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공격까지 하다보니 노련미 절로”읽음

“예전엔 무식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공격력까지 업그레이드된 ‘진공청소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를 꽁꽁 묶으며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얻은 김남일(28·수원 삼성). “자칫 실수할 수 있다”며 인터뷰를 거부하던 그가 최근 전남에서 수원으로 트레이드된 뒤 첫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한 그는 “옛날에는 무식했는데 지금은 노련해진 것 같다”며 자신을 평가했다. 또 “혼자서 재활훈련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자신을 이기려는 인내 덕분에 빨리 회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 소속으로 2경기를 뛰었는데.

“새로운 팀에 오면 적응하기 어렵잖아요. 하지만 수원에서는 감독, 선수, 구단 관계자들이 친절하게 해줘 힘이 나요. 13일 첫경기(선전전) 때는 많이 긴장됐고 훈련도 부족해 몸이 무거웠는데 20~30분이 지나니까 괜찮아졌어요.”

-전남과 수원에서의 역할 차이는.

“별다른 게 없어요. MF 압박과 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의 플레이를 요구하는 차(범근)감독님 스타일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스루패스 등 공격적인 플레이가 눈에 띈다.

“TV로 유럽축구를 보면 수비형 MF도 수비와 공격을 모두 하더라고요. 아스날의 비에라 플레이를 많이 봅니다.”

-수원에 와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느꼈어요. 절제가 가장 중요하잖아요. 공인으로서 쌓아온 게 한순간 무너질 수도 있으니, 경기장 안팎에서 믿음을 주는 선수가 돼야죠.”

-개인적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체력이에요. 포항전에서도 후반 체력이 떨어져 공격진을 받쳐주지 못해 다잡은 경기를 놓쳤잖아요. 현재 체력은 전반을 소화하기에도 부족합니다. 한달 후에는 100% 몸을 만들어야죠.”

-유럽 재진출 의사는.

“지금은 없어요. 수원에서 우승의 꿈을 이루고 싶은데, 목표는 전관왕 등극입니다. 올해 말 세계클럽선수권대회가 가장 큰 목표인데, 개인적으로는 많은 도움을 올리고 싶어요.”

-지난 9일 쿠웨이트전을 복기하면.

“경기전부터 쿠웨이트가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골을 더 넣었어야 했지요. 후반 집중력이 떨어지며 패스미스가 늘어난 게 아쉬어요.”

-대표팀 후배들의 실력이 좋아졌다.

“부상 후 대표팀에 들어가보니까 후배들의 실력이 급성장했더라고요. 올림픽과 A매치를 보고는 저도 방심하면 탈락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 자신을 채찍질할 수 있어 좋았어요.”

-2002년 월드컵 때와 지금 자신의 플레이를 비교하면.

“그 때는 정말 수비만 했는데 지금은 공격력이 좋아졌다고나 할까…. 옛날에는 무식했고 지금은 노련해졌다고나 할까….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어져 빈 공간과 선수들 움직임까지 다 보여요.”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바꿀 생각은.

“없어요. 혹시 삼성의 청소기 광고가 들어올지도 모르잖아요(웃음).”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이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두면 만족할 것 같은가.

“2002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이 나와 개인적으로는 국민들의 높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16강 정도면 만족할 것 같아요.”

-코엘류와 본프레레를 비교하면.

“코엘류 감독 때는 당연히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적으로 느슨해진 게 사실이에요. 본프레레 감독은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고집쟁이예요. 선수가 뭔가를 요구하면 단번에 들어주지 않아요. 몸이 좋지 않아 좀 쉬고 싶다고 하면 꼭 운동장에서 훈련을 보면서 쉬라고 해요.”

-대표팀과 수원에서 뛸 때 차이점은.

“요즘 추세가 압박을 중시해 큰 차이는 없어요. 다만 수원에서는 좀더 빨리 볼처리를 해야하지만 대표팀에선 다소 여유가 있을 뿐이에요.”

-결혼은 언제쯤.

“늦게 하려고 해요. 늦으면 은퇴 후일지도 모르겠어요. 선배들은 일찍 장가가야 몸관리를 잘 한다고 하는데 지금 선수들은 알아서 몸관리를 합니다. 근데 좋은 여자가 나타나면 빨리 할지도 모르고….”

〈서귀포|김세훈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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