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따라 드러나는 궁금했던 허경영의 과거읽음

이용욱 기자

‘두차례 결혼경력이 있는 월남전 참전 용사(?)’

지난 대선에서 튀는 공약과 발언 등을 앞세워 비주류 후보로는 적지 않은 9만6756표(0.4%)를 얻은 허경영씨(58·경제공화당 총재)의 베일에 가려졌던 과거가 벗겨지고 있다. ‘결혼수당 1억원 지급’ ‘유엔본부 판문점 이전’ 등 튀는 공약에 IQ가 430이고, 축지법·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는 말을 쏟아내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허씨. 대선 후에는 각종 방송에 출연하면서 인기가 치솟기도 했다.

검찰 수사따라 드러나는 궁금했던 허경영의 과거

하지만 검찰이 ‘부시 미 대통령 등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했으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설을 퍼뜨려 박전대표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면서 지난 23일 그를 구속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궁금했던 그의 이력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대선에만 두차례(1997·2007년) 출마했지만, 그의 이력은 베일에 가려 있었다. 당국을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는 1947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50년초 겨울 중랑교 다리 밑 가마니 움막에서 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서전적인 책이라는 ‘무궁화 꽃은 지지 않았다’에서 아버지인 허남권씨(1918~50)가 GS그룹의 일가가 되는 허정구씨의 조카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당국에 따르면 그는 서울신학교(66~68년)를 중퇴했으며, 72~73년에는 월남전에 참전한 것으로 돼 있다. 시기는 분명치 않지만 방송통신대 법학과 졸업, 동국대 행정대학원 수료(77~79년)도 정부가 파악하는 경력에 포함됐다. 그는 “69년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할 때까지 비공식적 정책보좌역을 맡았고, 당시 박전대표와 혼담이 오갔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 근무경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94년부터 광고대행사를 운영했으며, 본적지가 서울 은평구로 돼 있다는 정도가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다.

그가 외부로 드러난 것은 97년 11월26일 15대 대선 공화당 대선후보로 후보 등록을 하면서부터다. 이때 그는 9억90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으며, 0.2%의 득표를 했다. 2004년 10월엔 “가수 조용필씨의 부인인 고(故) 안진현씨에게 동양화 매매대금을 받지 못했다”면서 조씨를 상대로 50만달러의 매매대금 청구소송을 냈으나, 재판부로부터 ‘원고의 주장은 허위로 판단된다’며 패소판결을 받기도 했다.

허씨가 유명세를 탄 것은 오히려 대선 이후다. 선거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그의 기이한 언행과 공약에 대해 “황당하지만 재밌다”면서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 진정한 거짓말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고 관심을 보였다. 각종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만만찮은 입담을 과시했다. 4·9 총선에 출마해 국회에 진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허경영씨가 대선 후인 지난 15일 케이블TV 채널 tvN에 출연, 직접 자세를 잡으며 축지법 시범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공중부양은 물론 외계인과의 교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br /><경향신문 자료사진>

허경영씨가 대선 후인 지난 15일 케이블TV 채널 tvN에 출연, 직접 자세를 잡으며 축지법 시범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공중부양은 물론 외계인과의 교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MBC ‘PD수첩’은 두차례에 걸쳐 그의 실체를 공개했다. 그는 자신이 금욕주의자이며 미혼이라고 주장했지만, 방송은 “허씨가 최소 두번 이상 결혼했으며 2남1녀를 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는 제보자들의 목소리를 방송했다. 방송은 그가 “10억원을 주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시켜주겠다”는 모습을 방영했고, 허씨와 박전대표와의 결혼설을 보도한 무가지는 경제공화당과 같은 건물이 주소지로 돼 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허씨를 둘러싼 갖가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23일 허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남부지법 김선일 판사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선거에 이용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다가오는 총선에 국민을 미혹해 새로운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고 구속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허씨가 선거기간 중 제시했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찍은 사진도 합성이며, 부시 대통령에게서 유엔 사무총장직을 제안받았다는 주장도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문이 커지자 허씨 스스로도 발을 뺐다. 그는 검찰에 구속되기 전인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박전대표와) 결혼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박전대표의 사상과 철학을 좋아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무가지에 과장광고가 실린 것은 단순한 신문기사일 뿐 나와는 관계가 없다”고도 했다.

정치컨설팅 회사인 폴컴 윤경주 대표는 “허씨는 정치 비꼬기나 풍자를 한 것이 아니라 희화화시켰다고 본다”며 “확대재생산시킨 일부 TV나 인터넷도 문제가 있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좀더 책임있고 적극적인 자세로 걸러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정치 무관심이 ‘허경영 신드롬’이라는 왜곡된 사회현상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 이용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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