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자들, 국내서 돈쓰게 해야

국내 소비는 날로 침체하고 있지만 국민의 해외 소비지출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2백46조8천2백59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줄어든 반면 국외 소비지출(8조3백89억원)은 10.2%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국외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고 한다. ‘없는 사람’은 없어서 못쓰는 상황에서 ‘있는 사람’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펑펑 쓰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 해외 소비지출은 여행이나 쇼핑, 유학·연수 등에 쓴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의료비도 무시할 수 없다. 원인이 뭘까. 가장 먼저 부자나 부자의 소비행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시각을 들 수 있다. 한마디로 ‘반부자 정서’다. “외국에 나가면 남의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좋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관광, 교육 분야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도 주요 요인이다. 최근 해외관광객과 연수생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국내 관광, 교육 환경에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소비지출 급증보다 더 큰 문제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도 늘어나는 해외지출이 내수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또 “부자가 돈을 써야 경제가 풀린다” “부자가 돈을 쓰지 않는 나라는 망한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 해외지출을 국내 소비로 돌리고, 부자가 돈을 쓰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나 진지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종합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재산의 해외유출에 대해 한탄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정부의 전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교육부나 문화관광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민의 반부자 정서를 없애기 위해서는 시민·민간단체와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 국민도 자신의 ‘부자관’을 다시한번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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