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인류습격 뱀파이어와 한판승부

이영경 기자

델 토로 영화감독 첫 소설 ‘스트레인’ 펴내

▲스트레인…기예르모 델 토로·척 호건 | 문학동네

뱀파이어 3부작 중 첫번째 시리즈인 <스트레인>을 펴낸 멕시코 출신 영화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테러와 전염병의 공포로 가득한 미국 뉴욕 한복판에 현대적 뱀파이어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 Karolina Webb 제공

뱀파이어 3부작 중 첫번째 시리즈인 <스트레인>을 펴낸 멕시코 출신 영화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테러와 전염병의 공포로 가득한 미국 뉴욕 한복판에 현대적 뱀파이어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 Karolina Webb 제공

<미믹> <판의 미로> 등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감각적인 판타지 영화를 만들어온 멕시코 출신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45)가 첫번째 소설을 펴냈다.

그는 1897년 브람 스토커의 <드라큐라>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뱀파이어를 21세기 뉴욕 한복판에 복원해냈다. 뱀파이어가 지닌 ‘감염’의 공포와 뱀파이어를 추적하는 사람들이란 기본 서사틀은 유지하면서 역사적 맥락과 인물은 모두 새롭게 선보인다.

1940년대 전후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영화 <악마의 등뼈>와 <판의 미로>에서 보여주듯, 사회 문제와 환상을 결합시켜 영화로 만들어온 델 토로 감독은 소설에서도 그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로테스크하고 환상적인 이미지 속에 현대 사회의 어두운 문제를 솜씨 좋게 담아냈다. 최근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와 테러에 대한 공포, 대량학살과 피로 얼룩진 20세기 현대사의 어두운 기억이 버무려졌다.

[책과 삶]인류습격 뱀파이어와 한판승부

600년 만의 개기일식을 며칠 앞둔 2009년 여름 어느 날. 베를린에서 출발한 비행기 한 대가 뉴욕의 JFK 공항에 착륙한 직후 통신이 두절된다. 비행기의 승객과 승무원 전원은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러나 테러나 바이러스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뒤늦게 생존자 네 사람이 발견되고, 화물칸에는 썩은 흙으로 채워진 검은 나무상자가 발견된다. 그리고 개기일식이 시작되는 순간 나무상자는 사라지고, 첫번째 밤이 찾아오면서 부검실의 시체들이 하나둘 깨어난다. 뱀파이어는 그들이 생전에 사랑했던 이들을 찾아간다.

뱀파이어들을 추적하는 것은 미 연방 질병관리센터의 에프 굿웨더 박사와 나치의 학살을 견디고 살아남은 동유럽 민속학 교수 아브라함 세트라키안이다. 2차 대선 당시 폴란드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낮에는 나치의 학살을, 밤에는 뱀파이어의 습격을 목격했던 인물이다. 그는 최초의 일곱 뱀파이어인 ‘마스터’ 간의 균형이 깨져 곧 뱀파이어 간의 거대한 전쟁이 벌어질 것이고, 뉴욕의 감염은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굿웨더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뱀파이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뱀파이어와 인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공항 폐쇄, 인류 멸망의 위기를 앞두고 국가재난의 상황으로 치닫는 전개는 9·11 테러를 연상시키며 그날의 풍경을 되살려낸다. 뱀파이어들의 집단 서식지는 바로 붕괴된 국제무역센터 현장이다. 이렇게 작가는 20세기 유럽의 대량학살의 기억을 일깨우면서, 테러와 전염병이 만연한 현대사회의 위기와 불안을 그려낸다.

4년 전 뱀파이어 소설에 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델 토로 감독은 미국의 스릴러 작가 척 호건과 함께 ‘뱀파이어 3부작’을 구상하고 소설을 썼다. 델 토로는 스토리를, 척 호건은 인물을 구체화시켰다. 원고는 함께 번갈아가며 쓰고 교정했다고 한다. 시리즈의 2부 <추락>(가제)은 2010년에, 3부 <영원한 밤>(가제)은 2011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영화감독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델 토로 감독은 현재 뉴질랜드에서 영화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후속작이지만 시기적으로 앞선 이야기) 격인 영화 <호비트>를 촬영 중이다. 조영학 옮김. 전 2권. 각권 1만원

<이영경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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