 거니백, 인디고 염색과 자수, 왼쪽)와 마이클 이든의 ‘오렌지색 로마네스코 꽃병’(2017).  ⓒDeng Wen jen ⓒAdrian Sassoon Gallery, Photo by Sylvain Deleu

대만 작가 덩웬젠의 ‘아타얄족 이주 지도’(2021, 거니백, 인디고 염색과 자수, 왼쪽)와 마이클 이든의 ‘오렌지색 로마네스코 꽃병’(2017). ⓒDeng Wen jen ⓒAdrian Sassoon Gallery, Photo by Sylvain Del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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