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보다 학원 가선 더 많이 맞아요”

심혜리 기자

“성적만 오르면 그만” 체벌 동의서 받기도

학원벽에 ‘지각 10대’ 버젓이 체벌 공식화

박모씨(45·여)는 지난달 학원에 다녀온 아들의 손가락이 퉁퉁 부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들은 과제를 하지 않아 강사에게 손바닥을 맞았다고 했다. 박씨는 원장에게 따졌지만 원장은 “다른 수강생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며 체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꺾지 않았다. 박씨 아들이 다니던 학원은 서울에서도 이름난 곳으로 상위권 학생들만 시험을 거쳐 들어갈 수 있다. 박씨는 “어렵게 들어간 학원이지만 아들이 맞으면서까지 공부해야 하나 싶어 그만 다니게 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입시학원에 다니고 있는 김모양(17)은 “강의실마다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어서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거나 친구들과 떠들면 원장실로 불려가 맞고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체벌 전면금지’ 방침이 발표된 이후 사설 학원들의 체벌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인교육을 하는 학교와 달리 학원은 성적 향상을 명분으로 체벌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 사이에 어느 정도 체벌이 용인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이 때문에 학원 체벌을 해결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에서 학부모 상담을 맡고 있는 박부희 상담실장은 “학원에서 맞았다는 상담도 종종 들어온다”며 “학원 체벌은 처벌 등의 관리가 되지 않아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로 학습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학원에선 체벌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도 있다”며 “체벌을 하는 등 엄격하게 가르친다는 소문 때문에 인기가 높은 학원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에서는 입원 전 학부모로부터 ‘체벌동의서’를 받는 경우도 있다. 체벌동의서에는 “근면한 학습분위기 조성을 위해 교사들의 지시에 불응하는 경우 체벌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과제 불이행시 5대, 지각시 10대’ 등 체벌 기준을 정해 강의실 뒤에 붙여놓은 학원들도 있다.

이에 따라 광주·대구 등의 교육청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학원생을 체벌하는 학원은 경고와 교습정지를 거쳐 폐원 조치까지 가능토록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학원에서 체벌 등 인권침해 사항이 발생할 경우 관련 학원 강사에 대해 고발조치를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산하 지역교육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리는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지역교육청에서 학원 체벌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신고나 민원이 들어올 경우 점검을 나가기도 하지만 서울시내 학원이 1만5000여곳이나 되기 때문에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학교든 학원이든 체벌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학원 체벌을 막기 위한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적 향상이 지상과제인 교실에서 효율적인 수업 운영에 배치되는 행동들은 다 체벌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입시몰입’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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