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회 마지막 각오로 무대 올라…인생 목표요? ‘개그 달인’이죠읽음

박경은 기자

KBS 개그콘서트 최장수 간판코너 ‘달인’의 노우진·김병만·류담  

대한민국 코미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개그콘서트>(KBS). ‘달인’은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아이콘이다. 수없이 많은 신인 개그맨들이 치고 나오는 데다 치열한 아이디어 전쟁이 폭풍처럼 벌어지는 <개콘> 무대에서 6개월 이상 한 코너를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2007년 12월9일 첫 방송이 시작된 ‘달인’은 지금까지 모두 118회가 방송됐다. 2년4개월간 지속된 개콘의 최장수 간판 코너. 이 같은 장수의 비결이 뭘까? KBS 예능국 박중민 CP는 “무궁무진한 소재를 소화할 수 있는 개그맨 김병만의 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코미디는 언어와 문화의 코드가 달라 해외의 작품 페스티벌 등에 출품하기 힘들지만 ‘달인’ 코너는 동작을 통해 웃기는 것이니만큼 출품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달인’의 주역인 김병만(달인)과 류담(사회자), 노우진(수제자)을 만났다. 우선 온갖 ‘고행’을 겪어내느라 성치 않을 것 같은 김병만의 몸 상태가 궁금했다. 그의 정수리 한가운데는 움푹 패어있었다. 팔과 다리에는 자기도 모르게 생긴 멍과 흉터가 훈장처럼 붙어 있다고 자랑한다.

매회 마지막 각오로 무대 올라…인생 목표요? ‘개그 달인’이죠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고서 할 수 없죠. 타박상이나 멍은 수도 없고 인대도 늘어났고…. 한동안은 어깨가 아파서 옆으로 누워 잠도 못 잘 정도였죠.”(김병만) “아이디어 내놓고도 ‘이거 될까’ 싶은데 해보면 희한하게 다 돼요. 진짜 달인같죠. 몸으로 모든 걸 해야 하는데 다치면 안 되니까 제작진 특별 보호감시 대상이 됐어요.”(노우진) “승부욕 장난이 아니에요. 전에 형이 매운 맛을 못 느낀다면서 먹었던 불닭소스 송편을 살짝 맛봤는데 아주 죽는 줄 알았죠.”(류담)

원래 ‘달인’은 주요한 코너와 코너 사이를 연결하는 짤막한 ‘브리지’에 불과했다. 속칭 시간을 잠시 때워주는 ‘땜빵’이었기 때문에 출연자나 제작진 모두 이처럼 오래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지속됐다. 초창기엔 달인이라고 자랑하면서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허풍쟁이의 모습을 그리는데서 웃음을 자아내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매운맛 참기, 철봉에 매달리기, 뜨거운 것 참기 등을 척척 해내며 실제 달인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놀라움과 함께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까” 하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은 ‘달인’을 지금까지 지탱해 온 원동력이다.

“연습해서 내성이 생긴 것은 아니고 그냥 무식하게 참는 거죠.”

김병만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하지만 실제 그의 인생은 어릴 때부터 깡과 오기로 똘똘 뭉친 무모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사내아이들끼리 ‘너 이런 거 못하지?’라고 객기를 자극하는 위험천만한 일은 다 해냈다. 홍수로 불어난 냇가 헤엄치기, 계곡 안의 좁은 바위틈 통과하기, 높은 데서 뛰어내리기 등등. “어릴 때부터 지게질, 삽질, 모판나르기를 하면서 다져진 노가다 근육이라 그런지 웬만한 건 다 되더라고요.”(김병만)

그런 달인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눈물의 달인편. 원래는 눈에 문지를 양파를 통째 사용하기로 했지만 소품 준비 과정에서 잘라진 양파가 나왔기 때문이다. “평소엔 형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든 것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는데 그땐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중간에 그만하게 했죠. 평소에 저더러 김병만 그만 괴롭히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래도 제가 있어서 달인이 더 돋보이잖아요. 우하하.”(류담)

달인을 소개할 때 굳이 ‘16년’이라고 못박은 것은 가장 입에 짝짝 붙는 숫자여서다. 평소 함께 다니면서 보고 듣고 생각나는 것은 모두 아이디어다. 함께 상가에 갈 때도 “16년 동안 상가만 다닌…, 뭐 없나?”하며 자연스러운 아이디어 회의가 시작된다.

“ ‘달인’ 이후로 가장 달라진 점은 통장 잔액에 0이 하나 더 붙었다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김병만은 “‘달인’을 통해 정극 연기로 활동의 폭을 넓힐 기회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코너를 통해 이름을 날리며 <종합병원> <대한민국 변호사들> <다함께 차차차>에서 조연으로 활약했으며, 류담도 <선덕여왕>에서 인상적인 감초 연기를 선보였다. 노우진은 잘 생긴 외모를 파란색 트레이닝복과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가린 채 말 한마디 없는 4차원 개그로 새로운 바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개그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매회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는 이들은 현재 또 다른 형식의 새 코너를 준비하고 있다. ‘달인’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문득 쓰나미처럼’ 몰려오기도 하지만 빨리 떨쳐버리려 노력한다. 어차피 인생을 건 목표도 개그의 달인. 이들이 꾸미는 ‘달인’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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