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악법 반대” 시민의 뜻 한자리에

경향닷컴 안광호 기자/영상 촬영·편집 조정주 인턴기자

“언론악법 무효처리를 위해…뽀뽀를 해드리겠습니다.”(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인사동에서 막걸리와 파전을 사겠습니다.”(민주당 정동영 의원)
“제 스카프를 사 주시면 미술관에서 1일 데이트를 할 수 있습니다.”(민주당 추미애 의원)

6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정동 덕수초등학교 공터. 정부 여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맞서 정치인들과 연예인들, 그리고 시민들이 기증한 애장품을 판매하는 ‘바자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휴일 한 낮임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은 이에 동참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민들은 시중가보다 훨씬 싸게 판매되는 물품을 사서 저마다 즐거워했고, 정치인들은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추가 서비스’로 구매자와의 1일 데이트나 사석에서의 술 한잔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와 ‘언론악법 원천무효 언론장악 저지 100일 행동’, 미디어행동 등이 주최한 ‘언론자유를 탐하는 탐스런 사람들의 탐나는 물품 바자회‘(탐탐탐 바자회) 행사에는 품바와 비보이 공연을 비롯해 먹거리, 놀거리 장터 등 다양한 내용으로 성황리에 치러졌다. 바자회를 통한 수익금 전액은 ‘언론악법 원천무효 맞불 광고’에 사용될 예정이다.

학교 입구는 유명인들의 애장품을 보려고 모여든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매 행사가 진행된 무대 주변에는 시민들의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언론악법 원천무효’ 서명을, 참여연대는 서울시장 광장 사용과 관련한 조례 개정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개정 청구인 서명을 받았다. 이들과 시민들이 기증한 애장품은 시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됐다. 시민사회단체가 내놓은 셔츠는 1000~5000원에, 모자는 2000원에, 귀걸이 등 악세사리도 수천원대에 거래됐다.

신설동에 사는 한보람씨(24·여)는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에 대해 인터넷 카페에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됐다. 반드시 원점으로 돌려놔야 한다”면서 “젊은 분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많아 바자회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6일 오후 서울 덕수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언론자유를 위한 바자회' 경매장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운데)가 자신이 내놓은 부엉이 장식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향닷컴 이상철기자

6일 오후 서울 덕수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언론자유를 위한 바자회' 경매장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운데)가 자신이 내놓은 부엉이 장식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향닷컴 이상철기자

야당 인사들이 기증한 애장품은 비교적 고가에 낙찰됐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기증한 김대중 정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 우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 대통령 당선 기념우표, 클린턴 美 전 대통령 모자 등 일명 ‘햇볕정책 3종세트’는 치열한 경매 끝에 45만원에 한 시민에게 낙찰됐다.

경매 무대에 오르기 전 정 대표는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함께하고 성원해주고 (언론악법 원천무효 투쟁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힘인 난다”면서 “역시 대한민국 국민은 깨어있는 국민이다. 제 1야당 민주당의 책무를 한 치의 흔들림없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현 정권의 거꾸로 가는 정책을 비판하는 국민들의 눈을 막고, 귀를 막고, 입을 막으려는 그런 기도를 현 정권이 계속 저버리지 않고 강행하려고 한다”면서 “그래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이 같은 바자회가 열린 것이고, 와보니까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오고 물건도 너무 싸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미디어악법 강행 처리에 대한 시민들의 마음과 희망이 모아진 자리”라며 “언론악법 원천무효 투쟁에 아주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기증한 애장품이 고가에 팔릴 수 있도록 ‘추가 서비스’를 제안하는 이들도 많았다. 2시간여동안 직접 무친 도토리묵을 무려 250인분을 판매한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막걸리와 파전 제공’을 추가 서비스로 내놨고, 국회의원 당선 축하로 받은 신영복 선생 글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를 내놓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물품 구매자에게 “냉면과 빈대떡을 사겠다”고 제안했다. 노 대표의 기증품은 230만원에 한 시민에게 낙찰됐다. 지난해 북한 조선사회민주당과의 교류 당시 만경대에서 구입한 중절모를 기증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유기농 밤 한 포대를 덤으로 드리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미술관에서의 1일 데이트’를, 특히 효림스님의 서예 작품을 내놓은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구매자에게 뽀뽀를 해드리겠다”고 제안했으며, 실제 한 남성 구매자에게 포옹과 뽀뽀를 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이름이 새겨진 다기세트는 한 시민에게 600만원에 낙찰, 이날 경매가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부엉이 시리즈 7마리를 내놓았고 이해찬 전 총리는 시계를, 이강래 의원은 김대중 친필휘호 다기세트, 노무현. 권양숙의 은수저 세트와 시계를 두루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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