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호, “남자냄새 물씬 풍기는 역 대만족”

글 박주연·사진 김창길 기자

예능 늦둥이로 짐승남으로 뜨거운 인기… KBS드라마 ‘추노’ 오지호“

배우 오지호(34)의 존재감이 요즘처럼 뜨거운 적이 있었을까.

KBS 2TV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예능늦둥이로 다시 태어난 그가 같은 채널의 수목드라마 <추노>로 인기절정을 맞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촬영하면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지만, 방송 초반부터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지호, “남자냄새 물씬 풍기는 역 대만족”

<추노>에서 그는 도망노비로 전락한 조선 최고의 무장 송태하로 출연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그가 액션신에서 보여준 장엄한 몸놀림과 강렬한 눈빛연기에 감탄하고 처자식의 억울한 죽음에 처절히 오열하는 혼신연기에 감동했다.

- 사극 출연은 처음이죠. 어떻습니까.

“솔직히 부담스러웠어요. 사극은 저와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게 세간의 선입견이었잖아요. 종전 드라마 <싱글파파>와 <드라마시티>를 통해 인연을 맺은 곽정환 감독님이 제 안에 숨겨져 있던 것을 잘 잡아내신 것 같아요. <추노> 촬영 전 감독님이 다 비우고 진지해지라고 주문하셨어요. 또 눈에서 불을 뿜어야 한다고 하셨죠(웃음). 처음엔 어려웠지만 지금은 자신감이 붙었어요. 사극이 현대극보다 잔재미가 더 큰 것 같아요. 특히 <추노>는 전국의 산과 들, 갈대밭과 같은 변화무쌍한 촬영공간, 형형색색의 의상과 분장, 무술과 무기 등 저를 흥분시키는 요소들이 많거든요.”

사실 오지호는 수년간 로맨틱 코미디물에 단골로 출연해왔다. KBS <두번째 프러포즈>(2004), MBC <환상의 커플>(2006), SBS <칼잡이 오수정>(2007), MBC <내조의 여왕>(2009) 등에서 주연이면서도 주로 여주인공을 떠받드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만 하다보니 누아르 영화의 주인공처럼 남자냄새가 물씬 풍기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추노>가 그 바람을 충족시켜줬다”고 말했다.

- 사극과 안 맞을 거란 편견은 서구적 외모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외모 때문에 캐릭터에 제한이 있었죠. 가령 제가 바람둥이 역을 맡으면 진짜 느끼해 보이잖아요. 2000년 영화 <미인>(여균동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5년간 느끼하게 생겼다는 말을 듣다 <두번째 프러포즈> 이후 4년간 코미디 장르에 출연하다보니 그 말은 쏙 들어갔어요(웃음). <추노> 덕분에 이제 더이상 그런 말씀은 안하실 것 같아요.”

<추노>에는 액션신이 많다.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인 추노꾼 이대길 역의 장혁은 저잣거리에서 익힌 무술을, 무장 출신인 태하 역의 오지호는 정통무예를 보여준다. 화면에는 두 사람이 맞붙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크고작은 부상이 잦을 수밖에 없다. 그의 손등에는 칼끝에 찔려 생긴 상처자국이 여러 곳 있었다.

- 액션연기 어렵지 않습니까.

“어렵죠. <싱글파파>에 출연할 때 격투기를 했지만 이런 무술연기는 처음이거든요. 5㎏에 달하는 긴 칼을 휘두르는 것도 만만찮아요. 승마도 속성으로 배워야 했어요. 드라마 촬영 전부터 특훈을 받았고, 요즘도 촬영 없는 날이면 액션스쿨에서 살다시피해요. 그런데 아프던 허리가 오히려 좋아졌어요. 스트레칭을 많이 한 덕인가봐요.”

- 장혁씨와 경쟁의식이 꽤 있을 것 같은데요.

“당연히 그렇죠. 오랜 세월 절권도를 해온 혁(장혁)이는 무술실력도, 몸도 저보다 한 수 위거든요. 캐스팅된 후 한두 달 만에 혁이를 따라잡으려다 보니 고생좀 했어요(웃음). 그런데 혁이와는 정말 연기 호흡이 잘 맞아요. 서로 사적인 대화도 많이 나누는 친구가 됐어요. 남자배우와도 이렇게 잘 맞을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죠.”

- ‘짐승남들의 출연’이라면서 오지호씨의 근육질 몸에 대한 찬사도 많습니다.

“아휴, 난생 처음 다이어트라는 걸 해봤어요. <내조의 여왕>에서 백수 연기 때문에 일부러 운동을 안해 배도 살짝 나왔었는데 이걸 단시간에 빼야 했거든요. 운동과 함께 하루 두끼만 먹고 밤에는 절식하는 것으로 겨우 군살을 제거했어요.”

사실 그는 스포츠광이다. 특히 구기종목은 골프를 제외하면 모두 수준급. 예능프로 <천하무적야구단>에 출연하는 것도 그의 야구사랑 때문이다. 그는 “운동선수 역할이나 지독한 악역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선한 인상 때문에 악역은 안 들어올 것 같은데요.

“MBC 드라마 <신입사원>의 이봉삼 역이 원래 악역이었어요.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다른 방향으로 흐른 건 순전히 제 책임이죠. 지독하게 미운 놈이 돼야 하는데, 시청자들은 저를 보시며 웃긴다는 반응이었거든요(웃음). 기회가 된다면 영화 <추격자>의 하정우처럼 스크린 속에서 진짜 나쁜 놈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스스로를 “의리를 중시하는 남자”라고 말하는 그는 “3월께 <추노> 촬영이 끝나면 늘 그래왔듯이 혼자만의 장기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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