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 대표하는 예술의 거리, 동숭동 대학로

경향닷컴 이다일기자

1975년 서울대학교가 관악산으로 이전하면서 동숭동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학 캠퍼스였던 이곳에 서울시내 곳곳에서 활동하던 문화단체와 극장들이 옮겨와 문화예술인들의 터전이 되었다.

1985년, ‘대학로’라는 이름이 처음 사용됐다. 정부 주도로 ‘문화예술의 거리’를 조성하면서 사용된 명칭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이곳은 경성제국대학이 들어서고 이후 서울대학으로 바뀌면서 대학가 문화가 주를 이뤘던 곳 이다. 대학이 옮겨간 자리에 신촌을 비롯해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던 문화단체와 극장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2004년에는 인사동에 이어 서울에서 두번째 ‘문화지구’로 지정돼 서울의 문화를 대표하는 거리가 됐다.

아스팔트에서 막걸리 먹던 대학로 문화

샘터 파랑새극장 앞에 놓인 조형물이다. (이다일기자)

샘터 파랑새극장 앞에 놓인 조형물이다. (이다일기자)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80년대 대학로는 언제나 들썩거리는 거리였다. 주말과 휴일이면 전국에서 제일 넓은 횡단보도가 있다던 대학로는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됐다. 대신 그 자리는 젊은이들이 거리공연을 하고 스케이트보드를 탔으며 한쪽에서는 막걸리 판이 벌어지는 왁자지껄한 공간이었다. 또한 학생운동의 중심지였다. 서울 곳곳에서 모여든 학생들은 대학로에서 연합행사와 집회를 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탈선과 퇴폐의 공간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학생들의 음주와 집단행동으로 인해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고 서울의대 학생들은 면학분위기를 해친다며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학로가 이렇게 시끌벅적 해진 것은 1975년 서울대 캠퍼스가 이전하고 나서 부터다. 당시까진 교수를 비롯한 지식인들과 학생들의 하숙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캠퍼스가 이전해간 자리에 1976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시작으로 문예진흥원 미술관(현, 아르코미술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현, 아르코 예술극장)이 들어섰다. 1989년에는 1천석규모의 대극장 동숭아트센터가 건립돼 연극을 비롯한 문화 공연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1956년부터 이어온 학림다방 이야기

학림다방/ 대학로에서 반세기동안 이어온 다방이다. 지금도 옛 모습과 크게 변하지 않아 백발의 문인들이 즐겨 찾는다. 재밌는 것은 수입커피브랜드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곳의 커피 맛에 매료된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는 것. 게다가 20대 젊은이들과 70대 노인들이 한 공간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은 시대를 뛰어넘은 듯한 풍경이다. (이다일기자)

학림다방/ 대학로에서 반세기동안 이어온 다방이다. 지금도 옛 모습과 크게 변하지 않아 백발의 문인들이 즐겨 찾는다. 재밌는 것은 수입커피브랜드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곳의 커피 맛에 매료된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는 것. 게다가 20대 젊은이들과 70대 노인들이 한 공간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은 시대를 뛰어넘은 듯한 풍경이다. (이다일기자)

동숭동 한복판에는 53년을 이어온 다방이 있다. 지하철 공사로 인해 건물을 새로 짓기도 했고 소위 ‘다방커피’의 맛이 바뀌기도 했지만 반세기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대학로 터줏대감이다. 23년 전 부터 학림다방을 운영해온 이충열대표는 대학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켜야 할 무엇인가가 이곳엔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계속 이어오고 있어요. 여기서 대학생들이 작당(?)을 하기도 했고, 문인들의 모임도 있었고…”

요즘 젊은이들이 대학로를 그저 소극장과 술집이 많은 유흥공간으로 아는 것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술 마시는 것도 문화예요. 예전에도 그랬고, 바로 그게 대학로의 모습이겠죠, 다만 문화를 단시간에 인위적으로 발전시키고 개발하는 정책에는 반대해요. 행정주도로 만들어진 문화는 오래가지 못하더라고요”라며 대학로의 변화에 대해 말했다.

알고 보면 근현대 문화유산도 가득

흥사단/ 도산 안창호가 실력양성을 주장하며 시작된 단체인 흥사단은 대학로에 본부를 두고 있다. 잡지 「새벽」을 발간했으며 약 10만여명의 회원이 있다. 민족통일운동본부, 투명사회운동본부, 교육운동본부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다일기자)

흥사단/ 도산 안창호가 실력양성을 주장하며 시작된 단체인 흥사단은 대학로에 본부를 두고 있다. 잡지 「새벽」을 발간했으며 약 10만여명의 회원이 있다. 민족통일운동본부, 투명사회운동본부, 교육운동본부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다일기자)

대학로에는 극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세기 초 부터 시작된 대학문화가 이곳에서 꽃을 피웠으니 근현대 문화유산도 가득하다. 동성고등학교가 있는 혜화동 로터리에서 종로 방향으로 내려가면 왼편에 가톨릭청소년회관이 있다. 이어 지하철역 부근으로 가면 도산 안창호선생이 조직한 흥사단의 본부가 있고 마로니에 공원이 이어진다. 이곳은 서울대학교의 본관이 있던 곳으로 대학로의 중심지다. 우측은 서울대병원과 의과대학이 자리하고 있다.

