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타고 가자, 용인 여행

글·사진 최병준기자

백남준 아트센터·휴양림·와우정사… 용인의 재발견

살아서는 진천이 좋고, 죽어서는 용인이 좋다고 했다. 예부터 용인은 풍광이 수려하고 명당이 많으며 교통의 중심지였다. 용인이 많이 변했다. 지난 여름 용서고속도로가 개통됐고, 가을엔 자연휴양림도 개장됐다. 지난해 문을 연 백남준아트센터도 좋다. 아이들과 함께 가기도 좋고, 연인끼리 찾아도 좋다.

고속도로 타고 가자, 용인 여행

백남준아트센터

용인~서울고속도로 청명IC에서 승용차로 5~10분 거리다. 백남준 작품 67점을 보유하고 있다. 미술관 1층은 상설전시관, 2층은 기획전시관이다. 입장료, 주차료 모두 무료다. 아이들과 함께 가면 백남준 미술이 어렵지 않을까? 요즘 아이들은 TV세대, 컴퓨터 세대다. 오히려 백남준의 작품을 부모보다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백남준은 예술을 고등사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이들처럼 장난스럽게 예술을 했다.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교감을 적었다는 ‘태내자서전’은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신문지에 쓴 ‘낙서’다. 백남준이 1960년대 최초로 만든 ‘로봇 456’도 지금 보면 어린애들 장난감 같다. ‘참여 TV’의 경우 마이크에 소리를 내면 브라운관에서 음파를 보여주는데 아이들도 해볼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이채영 연구원은 “지난 여름에는 TV 로봇만들기 등을 직접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올 겨울방학 때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백남준에 대해 조금 알고 가면 더 재밌다. 그는 종로 육의전 시전 상인 아들로 태어났다. 내로라하는 부잣집 막내였다. 백남준이 처음 전시회를 가진 것은 63년 독일 부퍼탈의 가정집에서였다. 낙하산을 펼쳐놓고 재봉틀을 놓은 작품 등 당시의 작품 모습을 영상물로 만들어놓았다.

백남준의 작품을 눈여겨보면 음악과 연결된 것도 많다. 미술보다 음악 공부를 먼저 했다. 경기보통중학교 때 이미 피아니스트 신재덕과 작곡가 이건우에 관심이 많았을 정도. 불이 꺼졌다 켜지는 피아노, 빈 테이프를 통해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는 작품 등 악기를 소재로 많이 썼다.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한 후 백남준과 함께 작품활동을 했던 샬럿 모어먼 등과 잘 통했던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 샬럿 모어먼은 미술에는 성적 코드가 있는데 음악에는 성적 코드가 없을까 하는 궁금증에 백남준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브라운관 모양의 브래지어를 차고 나오는 모습도 이채롭다.

작품은 첨단적인 동시에 풍자적이다. 지금은 별 것 아니지만 83년 인공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오웰’은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다. 백남준은 “우리에게 21세기는 84년 1월1일부터 시작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누워 있는 부처상과 뒤편 영상을 통해 나오는 포르노 배우의 자세도 똑같다. 풍자적이다.

지난 1년 동안 백남준아트센터는 15만명이 찾았다. 2층 전시는 28일 시작된다. 올해 처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을 제정했는데 수상자 4명의 작품전이다. 아이들에게 박물관 몇 개 더 보여주고 싶다고? 백남준아트센터 바로 옆에 경기도박물관이 있고, 5분 거리에는 등잔박물관과 용인 민속촌이 있다.

■ 백남준아트센터(031-201-8571~2)는 둘째 넷째주 월요일 휴관한다. 미술에 대해 설명해주는 도슨트프로그램은 토·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2·4시에 있다. 주차료와 입장료 무료. www.njpartcenter.kr 경기도박물관(031-288-5400)은 연중 무휴. www.musenet.or.kr 등잔박물관(031-334-0797)은 입장료 4000원(어른), 2000원(어린이). 월·화요일은 휴관한다. www.deungjan.or.kr

용인 자연휴양림과 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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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휴양림은 9월26일 개장했다. 객실은 22실이다. 단독가옥, 콘도형 숙소, 캠핑사이트가 있다. 오토캠핑장은 아니다. 숙소는 깨끗했다. 정동근 시설관리팀장은 “주말에는 콘도형 숙소에서 에버랜드 불꽃놀이가 보인다”고 했다. 휴양림의 경우 별장 같은 단독가옥을 많이 찾는데 의외로 콘도형도 괜찮다. 객실 내에 다락방이 있는 복층 구조다. 겨울이라 놀거리는 많지 않다. 노고봉과 활공장을 잇는 2시간 코스의 트레킹,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450m의 탐방로가 좋다. 나무판을 깔아 만든 탐방로는 낙엽송 숲 사이에 있다. 길이는 짧지만 운치가 있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좋겠다. 옆에는 아이 놀이터가 있다.

휴양림에서 에버랜드까지 승용차로 10분 거리다. 에버랜드는 현재 크리스마스 축제 중이다. 크리스마스 축제, 빤하다고? 올해는 12월4일 오픈하는 길이 500m의 크리스마스 애비뉴를 눈여겨보자.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유럽의 이름난 고도에서는 11월 중순부터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와인을 데운 글루바인도 마시고, 다양한 크리스마스 선물도 판다. 축제 같은 분위기다. 애비뉴 개장에 맞춰 입구 오리엔탈식당은 1만5000원짜리 뷔페도 판다.

