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팔만대장경’, 내년부터 웹 서비스된다

도재기 선임기자

문화재청, 디지털 DB 구축사업 추진…“누구나 쉽게 열람·활용”

‘팔만대장경’으로 불리는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국보, 세계기록유산)이 디지털 자료화돼 열람과 활용이 쉬워진다. 사진은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된 대장경판들의 모습. 문화재청 제공

‘팔만대장경’으로 불리는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국보, 세계기록유산)이 디지털 자료화돼 열람과 활용이 쉬워진다. 사진은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된 대장경판들의 모습. 문화재청 제공

흔히 ‘팔만대장경’으로 부르는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이 디지털 자료로 구축돼 내년부터는 언제 어디서 누구나 열람할 수있는 웹서비스가 이뤄진다.

문화재청은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을 디지털 자료로 만들어 누구나 쉽게 활용 가능한 웹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 ‘팔만대장경 디지털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팔만대장경 디지털 DB 구축’ 사업은 우선 8만여 장에 이르는 각 경판의 정밀 기록, 보존상태 파악 등 기초학술 조사를 통해 보존대책을 마련한다. 이어 각 경판의 정밀사진 촬영, 전통방식의 인경본(印經本)을 제작한다. 인경본은 경판에 먹을 묻혀 한지에 인쇄한 뒤 엮은 책을 말한다.

문화재청은 “인경본 제작 후 이를 디지털 자료화(스캔)해 2025년부터 누구나 쉽게 경판을 열람하고 그 가치를 누릴 수 있는 대장경판 활용 웹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누구나 일상에서 쉽고 다양하게 국가유산을 향유하고 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의 각 경판은 극히 세밀한 돋을새김으로 만들어졌다. 문화재청 제공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의 각 경판은 극히 세밀한 돋을새김으로 만들어졌다. 문화재청 제공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은 고려 고종때인 1236~1251년 사이에 제작됐다. 대장경판은 부처님의 힘을 빌려 몽골의 침입을 물리치고자 대장경을 새긴 목판(경판·대장경판)이다. 대장경은 불교의 성전인 삼장(三藏)을 중심으로 부처의 가르침과 관련된 기록을 총칭하는 용어다.

삼장은 부처의 가르침을 담은 경장(經藏), 스님 등 제자들이 지켜야 할 윤리·도적적 규범인 계율을 담은 율장(律藏), 경장과 율장을 포함해 부처의 가르침에 대한 제자들의 논설을 모은 논장(論藏)을 말한다. 여기서 ‘장(藏)’은 ‘그릇’ ‘광주리’란 의미다. 즉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부처의 가르침과 한국 불교사의 고갱이를 집대성해 담아 놓은 그릇이다.

현재 8만1000여 장의 경판은 해인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장경판전’(藏經板殿) 안에 보관돼 있다. 각 경판의 크기는 가로 70㎝ 내외, 세로 24㎝ 내외, 두께는 2.6~4㎝, 무게는 3~4㎏이다. 국보로 지정된 대장경판과 장경판전 건물은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각각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흔히 ‘다시 조성한 대장경’이란 의미에서 ‘재조대장경’이라고도 한다. 원래는 200여년 앞서 대장경이 먼저 제작됐다.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무대인 고려 현종 임금 당시다. 거란의 침입에 따라 1011년 등 두차례에 걸쳐 대장경이 조성됐는데, 당시의 대장경을 ‘처음으로 새긴 대장경’이라 뜻의 ‘초조대장경’이라 한다. 하지만 초조대장경은 1232년 몽골군의 침입 때 불에 타 없어졌다. 현재 전해지는 인쇄본도 극히 희귀해 대부분 국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지금의 팔만대장경은 ‘초조대장경’과 송나라·요나라(거란)의 대장경 등을 비교·검토해 제작됐다. 13세기 동아시아 불교의 정수를 집대성한 것이다. 송나라, 요나라 대장경들은 현재 대부분 사라져 팔만대장경은 온전히 남아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대장경이다. 목판 인쇄사나 불교 문화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다. 또 5200여만 자에 이르는 글자들이 경판에 하나같이 일정하게 돋을새김됐다. 특히 엄청나게 많은 분량에도 꼼꼼하게 교정까지 본 덕분에 오자·탈자도 극히 적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판전은 해인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4동의 건물로 구성됐다. 남북 방향으로 세워진 수다라장(修多羅藏)과 법보전(法寶殿), 동서 방향인 작은 규모의 ‘동사간전’ ‘서사간전’이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세계문화유산) 전경. 문화재청 제공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세계문화유산) 전경. 문화재청 제공

수다라장과 법보전에는 팔만대장경이, ‘동·서 사간전’에는 경전과 고승들의 저술 등을 새긴 고려시대 다른 목판들(국보 ‘합천 해인사 고려목판’)이 있다. 장경판전이 언제 처음 세워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조선 세조 때인 1457년, 성종 때인 1488년에 각각 다시 지었고, 광해군 때인 1622년과 인조 때인 1624년에 수리했다는 기록이 있다.

팔만대장경은 훼손되기 쉬운 나무로 제작됐음에도 잘 보존된 것으로 유명한 문화유산이다. 경판과 장경판전 건물에 훼손을 막기 위한 과학적 원리들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경판은 산벚나무·돌배나무 등을 벌채해 바닷물에 1~2년 담가 놓았다가 다시 소금물에 삶은 후 건조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병충해, 갈라지거나 비틀어지는 것을 막는다. 경판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양끝에 마구리 작업도 했다. 또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옻칠을 했다. 경판들이 검은 것은 옻칠 때문이다.

수다라장과 법보전 건물의 건축적 특성에도 보존의 비밀이 있다. 경판 보존을 위해서는 원활한 통풍, 낮은 습도와 온도의 일정한 유지가 핵심인데, 이들 건물은 이를 충족시키고 있다. 건물 앞면과 뒷면 벽의 아래·위 창문 크기·형태 등을 달리함으로써 자연적인 환기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특히 내부 흙 바닥 속에도 숯, 횟가루, 소금, 모래 등을 넣어 내부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같은 지혜로운 보존은 유네스코 기록유산·문화유산 등재 당시 전문가들의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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