반대편의 나지막한 언덕은 ‘낙산’이다. 10분정도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낙산공원이 나온다.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산책로는 지난 2002년 새롭게 단장했다. 공원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살던 곳이며 초대 내각을 구성했던 사적 497호 이화장이 있다. 처녀시절부터 이곳에 살았다는 71세 할머니는 “지금이야 재개발 얘기도 있고 어수선하지만 이곳이 역사와 문화가 있는 동네”라며 자랑했다.

가는길/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내리면 대학로다. 버스는 종로에서 서울 동북부로 가는 노선은 대부분 대학로를 지난다. 대학로는 주차공간이 매우 협소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낙산공원은 마로니에 공원을 가로질러 ‘낙산공원길’로 올라가면 된다. 낙산공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혜화동 로터리/ 사거리 갈림길에 좁은 골목까지 합치면 오거리가 되는 대학로의 시작점이다. 이곳에서 종로방향으로 1.55km의 길을 대학로라고 부른다. 최근 들어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버스 전용차선이 들어서면서 한층 정돈된 모습으로 변화했다. (이다일기자)

혜화동 로터리/ 사거리 갈림길에 좁은 골목까지 합치면 오거리가 되는 대학로의 시작점이다. 이곳에서 종로방향으로 1.55km의 길을 대학로라고 부른다. 최근 들어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버스 전용차선이 들어서면서 한층 정돈된 모습으로 변화했다. (이다일기자)

아르코 예술극장/ 대학로 공연문화의 상징으로 마로니에 공원에 있다. (이다일기자)

아르코 예술극장/ 대학로 공연문화의 상징으로 마로니에 공원에 있다. (이다일기자)

지하철 입구/ 대학로로 가는 4호선 혜화역에는 연극 포스터가 가득하다. 서울의 대표적인 소극장 밀집구역인 대학로는 연극인들의 고향같은 곳이다. 지하철 계단에는 빼곡하게 포스터가 붙어 있고 연중 공연이 그치지 않는다. (이다일기자)

지하철 입구/ 대학로로 가는 4호선 혜화역에는 연극 포스터가 가득하다. 서울의 대표적인 소극장 밀집구역인 대학로는 연극인들의 고향같은 곳이다. 지하철 계단에는 빼곡하게 포스터가 붙어 있고 연중 공연이 그치지 않는다. (이다일기자)

서울대병원 입구/ 마로니에 공원 길 건너편에는 서울대병원이 있다. 서울대가 1975년 관악산으로 이전했지만 의대와 병원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한때 대학로를 차보다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국내 최대의 폭을 가진 횡단보도를 설치했지만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사라졌다. (이다일기자)

서울대병원 입구/ 마로니에 공원 길 건너편에는 서울대병원이 있다. 서울대가 1975년 관악산으로 이전했지만 의대와 병원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한때 대학로를 차보다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국내 최대의 폭을 가진 횡단보도를 설치했지만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사라졌다. (이다일기자)

한지 김상옥열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아르코미술관 앞에는 독립운동가 김상옥열사의 동상이 서 있다. 마로니에 나무가 많아 마로니에 공원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광장에서 각종 공연과 행사가 열리는 대학로의 중심지다. (이다일기자)

한지 김상옥열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아르코미술관 앞에는 독립운동가 김상옥열사의 동상이 서 있다. 마로니에 나무가 많아 마로니에 공원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광장에서 각종 공연과 행사가 열리는 대학로의 중심지다. (이다일기자)

마로니에광장에서 열린 장터/ 마로니에 공원에 장터가 들어섰다. 우리나라 각 지역 토산물은 물론 해외의 토산품까지 자리 잡았다.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선 원로 희극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페루의 전통악기를 파는 외국인과 이를 따라 해보는 한국인의 모습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다일기자)

마로니에광장에서 열린 장터/ 마로니에 공원에 장터가 들어섰다. 우리나라 각 지역 토산물은 물론 해외의 토산품까지 자리 잡았다.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선 원로 희극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페루의 전통악기를 파는 외국인과 이를 따라 해보는 한국인의 모습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다일기자)

이정표/ 볼거리가 많은 지역에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이정표다. 대학로는 골목 구석구석 소극장들이 들어섰기 때문에 이를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다일기자)

이정표/ 볼거리가 많은 지역에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이정표다. 대학로는 골목 구석구석 소극장들이 들어섰기 때문에 이를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다일기자)

낙산공원/ 대학로의 뒷산. 낙산공원 산책로에서 만난 세 할머니들. 처녀 적부터 이곳에 살았고 자식들 모두 출가시킨 지금도 이곳에서 살고 있다. 한가한 오후시간엔 같이 공원을 산책하는 것을 소일거리로 한다. 멀리 남산이 보이는 경치가 아름답다. (이다일기자)

낙산공원/ 대학로의 뒷산. 낙산공원 산책로에서 만난 세 할머니들. 처녀 적부터 이곳에 살았고 자식들 모두 출가시킨 지금도 이곳에서 살고 있다. 한가한 오후시간엔 같이 공원을 산책하는 것을 소일거리로 한다. 멀리 남산이 보이는 경치가 아름답다. (이다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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