디카족에게도 좋다. 현재 산타클로스와의 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39곳이나 만들어 운영 중이다. 4m, 6m, 8m의 트리도 들어섰다. 48명의 공연단과 산타가 공연 도중 손님들과 기념촬영을 해준다. 서치라이트와 레이저, 불꽃놀이가 동원되는 야간 멀티미디어쇼도 매일 열린다. 분위기가 화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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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자연휴양림(031-336-0040)은 매달 1일 오전 10시에 홈페이지(www.yonginforest.net)를 통해 다음달 숙소 예약을 받는다. 주말의 경우 10분이면 객실이 동난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600원. 주차료는 주말(금·토·일요일) 3000원, 평일 2000원이다. 빌딩형 숲속체험관(8평형)은 주말 6만원. 평일 4만2000원. 단독가옥형 숲속의 집은 주말 8만원(12평), 10만원(15평), 13만원(20평) 세 종류. 주중은 5만6000원(12평), 7만원(15평), 9만1000원(20평). 숙박객은 입장료와 주차료 면제다. 야외 데크 사용료는 4000원. 주중은 2800원. 취사도구와 침구는 구비돼 있다. 세면도구와 수건은 가져와야 한다. 휴양림 내에 매점이 없다.

■ 에버랜드는 오후 4시 이후엔 3만5000원을 3만원으로 할인해준다. 양지리조트 스키장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를 판다. 에버랜드 첫 방문일로부터 1년 동안 에버랜드를 이용할 수 있다. 양지리조트는 3월14일 스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용 가능하다. 어른 28만원, 어린이 23만원. 에버랜드 www.everland.com 양지리조트 www.pineres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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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정사

삼국시대나 고려 조선 때 세워진 고찰은 아니다. 종무소에선 지어진 지 25~30년쯤 됐다고 했다. 남북통일을 염원하기 위해 세웠다는데 그것보다는 다양한 표정의 부처를 볼 수 있다. 열반전에 누워 있는 부처상이 유명하다. 길이 5~6m 될 것 같은 큰 향나무 한 그루를 깎아 그 위에 금박을 입혔다고 했다. 열반전 옆에는 태국 왕실에서 보내줬다는 금동부처가 있고, 금동부처 뒤에는 소설 <등신불>에 나올 것 같은 고행하는 부처상도 있다. 표정과 모습이 확실히 한국 부처상과는 다르다. 현재 대웅전은 공사 중. 대웅전에는 오존불이 모셔진단다.

■ 와우정사(031-332-2472)는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다. www.wawoo-temple.org

와우정사 가는 길의 ‘시골밥집 당산’(031-332-7206)은 나물반찬이 맛있다. 시골밥상 7000원, 고등어밥상 8000원. 불고기 중(中)은 2만원, 소(小)는 1만원이다. 시골밥상은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한다. 추가 메뉴로 고등어 한 마리 4000원. 45번 국도변에 있는 ‘포곡 올갱이 해장국’(031-339-6501)은 에버랜드 직원들이 자주 가는 집. 해장국, 소머리국밥, 선지해장국이 각 6000원이다. 휴양림에서 외대 모현 방면으로 5분쯤 거리에 있는 ‘초막’(031-333-9393)은 돌솥밥집이다. 삼계탕도 판다.



△ 길잡이

*경부고속도로보다 용인~서울고속도로가 더 편하다.

①양재대로를 타고 수서 방향으로 가다 양재IC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분당~내곡 도로가 나온다. 이 길을 올라서 헌인릉 방향으로 간다. 용서고속도로가 시작된다. 고속도로는 흥덕지구에서 끝나지만 오산까지 국도가 이어져 있다. 흥덕IC로 내려서지 말고 다음 ‘청명IC 용인 신갈’ 이정표를 보고 내려서면 된다. 민속촌 방향 315번 도로로 빠져나와 직진한다. 민속촌 입구로 우회전하지 말고 그 다음 경기도박물관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하면 된다. 경기도박물관 바로 옆에 백남준아트센터가 있다.

②서울 동북부에서 가자면 동부간선도로가 끝나는 청담대교 북단에서 남단으로 넘어와 분당, 정자동으로 이어지는 수서~분당 도로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도로의 끝 정자동에서 용인 구성까지 이어지는 국도가 연결돼 접근성이 좋아졌다. 용인 구성지구에서는 동백지구, 용인 행정타운이 가깝고 백남준아트센터, 민속촌 등도 가깝다. ③하남, 구리, 천호 쪽에서는 45번 국도를 타고 하남에서 광주를 거쳐 용인으로 진입할 수 있다. 중부고속도로가 가깝다. 45번 국도는 용인 모현으로 진입하는데 경안천을 따라 도로가 이어진다. 용인휴양림, 에버랜드 등이 가깝고 용인 구 도심으로 가는 데 빠르다. ④분당에서 태재고개를 넘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수지, 상현, 죽전 등 용인 동부로 진입하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 용인휴양림, 에버랜드 등에 접근할 수 있다. 빠른 길이라기보다 드라이브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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