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도 ‘불꺼진 아파트’ 는다

박재현 기자

거래 위축에 입주 예정자 살던 집 못팔아

경기지역 25개 단지 입주율 70% 미만

지방에 이어 수도권에도 ‘불꺼진 아파트’가 늘고 있다.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지 못해 입주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을 했던 아파트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빈집 아파트’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도 ‘불꺼진 아파트’ 는다

1일 건설업계와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GS건설이 인천 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에 시공한 ‘영종 자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1022가구 중 230여가구만 입주했다. 입주율은 약 23%에 그쳤다.

풍림산업이 경기 고양시 벽제동에 분양한 ‘고양4차 풍림아이원’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입주를 진행했으나 전체 557가구 중 77.5%가량인 432가구만 입주를 마쳤다.

청약 당시 인기를 끌었던 서울 은평 뉴타운도 입주율이 낮기는 마찬가지다. 은평뉴타운 2지구 B공구와 C공구에 들어선 동부센트레빌과 두산위브 아파트는 지난해 12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입주율은 40%에 불과하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분석이다.

수도권에도 ‘불꺼진 아파트’ 는다

은평뉴타운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 거래가 위축되면서 원래 살던 집을 처분하지 못해 이사를 못 오는 입주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 사이 입주가 시작된 단지의 입주율을 조사한 결과 경기지역 25곳을 비롯해 전국 80여개 단지의 입주율이 70% 미만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고분양가에 분양된 단지들이다. 서울 합정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투자했던 사람들이 가격을 많이 낮춰 팔려고 하지만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결국 매매가가 분양가보다 떨어지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아파트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거래 부진은 입주율 저조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9월 8309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세다. 분당·일산·중동 등 5개 신도시 아파트 거래량도 지난해 12월 966가구로 지난해 9월 2514가구에 비해 62%나 떨어졌다.

기반시설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일부 수도권 택지지구 아파트들도 전세 세입자를 찾지 못해 입주율이 낮은 상태다. ‘로또 아파트’로 불린 판교신도시에서도 판교원마을 1단지(402가구)의 경우 지난해 9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입주율이 70%선에 그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건설사들은 입주 대행사를 통해 입주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상담은 물론 등기·세무 관련 상담을 해주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가계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새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택 매매가 중요하다”면서 “거래가 줄면 신규 단지 입주율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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