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마이 파더’ 주연 다니엘 헤니 “하루 14시간 눈물”

아무도 다니엘 헤니(27)가 ‘연기’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굳이 몸을 쓰거나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 그냥 번듯이 선 채 미소만 지어도 많은 이를 기쁘게 하는 ‘조각 미남’이기 때문이다.

[피플]‘마이 파더’ 주연 다니엘 헤니 “하루 14시간 눈물”

그러나 6일 개봉하는 ‘마이 파더’(감독 황동혁)에서 다니엘 헤니는 연기한다. 베테랑 김영철과 감정의 덩어리를 나눌 때도 자기 몫을 똑똑하게 챙긴다. 순박한 시골 청년 같은 미소를 짓다가 감당하기 힘든 배신감에 격렬히 떨기도 한다. 간혹 더듬더듬 쓰는 한국어 대사에도 진심이 묻어 있는 듯 들린다.

“‘내 이름은 김삼순’ ‘미스터 로빈 꼬시기’는 캐릭터 위주 작품이었는데, ‘마이 파더’엔 진짜 감정이 담겼어요. 커다란 화면에 주름살이 보이고 울 때는 콧물이 줄줄 흐르는데 저도 보기 힘들더라고요(웃음).”

‘마이 파더’는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주한미군으로 자원해 친부모를 찾아나선 에런 베이츠의 실화를 각색한 영화다. 하나 가까스로 찾은 아버지는 살인죄를 지은 뒤 사형을 기다리는 수인이었다. 당시 언론은 교도소에서 어색한 자세로 아버지께 큰 절을 올리는 에런 베이츠의 모습을 크게 보도했다.

그러나 영화는 친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그 이후의 감정 변화에 집중한다. 영화 속 제임스 파커는 사람들에게 떼밀리듯이 아버지와 재회했지만, 자주 면회를 가며 차츰 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친아버지는 예상치 못한 비밀을 숨기고 있었고, 뒤늦게 비밀을 안 제임스는 혼란스러워한다. ‘말아톤’으로 실화 소재 영화 각색에 좋은 솜씨를 보였던 제작사 시네라인(주)인네트와 신인 황동혁 감독은 이번에도 이야기와 감정의 조각들을 무리하지 않게 차분히 쌓아나간다.

헤니는 “영화 속 제임스는 매우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우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 하루에 14시간씩 눈물을 흘려야 할 때도 있었는데, 나중엔 눈물이 말라 탈진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입양된 제임스는 좋은 양부모를 만나 자랐지만, 주류 백인 사회에 깊숙하게 들어가지는 못한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영국인 아버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헤니는 어땠을까. 그는 “인구 1100여 명에 불과한 미시간주의 소도시에서 자랐는데, 동양계라고는 어머니와 나 둘뿐이었다”고 말했다. 헤니의 성장 배경은 제임스라는 캐릭터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영어를 말하지만, 한국어를 듣고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한국어로 던지는 기자의 질문을 대부분 이해했다. 헤니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남자보다 여자의 한국어가 알아듣기 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여배우와 함께 연기했던 이전 작품과 달리, ‘마이 파더’에서는 대부분의 배우가 남자였기에 한국어 듣기 실력도 크게 향상됐다고 전했다. 많은 여성팬들이 궁금해할 ‘여성관’을 묻자, “백인보다는 한국 여성에게 훨씬 끌린다”고 밝혔다. ‘립서비스’인가 의심했는데, 진심을 말하는 기색이었다. 로스앤젤레스를 거닐면 한국, 일본, 중국인을 거의 구분할 수 있고, “그중에서도 한국 여자가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고향 미시간에서 우연히 한국 사람을 만나면 괜히 말이라도 붙여봐야 할 것 같은 충동이 든다”며 웃었다.

헤니는 최근 불거진 학력 논란에 대해서 “대학 시절 농구선수로 뛰면서 오프 시즌에 다른 대학 학생들과 농구를 한 적이 있다는 말이 와전됐다”며 “미리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글 백승찬·사진 박재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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