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리는 재개발·재건축 정책

中. 시공사 돈벌이로 전락

박재현기자

사업 독점… 공사비 부풀려 폭리 분양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건축경기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개발·재건축 등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개발·재건축이 건설경기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이면에는 이익 극대화를 위한 건설사들의 편법과 이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도사리고 있다.

4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가 2006~2007년 조합과 시공사 간 도급계약이 체결된 서울 8개 재개발 사업을 분석한 결과, 관리처분계획 시 확정된 공사비는 3.3㎡당 378만원으로 사업초기 시공사가 제시한 가격 260만원보다 46%(118만원)나 늘어났다. 총공사비로 따지면 1개 사업지당 평균 821억원이 상승한 것이다. 경실련은 건설사들이 이 가운데 210억원 정도는 과다계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민 울리는 재개발·재건축 정책]中. 시공사 돈벌이로 전락

건설사들이 이처럼 공사비를 제멋대로 높일 수 있는 것은 시공사 선정이 사업초기에 사실상 이뤄지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시공사 선정은 조합설립 이후 공개경쟁으로 선정해야 한다.

그러나 조합원들에게는 사업을 추진할 전문성과 비용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공사는 조합에 인허가 컨설팅뿐 아니라 운영비, 설계비 등 초기자금을 지원하고 이를 담보로 사업권을 따내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편법으로 사업을 따낸 시공사들은 초기 비용을 회수하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 건설비용을 높이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기사업 비용 조달을 위한 공공의 지원과 시공사 선정 시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법무법인 해냄 유주상 변호사는 “추진위 설립 단계부터 시공사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이 재개발·재건축 비리의 출발점”이라며 “국가나 지자체가 재정지원으로 초기자금을 충당하게 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방안은 이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시공사의 역할을 확대해 자신들의 이익만 늘리도록 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8·21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통해 재건축도 시공사 선정시기를 ‘사업승인 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 인가 이후’로 앞당겼다.

이에 따라 시공사가 사업을 독점할 수 있는 시점도 앞당겨져 시공사가 조합원들을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기 쉬워졌다.

정부는 또 중복심의를 줄여 사업기간을 단축한다는 명목으로 시공사 선정 전에 이뤄지던 건축계획을 시공사 선정 이후로 늦췄다. 사업초기에 구체적인 사업비를 산정하는 일이 아예 불가능해 진 것이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자기가 내야 할 돈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사업추진을 결정하고 시공사를 선정하게 되는 셈이어서 시공사의 입맛대로 사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조합과 시공사 간 이뤄지는 계약관행도 시공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지만 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앞에서 언급한 8개 사업지역의 도급계약서에는 ‘공사비 산출 내역서’ 없이 공사계약조건과 마감내역만 있을 뿐이었다.

경실련도시개혁센터 남은경 부장은 “결국 시공사가 정한 높은 건축비 부담을 덜기 위해 조합은 일반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높이고, 이는 다시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러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제도개선은커녕 ‘시공사의, 시공사에 의한, 시공사를 위한’ 사업으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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