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일 卞·申씨 ‘뒷북수사’ 법정공방 불꽃 예고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사진 왼쪽)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1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부지원 형사 304호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변전실장은 이날 오후 4시, 신씨는 오후 2시에 같은 법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김정근기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사진 왼쪽)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1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부지원 형사 304호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변전실장은 이날 오후 4시, 신씨는 오후 2시에 같은 법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김정근기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11일 동시에 실시되면서 80여일간 끌어온 검찰 수사가 일단락됐다.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유력 공직자와 미모의 여교수간 권력형 게이트로 보고 검찰의 자존심인 대검 중수부 인력까지 투입해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수사결과는 검찰이 들인 공이 민망할 정도로 초라하다.

◇뒷북·부실수사 비난=신씨가 ‘미술계 신데렐라’로 성장하는 데는 변전실장의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지난 7월초부터 제기됐지만 검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허위학력으로 교수가 된 것이 문제가 되자 동국대는 신씨를 고소(7월23일)했고, 광주비엔날레재단도 수사를 의뢰했다. 고소 등으로 변전실장과 신씨에 대한 수사가 가능해졌지만 검찰은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신씨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는 9월5일에 시작됐다. 이 사이 신씨는 미국으로 도피했다. 변전실장에 대한 압수수색도 영장기각으로 한차례 무산되면서 9월16일에야 실시됐다. 그나마 검찰이 필요로 하던 변전실장에 대한 컴퓨터 등 물증확보는 실패했다. 사건의 핵심 당사자 2명이 검찰 수사에 대비할 수 있는 빌미를 검찰이 제공한 것이다.

또 신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신씨를 구속시킬 만한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 폭넓은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변전실장 외에 신씨를 비호한 고위인사가 더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

◇치열한 법정공방 예상=검찰은 변전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특이한 논리를 동원했다. 검찰은 변전실장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면서 ‘동국대가 신씨에게 준 월급은 뇌물이며, 신·변씨 두 사람은 연인관계의 공범이기 때문에 돈은 변전실장이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를 폈다. 또 성곡미술관에 대한 후원금 역시 변전실장이 기업체에 압력을 넣은 뒤 신씨가 챙겼기 때문에 ‘제3자 뇌물수수’에 해당한다며 혐의내용에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반응이 많다.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얻은 교수지위 자체를 뇌물로 볼 수는 있으나 근로의 대가로 받은 급여를 뇌물로 보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제3자 뇌물수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변전실장이 기업체로부터 업무와 관련한 청탁을 받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역이 드러난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증거확보 등에 난항을 겪은 검찰이 변전실장 사법처리를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변전실장이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스님의 흥덕사에 특별교부금 10억원을 우회지원한 것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씨 수사에선 성과가 있었다. 검찰은 신씨가 성곡미술관 기업체 후원금과 조형물 설치 알선 수수료를 개인적으로 횡령한 것을 밝혀냈다. 또 ▲기획예산처에 그림을 구입해 주고 1점을 빼돌리고 ▲직업·수입을 속이고 법원에서 개인회생절차 허가를 받고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특별사면에 포함되도록 도와주고 2000만원을 받은 사실 등도 확인했다.

◇또 다른 뇌관=신씨의 횡령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62억원에 대한 출처조사가 큰 관심이다. 검찰은 김전회장의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출처를 캐고 있다. 이 돈이 공적자금을 빼돌린 비자금일 경우 서부지검에서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면 대검중수부가 수사를 맡게 된다. 또 신씨가 횡령한 돈을 상납했다고 주장하는 박문순 성곡미술관장, 신씨 교수임용 및 비호의 대가로 정부예산을 지원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영배스님과 홍기삼 전 총장에 대한 수사도 필요한 상황이다.

〈조현철기자 cho197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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