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의 ‘제2구장’ 청주구장

조미덥기자

‘1년에 9일’ 한화 오는 날, 청주는 축제의 날

청주 시민들에게 한화가 오는 날은 축제와 같다. 사진은 지난 2일 한화-롯데 경기에 외야까지 빈틈 없이 관중이 들어찬 청주구장 모습. |한화이글스 제공.

청주 시민들에게 한화가 오는 날은 축제와 같다. 사진은 지난 2일 한화-롯데 경기에 외야까지 빈틈 없이 관중이 들어찬 청주구장 모습. |한화이글스 제공.

프로야구 한화의 ‘제2구장’인 청주구장. 1년에 9일, 한화가 오는 날엔 청주 전체가 지역 축제라도 맞은 양 야구로 들썩인다. 지난 2일 한화-롯데전이 열린 청주구장에 가려고 택시에 오르자 기사 전봉석씨(57)는 “나도 택시 하기 전에는 청주에 올 때마다 갔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한화가 오는 날이면 야구장에 가자는 손님이 꼭 몇 명씩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한화의 마지막 청주경기였던 이날 오후 1시. 경기가 시작하려면 4시간이 남았지만 청주구장 매표소 앞은 좋은 좌석을 차지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람들 옆으로는 통닭, 족발 등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일찌감치 줄지어 늘어섰다.

여자친구와 함께 땡볕에 앉아 매표를 기다리던 김남형씨(23)는 “작년에는 군 복무 중이었는데도 한화가 청주에 온다기에 휴가를 내고 왔었다”며 “마음 같아선 대전과 청주에서 반반씩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7500석이 거의 꽉 찼다. 올해 열린 9경기 중 5경기가 매진이었다. 청주에는 한화가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부모님, 동생과 함께 온 함길완군(14)은 “인터넷으로 한화가 언제 오는지 검색한 뒤 아버지에게 오자고 졸랐다”며 “와서 보니 더위가 다 날아가는 듯하다. 내년에 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경기 전 청주구장 매표소 앞 풍경. 좋은 자리를 얻으려면 몇 시간 전부터 서둘러야 한다. 매표소 주변에 늘어선 가게에서 간식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필수. |한화이글스 제공

지난 2일 경기 전 청주구장 매표소 앞 풍경. 좋은 자리를 얻으려면 몇 시간 전부터 서둘러야 한다. 매표소 주변에 늘어선 가게에서 간식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필수. |한화이글스 제공

청주구장은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분위기가 가족적이고 응원에 응집력이 느껴졌다. 1루 내야석에서 만난 서포터스 ‘청주 이글스’의 운영진 양정모씨(28)는 “청주 인구가 67만명인데 이 정도가 한곳에 모이는 일은 흔치 않다”며 “야구장에선 모르는 사람끼리 음식도 나눠 먹는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그는 “꼴찌라도 괜찮다. 한화 특유의 시원시원한 장타력을 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고 말했다.

‘청주 이글스’는 내야석 뒷벽에 ‘한국의 쿠어스필드, 홈타자 친화구장’이란 구호를 붙여놨다. 청주구장이 홈런타자가 많은 한화에 유리하다는 자부심이다.

청주에 오는 날엔 청주에 연고를 둔 한화 선수들도 신바람이 난다. 청주기공고를 졸업한 연경흠에게는 경기 전 지역 언론의 인터뷰가 쇄도했다. 장모가 청주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이도형은 청주에서 열린 5경기에서 14타수 10안타로 맹활약했다.

한화의 김인식 감독은 “올 때마다 성원해주시는 청주 팬들에게 고맙다. 잘해야 하는데 올해는 지는 경기가 많아서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한화는 롯데에 3-5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장의 불은 꺼졌지만 경기장 밖 포장마차에서는 뒤풀이가 이어졌다. 청주의 야구팬들은 밤이 깊도록 아쉬움을 달래며 내년을 기약했다.

프로야구에서 제2구장 경기를 치르는 팀은 한화 외에 KIA(군산)와 롯데(마산)가 있다. 이 도시들의 열기도 청주와 비슷하다. 군산에서 열린 3경기 중 2경기가, 마산의 2경기 중 1경기가 매진을 기록했다.

한국야구위원회 홍보부 김유진 과장은 “현재 프로야구가 도시 연고제이긴 하지만 야구를 보고 싶은 다른 도시 관중을 위해 팬서비스하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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