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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싱글족 지키는 ‘캡스 우먼즈’4인방

‘여자는 여자가 지킨다!’

[피플]여성 싱글족 지키는 ‘캡스 우먼즈’4인방

서울특별시 ‘강남특별구’ 벤처 산업의 메카 테헤란로와 삼성역 일대에는 독신 여성들이 거주하는 빌라와 오피스텔이 즐비하다. 현대 사회를 대표하는 종족 ‘싱글족’ 중에도 여성 ‘싱글족’들이 몰려 살고 있다. 이들을 여전사들이 철통같이 지킨다. 화재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킬 만큼 유난히 덥고 길었던 이번 여름엔 거센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는 한밤중 경보가 울려 출동하기도 했다.

“그럴 때 여성 혼자 사는 집에 갑자기 남자 대원이 들이닥치면 당황스럽잖아요!” 그래서 여성 경호원들이 나섰다. 무인·경비업체 ‘캡스’의 ‘캡스 우먼즈’의 탄생 배경이다. 경호 업무를 맡고 있는 이용주씨(26), 긴급출동대원 이은희(26)·이미선씨(24), 침입자를 감시하는 관제사 강지선씨(25). 여성 싱글족을 지키는 ‘캡스 우먼즈’ 4인방이다.

“그 팔뚝으로 어디 도둑이나 잡겠나” 싶을 정도로 여린 모습. “힘으로야 남자들에게 밀리지만, 이만기 선수가 어디 힘과 덩치로 천하장사가 됐나요? 한 방에 쓰러뜨리는 기술이 중요하지.” 그래서 그들은 급소를 노린다.

“남자들의 급소는 ‘거시기’고요,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아요!” 긴박한 중에도 침착한 것이 그녀들의 무기다.

“어머니는 저를 공주처럼 예쁜 드레스 입혀 우아하게 키우려 하셨죠. 그러나 한여름에도 시커먼 양복에 긴장을 풀지 않는 부동자세의 저를 보고 못마땅해 하세요.” 이용주 경호원의 고백이다.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하얀 얼굴, 단정한 이마와 반짝이는 눈동자가 인상적인 이용주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음대 입학을 꿈꾸며 플루트를 배우던 소녀. 조용한 성격을 바꿔보려고 시작한 ‘운동’에 재미를 붙여 경호학과로 진로를 바꿨다. 원하던 여자 경호원이 됐다.

유도 2단, 검도 2단. 수영과 수상스키, 스포츠 마사지 등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모두 갖췄다. 태권도는 프로 데뷔전 플라이급 정상까지 올랐다. 빌 게이츠, 톰 크루즈, 안니카 소렌스탐 등 보통 사람들은 옆에 가 보기도 힘든 세계적 명사들과 국내외 여성 VIP의 의전 및 수행 경호가 그의 업무이다.

활달하고 서글서글한 성격의 출동대원 이은희씨는 “신체 부위에서 가장 자신 있는 곳이 다리인데, 그걸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울상을 지었다. 항상 바지만 입어야 하는 직업이니 ‘나풀거리는 스커트’나 ‘꽃무늬 원피스’는 잠옷으로나 입어야 한다.

“소개팅에 나가면 호기심 어린 눈길로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은 많은데, 직접 데이트 신청을 하는 사람은 없다”며 직업 때문에 남자 같다는 말을 들을까봐 자신의 여성성을 특화시키고 있다.

4인방 중 군청색 제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미선씨는 “혼자 사는 여자들은 왜 그리 돈이 많은지… 1년 중 6개월 이상을 해외여행으로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피스텔 2채를 얻어 놓고 하나는 살림공간, 또 하나는 휴식공간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스토커에 시달리는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해결한 일이나, 100평 빌라에 혼자 살면서 낙상 사고로 위기에 처한 중년의 싱글 여성을 구한 일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관제사 강지선씨는 침입자 감시에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비상벨이 울려 전화를 받으면 “남자 바꿔!”라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금은 무뚝뚝한 남자 말고 ‘친절한 그녀’를 바꿔달라는 고객이 생겼을 정도.

남성 영역에 뛰어든 여성들의 얘기가 새로울 건 없다. 그러나 경호·경비라는 남성 직업의 영역에 뛰어든 ‘그녀’에겐 ‘여성 싱글족’을 지키는 업무 외에 자신을 지키는 일이 눈앞의 과제이다.

“결혼하고, 임신하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걱정이 돼요.” 배부른 경호원이라…. 상상이 안되지만 뭐 어떠랴! 그땐 부른 배를 무기로 “어디 덤벼 봐!” 배짱을 튕기면 되지 않을까? 아직은 걱정하지 말자. 여성 싱글족에게 “문 잘 잠그고 자라”고 당부하는 그 순간만큼은 그들의 부모나 친구 대신 사랑을 전한 것 같아 뿌듯하고 행복하니까.

〈글 김후남기자 khn@kyunghyang.com〉

〈사진 김영민기자 vil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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