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글 일방적 삭제 요구… 포털 자율기구 “NO”

류인하 기자

방통심의위·경찰에 ‘반기’

‘천안함 의문’ 삭제 거부

국내 포털업체들이 참여한 한국인터넷자율기구(KISO)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경찰의 일방적이고 기준이 모호한 게시물 삭제 요구를 거부키로 결정했다. 방통심의위의 시정명령과 게시물 삭제 요구에 대해 KISO가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고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처음으로 반대 의견을 공식 표명한 것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KISO는 방통심의위가 ‘천안함이 미군 잠수함에 의해 침몰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글 4건을 삭제토록 결정한 데 대해 “게시자가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의견 및 주장을 개진한 것에 불과하다”며 KISO 위원 11명 전원이 ‘해당 없음’ 결정을 내렸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2009년 3월 인터넷 자율규제 심의를 위해 출범한 KISO에는 다음·NHN·야후·파란 등 국내 6개 포털업체 대표들이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말 다음과 네이트 등 포털에 “천안함과 관련된 불법 정보와 허위사실 유포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며 삭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KISO는 지난 1일 게시물 작성자가 자진 삭제한 2건을 제외한 14건에 대해 “해당 게시물이 불법이라는 법적 근거가 없고,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경찰 측 소명이 없다”며 ‘해당 없음’ 결정을 내렸다. 경찰이 이에 반발해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 게시물 삭제 요청 공문을 보냈고, 방통심의위가 지난 23일 삭제를 결정하자 KISO가 5일 만에 공식적으로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다.

KISO는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불법정보나 청소년 유해정보가 아닌 사회적 유해성 정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정보’라는 등의 심의기준에 따라 시정 요구를 하고 있지만 이는 이용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며 기준이 모호한 시정명령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동진 KISO 사무차장은 “방통심의위 측은 시정명령이 권고적 효력만 있다고 주장하지만 행정처분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동안 항변할 방법도 없이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KISO는 경찰의 도를 넘는 온라인 단속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가 없는 공문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KISO는 이날 경찰 등 공공기관이 게시물 삭제 요청 공문 발송시 갖출 4가지 기준으로 △게시물 삭제 요청은 ‘공문’에 의할 것 △게시물 URL(인터넷 주소)이 특정될 것 △게시물 내용이 ‘허위’라는 근거가 제시될 것 △게시자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게시했음이 소명될 것 등을 제시했다. 이는 앞으로 이 요건들을 어길 경우 일괄적으로 ‘해당 없음’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어서 공공기관의 막무가내식 공문 발송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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