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제 몸 실망할까봐 사우나도 못가요”

기자

1998년 5월 ‘요정’처럼 나타난 4인조 여성그룹 ‘핑클’. 그 가운데 생글생글 눈웃음을 치던 ‘한 소녀’가 어느새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성장, 데뷔 10돌을 맞았다. 가수 이효리(사진)다. 그는 18일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다시 태어나도 댄스가수를 하겠다”고 단언했다.

이효리 “제 몸 실망할까봐 사우나도 못가요”

“이제부터 30대에 맞는 댄스 음악과 MC, 연기 활동으로 ‘국민들의 친구’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그동안 머릿속에 라이벌을 두지 않았는데 지난해 연기를 잘해 칸에서 상을 받은 전도연씨가 가장 부럽더군요. 조연부터 탄탄히 다져 연기력을 인정 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연기에 주력할 것임을 내비쳤다. 또 “팬들의 사랑을 갚기 위해, 조만간 구체적인 사회봉사 계획을 세워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고 동물 보호에도 뜻을 같이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듯 내내 진중한 말투였지만 종종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이효리와의 일문 일답.

-지난 10년을 평가한다면.

“정말 감사드려요. 몇 년 만에 신문과 인터뷰합니다. 올해 서른살이 됐어요. 10년 동안 순탄한 길을 걸으며 돈도 많이 벌고 상(賞)도 많이 받았지만, 골목에서 나이 드신 할머니께서 저를 알아봐주시는 것처럼 작고 사소한 기쁨들로 더 행복했어요. ‘핑클’이 당시 H.O.T, SES, 젝스키스에 이어 4번째 나온 기획형 그룹이라서 연착륙이 쉬웠죠. 그러나 4명이어서 하지 못했던 음악을 하고 싶어서 2003년 솔로로 독립했습니다. 성공 요인은 낙천적이고 꾸밈없는 제 성격과 팬들의 사랑 덕분이죠. 안 믿으실지 모르지만 몸매며, 이미지 관리를 위해 나름대로 많이 고생했답니다. 사생활 면에서도 큰 사건 없이 지내왔다고 자평해요. 그래서 이 험난한 시장에서 10년을 버틴 것이죠.”

이효리 “제 몸 실망할까봐 사우나도 못가요”

-‘섹시아이콘’ 이미지로 CF에서 활동이 두드러졌는데요.

“체질상 가수만 하고 싶진 않았어요. 가요계의 불황도 이유였고요. 사실 제 신체의 장점이 있긴한데, 100% 훌륭하진 않아요. 너무 ‘섹시스타’로 몰고가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는데, 과장 됐어요. 제 몸을 보면 실망할까봐 대중사우나에도 못간다니까요(웃음). 2003년 이후 화두였던 ‘몸짱 열풍’ 덕을 봤죠. CF는 10년 동안 50개 이상 한 것 같습니다. 많죠? 최근에 나간 소주 CF는 촌스럽다고 말들이 많아요. 하지만 소주엔 그게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항상 멋있는 이미지보다 다양한 모습이 좋으니까요. 제가 출연한 광고 제품 판매량이 쑥쑥 오르면 괜찮은 거잖아요.”

-‘주식회사 이효리’로 불리는데, 그간 얼마나 벌었고 어떻게 관리하나요.

“하고 싶은 것 할 만큼 많이 벌었습니다. 예전에는 부모님께서 관리했는데, 요즘은 제가 해요. 엄마가 충남 천안에 땅을 사둔 게 있고요. 그외 구입한 건물은 없어요. 저는 해외 펀드와 국내 펀드에 분산 투자하고 있어요. (머쓱한 표정으로) 투자 전문가는 아니지만 위험을 줄이려고요. 앞으로도 쓰고 싶은 만큼, 가족과 같이 나눠 다 쓸 수 있는 만큼만 벌고 싶습니다. 최근 기름띠로 뒤덮인 태안에 봉사활동 가려고 했는데 시기를 놓쳤어요. 이런저런 시선 때문에 좀 망설이다보니…. 달려가서 팔 겉어붙이고 도와주고 싶었는데.”

-몇 년 전 강금실 법무장관이 ‘강효리’로 불렸는데, 기분이 어땠나요?

“(미소 지으며) 놀랐어요. 내가 ‘대명사’가 될 수도 있구나 생각했죠. 강장관님 꼭 한번 뵙고 싶어요. 사람들이 후배 댄스가수들에게 ‘제2의 이효리’라 부를 때는 좀 짜증났어요. 데뷔전 고교생일 때는 제 우상이 H.O.T였죠. 지금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란 책을 쓰신 한비야씨랍니다. 그 책 다 읽었는데, 나도 모두 던지고 그렇게 살수도 있을까 생각했죠. 꼭 만나서 밝은 얘기를 많이 나누고 싶어요.”

-앞으로 추구할 음악과 활동 방향은?

“댄스음악을 계속할 겁니다. 오는 5~6월 중 솔로 3집이 나와요. 예전에는 악기 사용이 많고 현란한 느낌의 빠른 비트였죠. 3집은 어쿠스틱한 느낌을 살리고 보이스도 심플해요. 해외 진출은 일본어나 영어가 잘 안돼 큰 비중을 두지 않아요. 지난 10년간 가수 반, MC 반, 연기 조금 이랬죠. 앞으로는 3대 3대 3으로 하려고요. 여전히 트렌드를 이끌고 스포츠와도 결합하고 싶고요. 이번에 미국 가서 농구경기를 봤는데, 그건 스포츠가 아니고 쇼였어요. 저, 연기 욕심도 많아요. 효리는 톱(주연)만 할 것이란 편견을 깨고 스토리가 탄탄한 영화와 드라마를 골라서 조연부터 시작할 겁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캐릭터가 딱이죠.”

이효리 “제 몸 실망할까봐 사우나도 못가요”

-서른이 되었는데, 인생 계획은?

“올해나 내년에 꼭 결혼하고 싶어요. (눈웃음을 지으며) 남자가 있어도 있다고 말 못하잖아요. 나이 차는 상관 없고 편안하고 서로의 일 존중해주는 친구 같은 남성이 좋아요. 유명인이나 연예인은 한쪽에 보살피지 못하는 그늘이 있기 때문에 싫고요. 전 순탄하고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원해요. 예식은 양가 가족친지만 모셔서 조용히 치르고 싶습니다. 남편 밥해주려면 이제 요리학원도 다녀야겠어요(웃음). 결혼 후에는 김원희 언니 같은 MC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연예인들이 쇼핑몰도 하고 사업도 많이 하는데 전 경영에는 관심 없어요. 한 인간으로서 순리를 따르면서 밝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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