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십대를 만나다읽음

건강한 청소년을 위한 마을 공동체의 작은 시작---길 위에서 십대 만나기 프로그램, ‘틴모빌’ 참관기

노란머리에 교복을 입은 남학생. 짙은 화장에 교과서를 든 여학생. 구불구불한 머리에 피어싱을 하고 깔깔대는 여고생들. 이런 청소년들을 본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들을 한심스럽게 여기거나 무서운 아이들이라는 생각에 시선을 피한다. 조금 더 용기 있는 어른이라면 그들에게 훈계 한 마디를 늘어놓을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비행’, ‘탈선’이라는 잣대를 청소년들에게 들이대며 ‘공부하는 학생’으로서의 이상적인 모습만을 강요하고 늘 걱정 어린 시선으로 소위 ‘비행청소년’들을 바라본다. 하지만 질타의 시선으로 그들을 다그치기 전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들은 굳이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그들을 이해해줄 사람들이 필요로 할지 모른다.

매주 목요일 저녁 신림역 포도몰 앞에서는 지역운동 단체인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좋은세상)에서 진행하는 <길 위에서 10대 만나기, 틴모빌>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스스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하는 그 현장을 찾았다.

각각의 부스에서는 ‘즐거운 데이트’, ‘색깔로 그려보는 인생 곡선’, ‘멍~ 모빌’ 등의 다양한 게임들이 진행된다. 좋은 세상 활동가들과 자원활동가들은 다양한 게임들을 통해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청소년들은 게임을 하는 가운데 활동가들의 자연스러운 질문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힘들었던 경험, 이성 친구 이야기, 일상적인 일들을 조금씩 터놓는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고등학생 김연희양(17)은 “평소 어른들과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 신선했고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틴모빌' 프로그램에 참가한 김연희양(17)과 김선희씨(24)가 밀랍초를 만들고 있다.

'틴모빌' 프로그램에 참가한 김연희양(17)과 김선희씨(24)가 밀랍초를 만들고 있다.

<길 위에서 10대 만나기, 틴모빌>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고 있다. 직업군인인 김모씨(54)는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서로를 ‘자기’라고 호칭하며 자연스럽게 애정표현을 일삼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낯설기만 했지만 이제는 자유로운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면 ‘예쁘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하고 청소년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늘날 아이들은 우리 세대들 보다 총명하고 영특하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틴모빌' 프로그램 진행현장.

'틴모빌' 프로그램 진행현장.

직장인으로 두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난이씨(39)는 활동 내내 즐거운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프로그램의 벌칙으로 ‘엉덩이로 이름쓰기’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벌칙을 수행할 때 큰 호응을 보내기도 했다. 그녀는 “거리의 청소년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자식들과의 대화에 있어서도 도움 받는 부분이 많다”며 “각각의 청소년 마다 표현 방법이 다른 것일 뿐 ‘좋은 아이’, ‘나쁜 아이’의 구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틴모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틴모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 프로그램의 자원 활동가들 중에는 고등학생도 있다. 우연한 기회에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고등학생 고윤미양(18)은 활동가 선생님들의 권유로 학교에서 전공하고 있는 네일아트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고양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만난 친구들과 진로 고민을 나누고 다양한 친구들을 통해 봉사활동의 의미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 수시모집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고양은 “평소 끈기가 없지만 이 일만큼은 대학 입학 이후에도 계속해서 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윤송이/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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