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 어디?…무구정광대다라니경 망친 복원

김종목 기자

1988년 한·일 공동 작업…곳곳서 글자 사라지고 필획 망가져

서화사가 손환일씨, 10개 종류의 복원 오류 찾아 논문 첫 정리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수리 전 사진(왼쪽)을 보면 1장 19행의 ‘有善(유선)’이란 글자가 분명하다. 수리 후엔 ‘有’자가 사라지고, ‘善’자도 훼손됐다. 손환일 소장 제공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수리 전 사진(왼쪽)을 보면 1장 19행의 ‘有善(유선)’이란 글자가 분명하다. 수리 후엔 ‘有’자가 사라지고, ‘善’자도 훼손됐다. 손환일 소장 제공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추정)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수리·복원 오류가 확인됐다. 서화사가(書畵史家)인 손환일 서화문화연구소 소장은 ‘불국사 석가탑 발견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서지적 구성과 수리 복원 검토’에서 10개 종류의 오류 30여개를 찾아 정리했다. 수리·복원 오류를 지적한 첫 연구 결과물이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1966년 10월13일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에서 발견됐다.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1988년 수리·복원을 결정해 그해 9월~1989년 1월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당시 일본 지류 문화재 복원 전문 회사인 오카보고도(岡墨光堂) 일본인 4명과 한국인 1명이 참여했다.

손 소장은 오카보고도가 1989년 발간한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수리보고서>와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과 불교중앙박물관이 펴낸 <불국사석가탑유물>(총 4권) 등에 나온 수리 전후 사진을 비교했다. 해인사 <고려대장경> 판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내용과도 대조했다.

10개 종류의 오류 중 ‘글자가 없어진 곳’과 ‘원본 필획이 훼손된 곳’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수리 전 사진을 보면 1장 19행의 ‘有善(유선)’이란 글자가 분명하다. 수리 후 ‘有’자가 사라지고, ‘善’자도 훼손됐다. 1장 18행 첫 자 ‘歸(귀)’도 필획이 훼손됐다. 1장 12행 첫 번째~세 번째 글자는 ‘量天龍(양천룡)’이다. 수리 전 사진에 남은 ‘量’자가 수리 후 없어졌다. 수리 전 ‘권수제(卷首題)’의 오른쪽 위 묵흔과 우측단변선도 수리 후 사라졌다.

1장 12행 첫번째 ~세번째 글자는 ‘量天龍 (양천룡)’이다. 수리 전 사진(왼쪽)에 적혀있는 ‘量’자가 수리 후 없어졌다. 손환일 소장 제공

1장 12행 첫번째 ~세번째 글자는 ‘量天龍 (양천룡)’이다. 수리 전 사진(왼쪽)에 적혀있는 ‘量’자가 수리 후 없어졌다. 손환일 소장 제공

‘상하단변(上下單邊)이 맞지 않는 곳’도 여러 군데다. 5장 29~38행 수리본을 보면 왼쪽 끝 29행과 오른쪽 끝 38행 쪽 상단 선이 일직선과 어긋난다.

손 소장은 “수리 복원 과정에서 필획이 훼손된 글자, 없어진 글자 등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위치를 바꾸어 잘못 복원한 글자 등은 최대한 원본 위치를 찾아 다시 수정·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소장은 이번 논문에서 불국사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해인사 <高麗大藏經(고려대장경)> 판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서지적 구성도 연구했다. 두 판본은 서로 다른 글자를 사용했다. 그는 기자와 통화하며 “704년 번역을 마치고 수용돼 유행한 불경이다. 두 판본이 각각 다르게 수용되었는지, 불국사 판본을 쓴 필자가 잘못 기록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후대 판본인 <고려대장경>이 더 정확하게 정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소장은 불국사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두고 “일반적인 사경법(寫經法)과는 달리 장의 크기, 행수, 행의 글자 수 등이 모두 다르게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손 소장은 “여러 여건 때문에 사진본만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사진본과 실물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논문은 오는 30일 나오는 ‘문화사학 제57호’(한국문화사학회)에 싣는다. 불교서지학과 <고려대장경> 권위자인 박상국 동국대 석좌교수가 논문 심사를 맡았다.

박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며 “발견 당시 책 상태가 워낙 험했다. 수리·복원 때 문화재수리 기술자들이 퍼즐 맞추듯 최선을 다했다. 당시엔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논문을 보니 그때 실수를 조금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문이나 불교 경전 전문가가 함께 참여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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