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아프간 침공 6년…‘제2 이라크전’ 되나

2001년 10월 각국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며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군은 두달 만에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켰다. 압제에 시달리던 대부분의 아프간 주민들은 미군을 해방군으로 받아들였고, 국가재건의 꿈이 부풀었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들이 여유 있게 산책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로부터 6년. 아프간이 어떻게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테러가 갈수록 빈발하는 ‘제2의 이라크’로 전락했는가.

美의 아프간 침공 6년…‘제2 이라크전’ 되나

2002년 전체 다국적군의 사망자가 80명에도 미치지 않았던 아프간에서는 올해 7개월 동안에만 120여명이 희생됐다. 매일 이라크 전황을 중계하던 미국 언론도 비로소 조지 부시 행정부의 아프간 실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12일 두 쪽을 할애해 아프간에서의 ‘좋은 전쟁’이 어떻게 악화됐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9·11테러와 아무 상관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진 이라크 침공이 왜곡된 정보판단에서 나왔듯이, 미국의 아프간 실책도 부실한 정보보고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과 카불, 아프간 평화유지 임무를 맡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브뤼셀 본부 전·현직 관계자 수십 명을 인터뷰한 결과다.

침공 두 달도 안돼 카불에 입성한 미국은 탈레반이 궤멸됐다고 판단했다.

중앙정보국(CIA) 전문가들과 아프간 침공 임무를 완수했던 특수군 엘리트부대들이 모두 다음 전쟁터인 이라크로 이동했다.

2002년 미국은 불과 8000명의 병력만을 아프간에 남겼다. 국가재건과 평화유지 임무는 나토 회원국들에 분산됐다. 첫번째 실수였다. 테러와의 전쟁의 주 전선에 통합사령부를 없앤 것이다.

더 큰 실패는 ‘민사(民事)’ 작전에서 나왔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4월 버지니아 군사학교 연설에서 아프간에 ‘마셜플랜’을 실시하겠다고 공표했다.

아프간 주민들은 환호했고 카르자이 대통령은 같은해 6월 아프간 지역맹주들의 회의에서 정부수반으로 지명됐다. 하지만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마셜플랜은 허언에 불과했다.

아프간인 1인당 원조 규모가 보스니아나 코소보, 아이티보다 적었다. 연평균 34억달러의 재건 비용은 이라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민심이 등을 돌린 카르자이 대통령은 ‘카불 시장’으로 전락했다.

여기에 미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민간인들의 피해가 급증하면서 민심은 반미는 물론, 반서방으로 돌아섰다. 올해만 민간인 300~500명이 숨졌다. 민간인 피해는 증오의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아프간이야말로 테러전쟁의 최일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부시 행정부는 여전히 이라크 수렁에 깊숙이 담근 발을 빼지 않고 있다.

〈워싱턴|김진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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