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를 지금처럼 계속 배출하면 한국의 ‘극한 열 스트레스’가 연간 90일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재 기후에서 극한 열 스트레스는 ‘아직’ 8일 정도다. 지금보다 12배가량으로 증가하는 셈이다.
기상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미래 열 스트레스 전망’ 분석 결과를 2일 발표했다. 포항공과대학교 기후변화연구실 연구진이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25㎞ 크기 정사각형 격자로 나누어 ‘열 스트레스 지수’를 분석했다.
열 스트레스 지수는 기온, 상대습도, 풍속, 복사에너지 등을 종합해 인간이 실제로 느끼는 열 스트레스를 단계별로 나타낸 지표다. 26~28도는 보통, 28~30도는 높음, 32도 이상은 매우 높음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의 전국 온열 질환 감시체계 자료를 보면 온열질환자는 열 스트레스 지수가 30도 이상일 때 급격하게 증가하고, 32도를 넘기면 가장 많이 발생했다.
1979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의 여름철(6~8월) 열 스트레스 지수는 평균 28.1도였다. 현재 기후에서 열 스트레스 지수가 상위 5%인 ‘극한 열 스트레스 일’은 7월31일쯤 시작돼, 8월12일쯤 끝난다. 온열질환자가 연일 발생하는 요즘이 해당한다.
연구진은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의 6~8월 평균 열 스트레스 지수를 시나리오에 따라 분석했다. 온실가스 고배출, 초고배출 각 시나리오에서는 지금보다 7도 이상 올라 전국 평균 34.6도와 35.8도로 전망했다. 초저배출, 저배출 시나리오에서도 지금보다 3도 정도 올라 각각 31.2도, 32.8도 수준을 예상했다.
현재 기후에서 연간 7.6일 정도 발생하는 ‘극한 열 스트레스 일’은 온실가스 초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94.2일로 늘어난다. 온실가스 초저배출 시나리오에서는 27.5일로 3.6배 늘어나는 데 그친다.
극한 열 스트레스가 연속으로 발생하는 기간도 현재 3.5일에서 대폭 늘어난다. 고배출 시나리오는 66.3일, 초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77.6일이 ‘요즘같은 무더위’다. 요즘같은 무더위가 6월15일쯤 시작해 9월21일까지 연일 이어진다는 의미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6차 종합보고서에 핵심 저자로 참여한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부교수는 “이미 견디기 힘들 정도로 열 스트레스가 심각한데, 온실가스를 줄일수록 열 스트레스 일수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2050년 탄소중립,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모든 부문에서 가속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