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여당, 종교계마저 편가르기 나섰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어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진보 성향의 종교인 중심으로 꺼져가는 촛불을 되살리려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에 대한 솔직하고, 불편한 속내 토로다. 다른 한편으로 한승수 총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찾아 국정 정상화를 위한 교계의 도움을 요청했다. 한기총은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단체다. 한 총리가 전날 조계종 총무원장 면담을 추진하다 정권의 ‘기독교 편향’을 문제삼은 불교단체 회원들의 시위로 무산된 점을 감안할 때 일련의 여권 움직임은 종교계마저 편가르기에 나선 듯한 의혹이 짙다.

사실 ‘촛불 민심’에 대한 이 정권의 편가르기 시도는 지난달 12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 정체성’ 발언 이후 노골화돼온 바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검찰과 경찰은 ‘과격·폭력 시위’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이를 뒷받침할 정부 총동원 체제도 발령했다. 그런 가운데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HID)가 진보신당에 난입한 ‘백색테러’도 발생했다. HID 회원들은 당원들을 ‘빨갱이’라고 몰아세우며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 아직 배후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편가르기의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미국에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할 수 없는 이 정권으로선 계속되는 촛불시위를 ‘좌파세력의 대선 불복’으로 몰아 돌파구를 찾으려는 듯하다. 재협상 요구를 ‘반미’로 치부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한기총 내에서도 “제대로 국민을 이해시키지 못한 것은 정부 책임”이라는 소리가 나왔듯 이러한 접근 방식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이 정권이 분명히 명심할 것은 취임 100일 만에 10%대로 급락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 이면에는 ‘강·부·자’로 대변되는 내각의 치부와 무능·오만에 대한 국민의 심판도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쇠고기는 그러한 불만을 폭발시킨 뇌관 중 하나다. 대선에서 절대적 지지를 보낸 보수층의 이반보다 확실한 증거는 없다. 무능과 오만보다 더 한 것은 거짓이고, 편가름이다. 이 정권은 끝까지 고립과 소외의 길을 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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