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은 지금 ‘디지털 변신중’읽음

남대문시장은 지금  ‘디지털 변신중’

김씨의 변신은 2003년 3월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하면서 시작됐다. 그가 인터넷 쇼핑 쪽으로 눈을 돌린 것은 가게의 열악한 입지조건 때문. 건물 4층에 있는 탓에 찾아오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주변의 조언으로 그 약점을 인터넷 쇼핑몰로 보완하기로 했다.

가게 한쪽 구석에 컴퓨터를 들여놨고, 거래 행태도 바꾸었다. 그는 더이상 오는 손님을 기다리지만 않는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본 뒤 직접 구입하러온 손님들이 늘어났다. 인터넷 주문을 매일 검색해야 하고 전화 문의도 많아졌다.

가장 큰 변화는 매출이다. 그는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한 뒤 매출이 20~30% 늘었다”고 밝혔다. 2개월 만에 인터넷 쇼핑몰 개설에 들어간 2천만원을 회수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상품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직접 인터넷에 올린다. 컴맹에서 인터넷 마니아로 대변신한 것이다.

김씨의 오랜 단골이던 재일교포 현모씨도 온라인 고객으로 바뀌었다. 6개월에 한번씩 들러 물건을 사가던 현씨는 요즘 들어 한국에 오지 않는다. 하지만 거래는 훨씬 잦아졌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검색하고 전화로 주문하면 되기에 굳이 한국에 올 일이 없어진 것이다.

남대문시장의 많은 가게들이 김정남씨의 뒤를 따라 인터넷 쇼핑몰에 진출했다. 인터넷을 다른 세상 일로 치부하던 상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두드러진 매출 증가였다. 지난해 9월엔 ‘인터넷 남대문시장(www.enamdaemun.com)’이 공식 출범했다. 현재 인터넷 남대문시장에 쇼핑몰을 개설한 점포수는 9개 상가에 690개 정도. 남대문시장에서 관할하는 공식 점포가 43개 상가, 5,500개 정도인 것에 비하면 아직 13%에 불과하지만 그 증가 속도는 빠르다.

인터넷 남대문시장의 운영을 대행하는 (주)디지털남대문 강도현 팀장은 “아직까지 디지털화에 대해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며 “상인들이 좌판 대신 컴퓨터 앞에 매달릴 날도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들의 인터넷 쇼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남대문시장 홈페이지를 접속하는 건수은 하루 평균 5,000건선. 그중 200~300건은 해외방문객이다. 김정남씨는 “한국에 오기전 인터넷에서 미리 쇼핑을 한 뒤 점찍어둔 물건만 사가는 일본 여행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영어·일어·중국어 등 외국어 지원이 안되고 있다는 점. 해외에서 문의 전화가 많이 들어오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판매 기회를 놓치는 등 어려움이 많다. 강팀장은 “외국어 지원서비스만 보완되면 훨씬 더 빨리 성장할 것 같은데 뻔히 알고서도 손을 못대고 있다”고 아쉬워 한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부도 때마침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재래시장 디지털화를 핵심과제로 제시한 터이다.

〈유형렬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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