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도 너무한 이 대통령의 막무가내 인사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난맥에 책임을 물어 경질했던 김중수 전 대통령 경제수석과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대사로 내정했다. 그것도 길게는 경질을 한 지 1개월 반, 짧게는 1개월도 되지 않아 다시 중용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한동안 ‘고소영 인사’ ‘강부자 인사’ ‘보은 인사’로 국민을 실망시키더니, 이제는 국정 실패의 주역들을 바로 다른 자리로 옮기는 막무가내식 인사로 허탈감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개각을 앞두고 가진 특별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반성의 뜻을 나타냈다. 심지어 그는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대통령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자신이 경질한 인사들을, 그것도 대국민 사과의 여음이 국민의 귀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어떻게 복귀시킬 수 있는가. 경질도 거짓이었고 사과도 거짓이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국민을 기만한 처사다.

전임 노무현 정권도 인사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노 전 대통령이 낙천인사와 낙선인사들을 내각 또는 공기업 책임자에 임명하자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노 정권의 인사를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 ‘코드 인사’ 등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최소한의 자숙 기간도 주지 않고 바로 경질 공직자들을 복귀시켰다는 점에서 그보다 질이 더욱 나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누구나 아는 얘기다. 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인사의 중요성을 수도 없이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인사를 할 때마다 파문이 이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국민의 눈에 대통령이 국정 수행보다는 자신의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불도저식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고 비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들 공직자의 능력을 얘기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이 대통령은 진정 대통령을 걱정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