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 박태우기자

금호강에 발을 씻고 장쾌하게 솟아 오르다

대구의 동북을 감싸고 있는 팔공산은 빼어난 산세에다 사찰과 암자 등이 곳곳에 있어 불교문화의 성지로 꼽히고 있다.

대구의 동북을 감싸고 있는 팔공산은 빼어난 산세에다 사찰과 암자 등이 곳곳에 있어 불교문화의 성지로 꼽히고 있다.

남쪽으로 힘차게 내달리던 태백산맥이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곳에서 우뚝 솟아올랐다. 바로 영남의 명산, 팔공산이다.

팔공산은 ‘정성을 다해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속설의 ‘팔공산 갓바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입시철 등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붐벼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들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다.

보통 사람들에겐 갓바위로 유명하지만, 등반객들에게는 장쾌한 산세의 맛을 전하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또 골짜기마다 동화사, 파계사, 부인사 등 천년고찰과 마애불, 탑 등이 들어차 불교문화의 성지로도 꼽힌다.

대구의 동북을 감싸안고 있는 팔공산은 행정구역상으로는 대구시 동구에 속한다. 하지만 경북 영천시, 경산시, 칠곡군, 군위군 등 4개 시·군과 접하고 있다. 전체 능선 길이가 20여㎞에 이르는 팔공산은 주봉인 비로봉을 사이에 두고 좌우에 동·서봉이 마치 날개를 퍼득이는 독수리 형상을 연상케 한다. 정상인 비로봉(1192m)이 군사기지로 쓰이면서 동봉(1167m)이 등산객이 오를 수 있는 최고봉이 되었다.

동봉에 올라서면 팔공산의 장쾌한 산세가 발아래 펼쳐지며 대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 남쪽의 비슬산과 대구의 동북을 휘감아 도는 금호강도 시야에 잡힌다. 갓바위에서 한티재 코스의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염불봉, 서봉, 파계봉 등이 기기묘묘한 자태를 뽐낸다. 봉우리마다 장엄한 풍광을 선사하면서 자연의 신비를 더해주고 있다.

팔공산은 계절마다 독특한 비경으로 연중 등산객을 유혹한다. 봄에는 진달래와 영산홍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여름이면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물이 더위를 식혀준다. 또 가을이면 곱게 물든 단풍이 진풍경을 연출하고, 겨울이면 장엄한 설경을 그려낸다. 특히 동화사~부인사~파계사로 이어지는 팔공산순환도로(16.3㎞)의 가로수는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단풍터널을 만들어 나들이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팔공산 허리를 감싸돌면서 꼬불꼬불 이어지는 이 순환도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팔공산 갓바위 불상에는 ‘정성을 다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속설 때문에 매월 초하루나 입시철 등에는 전국 각지에서 인파가 몰려든다.

팔공산 갓바위 불상에는 ‘정성을 다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속설 때문에 매월 초하루나 입시철 등에는 전국 각지에서 인파가 몰려든다.

팔공산은 빼어난 산세와 더불어 천년고찰, 각종 문화재 등 꼼꼼히 살펴볼 만한 것들도 많다. 동화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9교구 본사로 팔공산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신라 고찰로 입구에서 부드러운 표정으로 중생을 맞이하는 마애불좌상(보물 제243호)을 비롯, 7점의 보물을 소장하고 있다. 대웅전(보물 제1563호)은 뒤틀린 나무를 그대로 기둥으로 삼아 자연미를 한껏 살려 놓았다. 동화사는 올해 중국 요령성에서 열린 제5회 국제관광박람회에서 동아시아 10대 관광명소로 선정될 정도로 역사성과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7세기에 창건된 부인사는 선덕여왕과 인연이 깊다.

선덕여왕 당시 사세를 크게 떨친 부인사는 지금도 매년 3월 선덕여왕을 추모하는 숭모제를 지내고 있다. 부인사는 또 해인사의 팔만대장경보다 200년이나 앞선 것으로 알려진 초조대장경을 보관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팔공산을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관봉석조여래좌상(해발 851m, 보물 제431호)이다. 머리 위에 평평한 돌 하나를 갓처럼 쓰고 있어 갓바위로 더 잘 알려진 불상(높이 4m)이다.

동화사 집단시설지구에서 전망대(해발 820m)까지는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으며, 염불봉 아래 병풍바위에서는 암벽 등반 애호가들이 스릴을 만끽한다.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팔공산은 전통 수공예품이 보관된 송광매기념관을 비롯해 방짜유기박물관, 자연염색박물관 등 다양한 체험학습시설도 들어서 있다.

동화사 구간 등 6개 등산로…갓바위 오르면 대구 한눈에

팔공산은 동화사 코스, 갓바위 코스 등 6개의 등산로를 갖고 있다.

[한국의 숲, 한국의 명산](83)대구 팔공산

등산로별로 정상에 이르는 거리는 3~9.3㎞, 소요 시간은 2~6시간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구간마다 특색이 있어 등산객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적절한 코스를 고르면 된다.

가장 인기있는 코스는 경사가 완만하고 등산로가 잘 정비된 수태골 코스다. 수태골~암벽바위~철탑삼거리~동봉(3.5㎞)까지 약 2시간 소요된다. 수태골의 맑은 계곡물과 새소리, 바람소리가 어우러져 등반객을 설레게 한다.

동화사 코스는 불교문화 탐방코스로 각광을 받는다. 동화지구(탑골)~동화사~염불암~동봉(3.4㎞)까지 약 2시간. 입구에서 신라고찰 동화사를 관람한 뒤 부속암자인 부도암·양진암·내원암·염불암 등을 줄줄이 거친다. 정상인 동봉 200여m 아래에 있는 거대한 석조여래입상은 등산객들을 압도하며 경이로움마저 안긴다. 염불암에서 동봉으로 오르는 능선까지의 800여m 구간은 경사가 가파른 편이라 등산객들의 호흡을 거칠게 한다.

기도객이 주로 찾는 갓바위 코스도 빼놓을 수 없다. 갓바위 집단시설지구에서 관암사를 거쳐 1시간가량 오르면 당당하고 위엄을 갖춘 갓바위가 나타난다. 갓바위 가는 길은 돌계단, 철제난간 등으로 등산로가 정비돼 있어 노약자들도 오를 만하다. 갓바위에 오르면 탁트인 팔공산 전경과 함께 좌우로 대구시, 경산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을 즐겨 찾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갓바위~동봉 구간이 좋다. 노적봉~능성재~도마재를 거치는 능선을 따라 5시간 걷다보면 동봉에 이른다. 능선 구간마다 좌우로 장엄하게 펼쳐진 팔공산세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인사~성지골~삼성암~서봉 코스는 한적한 느낌을 줘 명상하기에 적절한 코스로 꼽히고 있다. 노약자, 어린이들은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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