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저작권 파파라치’ 주의보…수천만원 날벼락

홈페이지 데이터를 복구하는 소규모 업체를 운영 중인 배모씨(45)는 지난해 12월 당혹스러운 우편물을 받았다. 우편물에는 배씨의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콘텐츠가 미국의 유명 미디어그룹 ㅅ사의 것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저작권료를 내라는 내용증명이 담겨있었다.

누리꾼 ‘저작권 파파라치’ 주의보…수천만원 날벼락

저작권료도 엄청났다. 2002년부터 42개월간의 저작권료를 월 100만원씩 계산, 총 4200만원을 청구한 것이다. 직원 2명뿐인 영세업체여서 지불능력이 없는 점이 감안돼 다행히 돈을 내지 않고 무마됐지만 배씨는 “4년 전의 콘텐츠까지 캡처, 첨부해서 보낸 것을 보면 미국의 저작권자가 한국의 영세업체를 ‘갈취’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ㅅ사의 한국 지사 측은 이에 대해 “저작권 침해 사례를 적발하라는 것은 미국 본사의 지침”이라며 “관련 건은 한국의 법률대행사에 완전히 위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저작권 보호 개념에 철저한 미국 기업들은 자사 콘텐츠의 무단 도용을 막기 위해 현지의 저작권 전문 법률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이른바 전문 ‘저작권 파파라치’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계기로 미국 기업들이 국내로 대거 진출하게 되면 미국 기업을 전담하는 저작권 파파라치 시장이 활개칠 것으로 전망했다. 배씨처럼 멋모르고 인터넷 상의 콘텐츠를 무단 도용하다 거액의 저작권료는 물론 소송에 휘말리는 네티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이호흥 책임연구원은 “현재까지 외국 기업에 의해 저작권 심의조정이나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면서 “하지만 향후 미국 기업의 저작권료나 합의금을 요구하는 저작권 파파라치 시장이 대규모로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ㅅ사의 저작권을 담당하고 있는 ㅎ법률대행사측은 저작권 보호 개념이 강한 미국 기업이 자사의 저작권 침해 적발에 적극적인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ㅎ사 담당사무장 권모씨는 “미국에 기생하는 한국의 법무법인도 많이 생겨날 것”이라며 “결국 미국 기업만 살찌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 FTA가 정식 발효되면 저작권 침해에 대한 적발과 처벌이 매우 용이해진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20년 연장되고, 영리·상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면 피해자의 고소·고발이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다. 또 저작권자가 포털 등 온라인서비스 제공업체에 저작권 침해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한국사이버대 김은기 교수(법학과)는 “저작권 위반자를 적발하는 수법도 점점 진화할 것이고 결국 한국의 네티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될 것”이라며 “요즘 UCC 등 네티즌들의 활발한 콘텐츠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자리잡게 하기 위한 교육, 홍보, 인식 전환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고은기자 freetr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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