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학생회장 성적비관 투신자살

서울시내 유명 과학고등학교의 총학생회장이 성적을 비관, 투신 자살했다.

그는 평소 우등생에다 교내 록밴드에서 드럼을 치고, 아역 탤런트를 했을 정도로 적극적인 교내 활동을 해온 학생으로 밝혀져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투신=10일 새벽 2시쯤 서울의 한 과학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군(17)이 자신이 살던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조사 결과 이군은 투신 직전 “어머니가 잠들지 않고 깨어 있으면 내가 잠을 못잔다”고 말한 뒤 어머니가 잠자리에 든 사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투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군은 ‘엄마 맘 편히 사세요’라는 짤막한 유서를 남겼다. 그는 또 사건 발생 1시간가량 전에 가까운 친구들에게 전화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너는 행복하라’는 마지막 인사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성적 부진이 자살원인?=이군은 자살하기 보름가량 전에 3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총학생회장에 당선될 만큼 의욕적이고 쾌활하게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학년 때는 밴드부에서 드럼을 치는 등 매사에 적극적으로 행동해 교사들 사이에서는 모범생으로 통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군이 지난 3월 치른 모의고사 결과 등수가 기대에 미치지 않는 등 모범적인 행동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은 점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숨진 이군과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다가 조기 졸업한 황모군(18·고려대 1)은 “이군은 시험시간이면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을 정도로 긴장하곤 했다”며 “다른 친구들도 학업 스트레스가 많지만 이를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학교측에 따르면 이군은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여 ‘국제 천문올림피아드’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2학년 재학중이던 지난해 수시전형을 통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조기 입학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크게 낙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측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꼴찌를 해도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며 “모든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살을 했을 리 없다”고 그의 자살에 대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군의 자살에 대해 “조기입학 실패와 만족스럽지 못한 모의고사 점수 등으로 인한 비관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향신문사는 유족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군의 시신은 이날 오전 화장됐다.

〈심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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