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허탈한 목소리…청와대 재산공개 후폭풍

“우린 땅값 비싸 농사도 못지어”… 귀농 40대 농민 빈지태씨

도시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하다가 외환위기때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귀농했다. 농사 지어서 하루 먹고 사는 것도 힘들다. 원자재값과 비료값이 올라 타산이 안 맞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를 잡는다고 50개 품목을 정했는데 그 중에 열 몇 개가 농산물이다. 농산물 몇개 거론해 놓고 물가 잡는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농사 지으며 부모님 모시고 잘 살아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같으면 농촌으로 돌아온 내 자신이 너무 후회된다.

청와대 수석들과 장관들의 재산을 보고 허탈감밖에 안 든다. 죽을 때까지 한 푼 안쓰고 모아도 평생 모을 수 없는 돈을 가지고 있더라. 그 사람들 중에 땅 투기나 이런 것들로 의심되는 땅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던데 농민들은 농사 좀 지어보려고 해도 땅값이 비싸서 못 짓고 있다. 다른 농사를 좀 해보려고 해도 농사 지을 땅이 없다. 그 사람들은 농사도 안 지으면서 농지를 가지고 있다. 투기 한 거 뻔히 아는데 공직자들이, 그것도 돈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샀다? 이런 말을 믿어야 하나.

“등록금·취업난 고통 알긴 하나”… 88만원세대 대학생 곽효준씨

졸업을 1년 앞둔 지금 휴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남들은 빨리 졸업하여 취업하라고 하지만 졸업하고 싶어도 졸업하지 못하는 것이 내 또래 청년들의 현실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등록금에, 취업난에 걱정만 쌓여가고 있다.

청와대 수석들의 평균재산이 30억원을 넘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허탈했다. 매일 가격이 오른다는 지역의 부동산을 가진 고위공직자들을 보면서 ‘과연 이런 사람들이 나와 같은 청년들의 고통을 알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명박 정부가 대학 자율화를 명목으로 등록금 문제 해결을 등한시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었다. 30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비싼 등록금도 낼 수 있으니 이런 정책을 추진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돈많은 사람들 서민 이해할까”…비정규직 노동자 이경옥씨

난 서울 상계동에 산다. 뉴타운 때문에 집값 오른다고 하던데 올라봤자 이 집 판 돈으로 어디 가겠나. 강남으로 가겠나. 동료 중 누구는 집을 사긴 샀는데 파업 들어가면서 대출금을 못 갚아 팔고 서울 변두리로 나갔다. 서울에 집값들이 워낙 올라 전세도 없다. 주변 비정규직 동료들을 보면 전셋값이 너무 올라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 전셋값 1000만원 올리면 우리 월급으로 어디서 갑자기 그 돈을 만들겠나.

청와대 수석이고 내각이고 국정 관리자들이 그렇게 돈 많은 사람들이니 서민들의 마음을 알겠는가.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나 아는지 묻고 싶다. 비정규직이 어떻게 사는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삶이 어떤지 알고 있느냐고 묻고 싶다. 위장전입하고 투기해서 돈 버는 거 다 아는데 우리 비정규직들은 그럴 만한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작은 일터조차 지키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투기 한 건 해 몇십억원을 벌었다니 먼 나라 얘기다.

비정규직은 고용이 항상 불안하다.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의 경우 원청회사가 없어지면 당장 일자리를 잃는다. 쥐꼬리만한 월급인데 그나마 당장 내일 일자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이다. 이런 걸 그 돈 많은 분들이 아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