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저작권 쓰나미’…3~4년 지나 “합의금 내라”

중학교 1학년 이모군(12)은 얼마전 난생 처음 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한 법무법인이 이군을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웹하드에서 무협소설을 내려받아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렸던 것이 화근이었다. 합의금 60만원을 주고 마무리했지만 이군은 당시 사건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인터넷에 ‘저작권 쓰나미’…3~4년 지나 “합의금 내라”

지난달 15일 전남 담양에서는 인터넷 소설을 내려받은 고교 1학년생 송모군(16)이 같은 혐의로 고소당해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들은 후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인터넷에는 ‘저작권 자살’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인터넷 공간에 ‘저작권 쓰나미’가 강타하고 있다. 3년 전 무심코 내려받은 영화 1편 때문에 80만원을 합의금으로 줘야 했다느니, 블로그에 게시한 웹만화 때문에 100만원을 물어주었다는 등의 ‘괴담’이 돌고 있다. 2006년 개정된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공연·공중송신·전시·배포·대여·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에는 저작권 관련 고소가 한달 평균 300~500건, 많게는 1000건이 넘게 접수되고 있다. 주로 저작권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법무법인이 고소장을 낸 후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식이다. 고소 대상의 60~70%는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이다.

법무법인은 중·고생은 60만원, 대학생 80만원, 일반인의 경우 100만원까지 합의금을 요구한다. 경찰 관계자는 “법무법인들은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해 공유사이트, 포털, 카페, 개인블로그까지 검색해 기업형으로 단속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저작권법이 변호사만 배불리는 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법무법인은 저작권자로부터 위임조차 받지 않고 멋대로 고소를 일삼다가 한국대중문학협회 소속 작가 8명으로부터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로 했다. 저작권 위반자들은 대부분 영화 한두편을 내려받은 개인 이용자들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음원이나 영화 등을 대량으로 업로드하거나 불법 저작물 유통을 주선하는 P2P업체나 포털 등은 거의 적발되지 않고 있다.

블로그, UCC 등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하는 웹 2.0환경에서 저작권 적용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많다.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혐의를 놓고도 저작권법률상담위원회와 문화관광부의 해석이 다르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평을 위해 스크린샷을 사용할 경우 문제가 되느냐’에 대한 질문에 위원회 상담실에서는 “단 한장을 올려도 저작권 침해가 된다”고 대답한 반면, 문광부는 “비평글 같은 데 인용하는 건 28조에 의해 면책된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정비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문화관광부 저작권산업팀 윤태욱 사무관은 고소 남발 문제에 대해 “초범이거나 사안이 경미할 경우, 청소년이면 8시간 저작권 교육을 받게 하고 기소유예하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판도라 TV 박준상 홍보팀장은 “기존 콘텐츠의 인용이나 재창작, 패러디 등을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안민호 교수도 “기존의 저작권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웹2.0환경 구현이 불가능하다”며 “법 개정 이전에 저작권자들 스스로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저작권을 배타적으로 주장하지 않는 CCL(Creative Commons License : 창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을 장려하되, 저작자의 필요에 따라 선택한 부분의 권리는 보호받을 수 있는 저작권 표시 방법)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보호센터 조일출 기획연구팀장은 온라인서비스 업체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원작자에게 이윤을 나눠줄 수 있는 기능을 서비스에 추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다슬·박수정·박홍두기자 amorfa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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