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2027년까지 건물 등 복원·정비
최초 전기발전소 등 한국 전기 발전사 조명
한국의 전기 발상지이자 최초의 전기발전소가 있던 경복궁 영훈당(永薰堂) 권역이 복원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훼손·철거된 영훈당 건물 등 그 일대를 110년 만에 복원·정비함으로써 경복궁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향후 한국 전기발전사도 재조명하는 것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일제강점기에 훼손·철거된 경복궁 영훈당 권역에 대한 복원·정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향기가 영원히 이어진다’는 뜻이 담긴 영훈당은 1860년대 경복궁 중건 당시 흥복전 등과 함께 건립됐다. 지금의 경복궁 내 흥복전의 북쪽, 향원정의 남쪽 사이에 자리한 집경당 바로 옆이다. 영훈당은 빈궁과 후궁의 처소 등으로 사용됐으며, 주변의 여러 행각들에는 궁궐 내 각종 물품을 보관·관리하는 곳간 등이 있었다. 이들 곳간은 내명부(궁중 여성관리) 중 두번째로 높은 위계의 직급인 부제조 상궁(아리고상궁)이 관리를 맡았다. 영훈당과 일대 건물 등은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 후반에 철거됐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지난 2015~16년 영훈당 터 발굴조사에서 정면 9칸, 측면 2칸 규모의 영훈당 본채와 부속 건물지 6동, 담장, 우물 등을 확인했다. 당시 건물터 내부에서는 아궁이와 구들시설 등도 드러났다. 발굴조사 결과는 조선시대 궁궐의 각 전각의 명칭·위치 등을 기록한 <궁궐지>(宮闕誌)와 1907년경 제작된 경복궁 평면 배치도인 <북궐도형>(北闕圖形)의 내용과도 일치했다.
궁능유적본부는 이같은 발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027년까지 영훈당을 비롯한 건물 7개동과 우물, 담장 등 주변 시설들을 복원·정비할 계획이다. 이번 복원·정비 사업에는 모두 16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영훈당 권역 복원·정비와 더불어 우리나라 전기발전 역사를 재조명하고 널리 알리는 작업도 추진된다.
영훈당 권역은 국립문화재연구원의 2015년 발굴조사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발전소로 1887년 세워진 ‘전기등소’(電氣燈所)가 있던 곳으로 확인됐다. 전기등소는 향원지 북쪽과 건청궁 남쪽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왔으나, 당시 발굴조사에서 향원지 남쪽과 영훈당 북쪽 사이인 영훈당 권역에 있던 것으로 정확한 위치가 드러났다.
발굴조사에서는 또 전기등소의 터, 발전원료인 석탄을 보관하던 창고(탄고) 터를 비롯해 아크등에 사용된 탄소봉, 1870년이란 연대가 새겨진 유리 절연체 등 전기 관련 유물들도 출토됐다. 특히 아크등 유물은 당시 백열전구가 아니라 아크등을 사용한 흔적일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한국 최초의 전기 점등일은 1887년 1~3월경으로 추정된다. 첫 전등불이 켜진 곳은 건청궁 내 장안당·곤녕합 대청과 앞뜰, 향원정 주변이다. 당시 전등불은 불안정한 발전시설로 인해 건달꾼처럼 멋대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해 ‘건달불’로도 불렸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 전기발전은 왕실이 미국의 신문물을 시찰하고 온 보빙사(報聘使)의 건의에 따라 1884년 에디슨 전기회사와 전등설비를 위한 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인 전등기사를 초빙했고, 최초의 전기등소가 완공됐다. 당시 발전 규모는 16촉광(1촉광은 양초 1개의 밝기)의 백열등 750개를 점등할 수 있는 설비로 알려져 있다.
궁능유적본부는 이날 “영훈당 복원·정비사업과 더불어 전기등소 창고 터를 정비하는 등 당시 경복궁의 복합적인 면모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2027년 영훈당 권역이 복원·정비되면 전기등소를 비롯한 전기발전과 관련된 유물이나 안내 해설판 등 다양한 전시물의 활용으로 우리나라 전기발상지인 전기등소, 전기발전사를 알리는 작업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궁능유적본부는 또 영훈당 복원·정비 공사 동안 영훈당과 정기등소 관련 홍보관을 현장에 마련하고, 공사로 인한 경복궁 관람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친환경 디자인 강판과 예술성을 가미한 고품격 ‘아트펜스’를 설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