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아름다운 밥상’ 펴낸 이경애씨

김석종 선임기자

자연·생명·우주가 담긴 절집의 소박한 토종맛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 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산사의 아름다운 밥상’ 펴낸 이경애씨

불교 공양게(供養偈)의 가르침이다. 이처럼 산사의 공양간은 겸허와 청빈으로 몸과 마음을 닦는 수행처이기도 했다. ‘산사의 아름다운 밥상’은 음식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는 산사의 공양 정신과 절집에 남아있는 우리 토종맛을 맛깔스러운 글 솜씨로 버무려낸 책이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서 ‘북촌생활사박물관’을 운영하는 이경애씨(55·사진)가 아직도 전통이 많이 남아있는 전국 12개 사찰을 찾아다니며 대표적인 사찰 음식 33가지와 조리법을 꼼꼼히 기록했다.

“공양간은 불교의 천지동근(天地同根) 만물일여(萬物一如) 사상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울력으로 직접 농사 짓고, 다듬고 조리하고 갈무리하는 공양간의 모든 일이 수행 과정입니다. 제 몸 위한답시고 비싼 돈으로 쓰레기 음식을 사 먹는 우매한 세상에 절집의 공양간 소식이 기특한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산사의 아름다운 밥상’ 펴낸 이경애씨

이씨는 “절집에서는 순리에 따라 검박하고 정갈하게 밥상을 차린다”면서 “밥과 나물 반찬 서너가지가 전부인 소박한 밥상이지만 그 안에는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제철 제땅에서 나는 식물들만큼 사람의 몸에 맞춰진 비료는 없습니다. 그것만 제대로 챙겨 먹으면 건강은 만사형통입니다.”(산청 금수암 대안스님·99쪽)

“청정한 재료로 담박하게 조리해서 간을 슴슴하게 맞추고 양은 약간 적은 듯 차려 천천히 감사한 마음으로 꼭꼭 씹어 먹으니 그야말로 위장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또 자연에도 좋은 식사 아니겠어요?”(서산 개심사 노보살·119쪽)

절집 반찬은 장아찌가 가장 많다. 온갖 재료들이 장아찌로 만들어진다. 선암사에서는 300년 넘은 매화나무 매실로 담근 ‘명품 장아찌’를 맛볼 수 있다. 김룡사의 쫄깃쫄깃한 가죽장아찌도 단연 군침을 돌게 한다. 곡성 관음사는 더덕 조림, 지리산 대원사는 상추 된장 초절임, 운길산 수종사는 청국장, 양구 흥덕사는 강원도식 막장, 수원 봉녕사의 전통식 동지팥죽이 특별식이다. 전통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비구니 선원 오대산 지장암에서는 브로콜리라는 외래종도 토종맛으로 바뀐다. 대원사 공양간에서는 신세대 스님들이 만들어내는 즉석김밥이 별미다.

이씨는 스님들이 뼈를 깎는 고행을 하는데도 장수하고, 정신이 맑은 까닭이 모두 사찰 음식 속에 그 해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하지권 작가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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