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은 거리의 음악 껍데기만 차용 씁쓸” 

글 이로사·사진 박재찬기자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펴낸 6人

한국 대중음악은 ‘기록’에 인색했다. 영화, 미술 등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그 역사를 찬찬히 정리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출판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는 눈에 띄는 성과다. 6명의 힙합 청년들이 모여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한국 힙합 15년의 역사를 꼼꼼히 기록했다. 꼬박 2년을 발로 뛰었다.

‘한국힙합…’은 한국힙합 음악의 탄생과 역사는 물론 비보이, 클럽, 패션, 먹고살기 등 총체적 ‘문화’로서의 힙합을 들여다본다. 왼쪽부터 윤호준·조일동·김봉현·최지호씨.

‘한국힙합…’은 한국힙합 음악의 탄생과 역사는 물론 비보이, 클럽, 패션, 먹고살기 등 총체적 ‘문화’로서의 힙합을 들여다본다. 왼쪽부터 윤호준·조일동·김봉현·최지호씨.

책의 저자 김봉현(블랙뮤직미디어 리드머 필진·25), 윤호준(음악취향Y 필진·33), 조일동(〃), 최지호(〃)를 만나 ‘한국 힙합’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주류 음악계에서 힙합 음악이 유행을 선도하게 됐는데도 힙합 음악의 표피만 차용한 대중 가수들만 이익을 가져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본질적인 힙합의 매력을 더 많은 이들이 알게 됐음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첫 국내 힙합 역사 기록물이다. 지금 한국 힙합의 역사를 정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 이유는.

조일동=록 음악을 좋아했던 세대다. 예전 음악을 다시 들으려면 10년도 안 됐는데 자료 구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한국 힙합 역시 더 늦어지면 록처럼 머리 속에서만 전설처럼 떠돌 것 같은 위기의식에 활자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봉현=이효리, 빅뱅 등 주류 음악계에서 흑인 음악이 열풍이다. 이제 대중들에게 힙합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시점이기도 하다.

-한국 힙합 음악의 시작은 누구로부터?

윤호준=최초의 랩은 ‘김삿갓’의 홍서범이다. 큰 의식은 없었지만 미국서 ‘뭐라고 떠드는(랩)’ 음악이 있더라 정도의 인식은 있었던 것 같다. 60년대 코미디언 서영춘이 유행시킨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 같은 형태를 랩으로 인정하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그건 동의할 수 없다(웃음).

최지호=1990년대 현진영, 이현도, 서태지와아이들이 ‘랩 댄스’ 음악을 통해 힙합의 초기 형태를 제시했다고 봤다. 전통적 힙합은 ‘돕사운즈’ ‘S&P’ 등 PC 통신을 중심으로 시작됐다고 정리했다.

-에픽하이, 김진표 등 ‘힙합 뮤지션’으로 불리우는 대중가수들은 종종 “니들이 무슨 힙합이냐”는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힙합이란 대체 뭔가.

김=정답은 없다. 장르가 뭐든 좋은 음악은 평가할 수 있다. 다른 음악 했다고 욕하는 건 리스너의 월권이다. 무엇보다 뮤지션 스스로가 ‘내가 힙합을 하고 있다’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광의의 힙합의 정신적 틀에 속하게 되는 것 같다.

최=힙합음악은 기본적으로 실제 연주가 아닌 ‘컷&페이스트(잘라붙이기)’의 작법 위에 랩이 들어가는 형식이다. 그러나 그 정의에만 매몰되면 음악의 재미는 역설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힙합=댄스음악'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그 인식을 탈피했나.

조=90년대 댄스 음악 중간에 랩이 들어가던 ‘랩댄스’ 형태의 가요가 일반화돼 그런 인식이 생겼다. 힙합 음악은 탄생부터 거리에서 춤추는 ‘댄스음악’이었다. 문제는 국내에서 댄스음악을 저급하게 보는 인식이다.

최=이 책만 해도 무수한 논란이 쏟아지고 있다. ‘힙합=댄스음악’의 1차원적 인식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이제 더이상 국내에서도 힙합음악이 낯설지 않다.

최=현재 한국 주류 음악의 근간은 흑인 음악이다. 외국에서 볼 때 ‘한국음악은 블랙뮤직, 일본음악은 록’ 하는 인식이 있을 정도다.

김=주류 음악에서 힙합이 흐름은 탔는데, 정작 자신이 ‘힙합을 하고 있다’ 생각하는 뮤지션들에겐 큰 이익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 명반으로 회자되는 음반을 낸 뮤지션들도 수입은 초라할 뿐이다. 안타깝다.

-앞으로 힙합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했으면 좋겠나.

김=주류 입성이나 대중화에 연연하지 말고, 다양성을 담보하고 깊이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성장해 나갔으면 한다.

최=듣도 보도 못한 신기한 힙합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조=길거리에서 놀았으면 좋겠다. 힙합은 원래 거리의 음악인데, 골방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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