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칼럼

MB노믹스와 신자유주의

[이해영칼럼]MB노믹스와 신자유주의

바뀔 정부의 국정철학이 ‘포용적 자유주의’ ‘창조적 실용주의’라 한다. 이명박 시대가 열리면서 ‘기회주의’의 다른 이름으로도 사용되었던 실용주의가 시대의 화두가 된 듯싶다. 그래서 정권 교체기가 되면 전국민이 잠시 ‘기회주의’의 마법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 아무래도 실용주의보다 더 비중 있게 들리는 것이 자유주의라는 말이다. 적어도 그 경제정책에 있어 한 번도 자유주의적이지 않은 적이 없는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내놓고 자유주의를 표방한 최초의 정부가 이명박정부가 아닐까 싶다.

- 철저한 親기업 마인드 -

이명박정부의 새로움은 우리 역사에서 최초로 ‘전면적 신자유주의’ 정부가 출범한 데 있다. 그런 한에 있어 이명박정부는 한편으로 과거 박정희정권이나 1980년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정권 등과 분명히 구별되는 ‘신’보수 정권이다. 선거 캠페인 중에 대중의 박정희 향수를 은근히 동원했을지라도 박정희정권과는 분명히 다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이명박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를 도입한 김대중정부, 그것을 그대로 계승한 노무현정부와도 구분되는 신자유주의 정권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신자유주의란 무엇일까. 미국과 유럽의 경험에서 볼 때 그것은 몇 가지 일관된 흐름을 갖는다. 첫째, 규제 완화 및 철폐이다. 당장 이명박정부에서 출자총액 제한, 금산 분리,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이 이미 도마에 올라 있다. 둘째, 공기업의 민영화이다. 김대중정부 이후 해왔던 것이지만 지금까지와는 그 규모와 강도가 다를 것이다. 셋째, 노동시장의 유연화이다. 말 그대로 ‘기업친화적인(business-friendly)’ 노동정책과 준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노조 길들이기는 이미 예고되어 있다. 넷째, 감세정책이다.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인세 인하는 이명박정부의 공약이었다. 다섯째, 복지예산의 축소이다. 여섯째, 작은 정부론이다. 이미 정부 조직 축소 논의가 진행 중이다.

‘7·4·7’ 공약과 더불어 이명박 당선자가 박근혜 후보의 대표 공약에서 가져온 이른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 공약 또한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마인드에서 나온 정책이다. 부동산과 관련된 이명박정부의 공급 중심 접근법 역시 이미 1980년대 미 레이건 대통령 시절 ‘공급중심 경제학(supply-side economics)’, 곧 철저하게 시장의 공급자인 기업 위주의 경제학을 연상시킨다. 공급경제학의 기본 가정에 따르면, 마치 ‘물방울이 흘러 내리듯’(trickle-down) 기업에 대한 세금 감축이 투자를 촉진하고, 이것이 생산성 증대와 경제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를 제외하고 본다면, 이명박정부의 경제 정책은 8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실험된 신자유주의 정책 아젠다와 하나에서 열까지 거의 판박이다. 김대중, 노무현정부의 신자유주의가 지지자의 성향상 그나마 좀 미온적인, 그래서 갈팡질팡하는 것으로 보였던 ‘좌파 신자유주의’였다면, 앞으로 우리가 이명박정부에서 보게 될 신자유주의는 그보다 훨씬 화끈한, 제대로 된(?) 신자유주의라 하겠다.

- 양극화 심화 부를수도 -

그런데 문제는 서구 사회가 앓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결과이다. 지나친 기업위주 정책이 비정규직의 확산과 만성 실업을 낳았고, 사회 양극화의 심화와 새로운 빈곤을 초래하였다. ‘고용 없는 성장’은 신자유주의가 세계화된 결과 가운데 하나였다. ‘온정적’ 혹은 ’따뜻한’ 보수주의를 표방하고 출범한 미국의 부시 정부, 누구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했고 감세에 적극적이었던 부시 임기 동안, 서민의 실질임금은 그대로인데 상위 계층 0.1%의 실질소득은 51%, 기업이윤은 72%나 증가했음에 유의해야 한다.

무자년 새해, 엠비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과하면 민생은 ‘언프렌들리’다

〈한신대교수 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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