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터미널 확장 맞춰
새 작품 공모 ‘공정성 논란’까지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미술품·조형물 등은 예술작품인 동시에 시민이 공유하는 공공시설물이다. ‘아트포트(Art+Airport)’ 개념을 도입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작품당 10억원 안팎을 투입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관리부실로 방치되는 작품이 상당수다.
특히 오는 10월 제2여객터미널 확장 개장을 앞두고 건축물 미술품 공모를 진행하며 공정성 시비도 불거져 공항 내 예술작품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중앙 그레이트홀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조형물 ‘HELLO’는 1000개의 한글 자음과 모음으로 된 LED 유닛이 시시각각 다양한 색깔로 변했다.
이 작품은 LED로 만든 한글 자음과 모음이 상하로 움직이면서 광화문·에펠탑 등 주요 랜드마크가 3D 입체 형태로 표현되도록 디자인됐다. 2018년 제2여객터미널 개항을 기념해 공사가 7억8300만원을 들여 설치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고장이 나면서 수년간 방치됐다. 공사는 1억7000만원을 들여 구조를 보강한 후 지난해 12월 다시 설치했지만 작품은 움직이지 않는 데다 랜드마크 형상도 표현하지 못한다. 애초 작가가 의도한 예술작품이 아닌 단순한 장식품이 돼버린 것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원래대로 정상 가동하려면 설치비와 맞먹는 7억원 이상이 들어가 구조만 보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작품당 10억 안팎 ‘아트포트’ 정책
설치·보수비 10억 쓴 작품 고장 상태 방치
13억 ‘모빌 청소 안해 먼지 수북
21억 구조물은 이미 철거
3층 출국장에 설치된 프랑스 작가 자비에 베이양의 ‘그레이트 모빌(Great Mobile)’은 공사가 2018년 2월 제2여객터미널 개장을 기념해 12억8100만원에 구매한 작품이다. 그러나 청소를 한 번도 하지 않은 듯 모빌 작품에 먼지가 수북했다.
제2여객터미널 면세지역의 랜드마크라며 같은 해 설치된 작품 ‘댄싱크레인’과 ‘게이트웨이’는 고장이 나 지난해 10월 철거됐다. 이 작품들은 인천공항공사가 6억3000만원,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사업자가 15억원을 냈지만 단 5년 만에 고철 덩어리가 됐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1만㎡ 이상 건축물을 신·증축 땐 건축비의 1% 이하에서 회화·조각·공예 등 미술작품을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에는 총 13개의 작품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공공 예산으로 작품만 설치할 뿐 그 이후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품 선정 과정도 논란이다. 공사는 10월 제2여객터미널 확장을 위해 올해 들어 건축물 미술작품 공모를 진행했으나 다수의 평가위원이 배정된 특정 협회 소속의 작품이 당선돼 공정성 시비가 제기된 것이다.
공사에 따르면 평가위원 9명 중 6명이 미술 분야 관련 전문가로 한국실내디자인학회 1명, 한국화랑협회 2명, 한국조각가협회 3명이 각각 선정됐다. 반면 한국미술협회 소속 인사는 선정되지 못했다.
이번 공모에는 모두 49개 작품이 신청해 권치규 작가의 ‘Resilience-고요한 아침의 나라-서해안(19억2550만원)’, (주)프리다츠가 제출한 ‘19,999개의 기와(19억2550만원)’, 박형진 작가의 ‘하늘로부터의 풍경(3억3200만원)’ 등 3점이 당선됐다.
이 중 권치규 작가가 평가위원이 가장 많은 한국조각가협회 소속으로 확인되면서 선정 절차가 불공정하다며 공사에 이의신청이 여러 건 접수된 상태다. 국민신문고와 대통령실 국민제안 등에도 관련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이번 건축물 미술품 평가위원 선정은 각 협회에서 추천한 후보자를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공정하게 구성했다”며 “이의신청 들어온 공모 건에 대해선 감사실이 조사를 벌였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리 부실과 관련해선 “문화예술품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체계를 연내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