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머니’로 PC방 결제…카드사 ‘치졸한 상술’읽음

‘T머니’로 PC방 결제…카드사 ‘치졸한 상술’

지난 4일 오후 서울 구기동의 ㅍPC방, 10여명의 초등학생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각종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한 남학생이 카운터에 “1시간 더요”라고 시간 추가를 요구했다. 주인에게 건네진 것은 현금이 아닌 ‘T머니’라 불리는 교통카드. 카운터에는 시내버스에 부착된 단말기와 흡사한 ‘T머니’ 단말기가 있었고 카드를 갖다대고 이용요금을 입력하자 그 자리에서 1,000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4월부터 교통카드로 PC방 요금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최근 학교 주변 PC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사업이 시작된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서울지역 5,000여 PC방 중 800여곳이 가맹점으로 등록했을 만큼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 신촌의 ㅈPC방 주인 김모씨(45)는 “학생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설치했다”면서 “한번에 보통 1,000~2,000원씩 쓰고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박모양(12)은 “집에서 컴퓨터를 오래 못하게 하고 용돈도 딱 쓸 만큼만 주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모군(15·중2)은 “게임비를 돈으로 받아 쓰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깜짝 놀라는 반응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자녀를 둔 김수진씨(42·주부)는 “통학용으로 사준 교통카드가 PC방에서도 쓰이는 줄 몰랐다”면서 “당장 쓸 수 없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T머니’ 카드로 인터넷 상의 유료게임을 결제하거나 게임상의 아이템들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유통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학부모정보감시단 김민선 사무국장은 “휴대전화와 문화상품권에 이어 교통카드까지 아이들의 결제수단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어린이들의 주머니를 겨냥한 치졸한 상술”이라며 “학부모 단체와 연계,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T머니’ 전자화폐를 보급한 카드회사측은 “처음부터 전자화폐의 개념으로 도입된 것인 만큼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회사측은 “학부모들의 우려를 감안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며 “카드의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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