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이슬람성원. 애절한 가락 같은 ‘아잔(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이 성원 내에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예배실의 모슬렘(이슬람교도)들은 일제히 메카를 향했다.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하며 시작한 예배는 허리를 굽혔다가 펴고, 이마를 바닥에 대고 납작 엎드렸다가 앉고, 다시 일어나는 동작들을 수차례 반복했다. 뒤이어 두 손바닥을 하늘로 향한 채 개인 기도를 드렸다. 모슬렘에게 새벽, 낮, 오후, 저녁, 밤 하루 다섯 차례 예배는 의무다.
합동예배가 있는 금요일(이슬람의 휴일) 낮. 예배실 밖 계단 위까지 기도하는 모슬렘들로 붐볐다. 이슬람 전통복장에서 청바지까지 다양한 옷차림, 외교관부터 외국인노동자까지 다양한 부류와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모였다. 예배가 끝난 뒤 신도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인사를 나누고 얘기꽃을 피웠다. 시끌벅적한 시장통 같은 분위기가 무섭도록 경건한 예배실 내의 분위기와 사뭇 대비됐다.
합동예배를 제외한 예배에는 20여명의 신도들이 찾아 기도를 올렸고, 간간이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나다 들러 성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곤 했다. 남녀의 구별이 정확한 종교라 호기심에 예배실로 들어서려는 여성은 번번이 저지당했다. 여성들이 들어갈 수 있는 예배실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성원에서 만난 모슬렘들은 비모슬렘 한국인의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안타까워했다. 압둘 아라사크씨는 “이슬람은 과격하고 호전적인 테러 집단이 아니다. ‘코란’과 예언자 마호메트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를 실천하는 모슬렘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파키스탄인 동료를 통해 이슬람을 받아들인 심성오씨는 “서구의 범죄는 기독교나 가톨릭과 연결시키지 않으면서 이슬람국들이 많은 중동지역의 범죄는 이슬람과 너무도 쉽게 결부시킨다”며 이중적 잣대를 지적하고 “테러와 같은 범죄행위는 코란의 가르침, 즉 이슬람 가치에 완벽하게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다처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나즈물 하산씨는 “코란에서는 여러 가지 조건 속에 네 명까지 아내를 허락하지만 모든 아내에게 똑같이 공평하게 대하지 못할 거라면 오직 한 여성과 결혼할 것을 명시해 사실상 대부분이 일부일처”라고 했다. “남녀의 구분이 있을 뿐 평등한 권리를 코란에 명시하고 있다”고 여성차별적 종교라는 인식에 대해 반박했다.
국내 모슬렘은 한국인 3만5천명, 외국인 8만명 정도다. 1천만명에 육박하는 국내 가톨릭이나 기독교인 수에 비해 초라하지만 종교에 대한 신념과 자긍심만은 대단했다. 이슬람이 종교이자 생활방식인 모슬렘들은 세상의 온갖 유혹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며 코란이 제시하는 바른길로 가기 위해 매일 자신과의 지하드(聖戰)를 치르고 있었다.
〈사진·글 강윤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