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매 오른 일본인 소장 ‘독서당계회도’ 매입…주세붕 등 참석 계회 그린 “조선 초 산수화 수작”

김종목 기자

미국 경매에서 사들인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가 22일 공개됐다. 현전 16세기 독서당계회도 3점 중 하나다. 실경산수로 그린 계회도 중 가장 이른 시기 작품이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선 초기 산수화의 면모를 보여주는 수작”이라며 이날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 공개 행사를 열었다. 지난 3월 일본 개인 소장자가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은 걸 8억원가량에 매입했다.

독서당계회도 중 화면 부분. 문화재청 제공

독서당계회도 중 화면 부분. 문화재청 제공

중종 재위(1506~1544) 기간 사가독서(賜暇讀書, 조선시대 젊고 유능한 문신들을 선발해 휴가를 주고 공무 대신 학문에 전념하게 한 인재 양성책)한 관료들 모임을 기념해 제작한 그림이다. 중종 12년(1517) 한강 연안 두모포(현재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만든 독서당이 사가독서 공간으로 쓰였다.

그림 하단 참석자 12인의 호와 이름, 본관, 생년, 사가독서한 시기, 과거 급제 연도, 계회 당시 품계와 관직 등이 기록됐다. 12인은 1516~1530년 사이 20~30대였다. 주세붕(1495~1554), 송인수(1499~1547), 송순(1493~1582) 등 이름이 나온다.

‘독서당계회도’ 중 20~30대 관료 12인에 관한 기록 부분. 문화재청 제공

‘독서당계회도’ 중 20~30대 관료 12인에 관한 기록 부분. 문화재청 제공

이 기록에 따라 1531년 그린 것으로 추정한다. <중종실록>에 따르면, 송인수는 1531년 4월 홍문관 부응 해당 관직에 제수됐다. 이듬해 3월에는 장령(掌令)으로 실록에 언급된다. 허항(1497~1537)은 1531년 3월 17일과 9월 21일 사간원 정언에 제수된 기록이 나온다. 이듬해인 1532년 2월 홍문관 부교리로 임명된다. ‘독서당계회도’엔 두 사람 다 1531년 당시 관직으로 기재됐다.

‘독서당계회도’ 전체. 문화재청 제공

‘독서당계회도’ 전체. 문화재청 제공

‘비단에 수묵채색’인 그림 크기는 전체 187.2×72.4㎝, 화면 91.3×62.2㎝이다. 그림 상단에 ‘讀書堂契會圖’를 전서체로 썼다. 중단 화면에 응봉(鷹峰, 매봉산)을 중심으로 한강변 두모포 일대를 묘사했다. 중앙부 강변과 이어지는 길에 안개에 가려 지붕만 보이는 독서당을 확인할 수 있다. 관복을 입은 참석자들이 독서당이 바라보이는 한강에서 뱃놀이를 하는 모습도 표현됐다.

‘동호계회도’(1545, 국립광주박물관 소장, 왼쪽 그림)과 ‘독서당계회도’(1570년경, 서울대박물관 소장, 보물). 출처: emuseum.go.kr

‘동호계회도’(1545, 국립광주박물관 소장, 왼쪽 그림)과 ‘독서당계회도’(1570년경, 서울대박물관 소장, 보물). 출처: emuseum.go.kr

이 작품이 언제 한국 밖으로 나갔는지 알 수 없다. 임진왜란 때일 수도, 일제 강점기 일 수도 있다. 문화재청은 “국외 반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초 소장자이던 간다 기이치로(동양학자, 교토 국립박물관 관장 역임) 사망 이후 유족으로부터 입수한 다른 소장자가 가지고 있다가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국내 소장 ‘계회도’ 중 보물로 지정된 건 19점(12건)이다. 지금까지 ‘독서당계회도’는 ‘독서당계회도’(1570년경, 서울대박물관 소장, 보물) ‘동호계회도’(1545, 국립광주박물관 소장) 2점이었다. 이번 매입으로 3점이 됐다. 동호(東湖)는 독서당이 있던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7월 7일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개최하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9월 25일까지) 전시에서 새로 사들인 ‘독서당계회도’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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