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가사는 없다’

박경은 기자

‘렛 미 씨야 라라라라/ 러브 미 헤이 야야야야/ 슈비두비 샤랄라라라/ 우리 둘이 야야야야/ 렛 미 씨야 라라라라/ 러브 미 헤이 야야야야/ 슈비둡 슈파노바/ 지글지글 불꽃처럼 뜨거워져 핫핫/ 빙글빙글 어지러워 눈이 부셔 아아/ 요마요마 러바러바/ 요마요마 슈파노바 유 희 유 유 희….’

최근 걸그룹 티아라가 발표한 노래 ‘yayaya’의 가사다. 언뜻 보면 영어와 우리말이 섞여 있는 듯 보이지만 대부분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무의미하게 조합된 음소들의 나열이다. 이해 불가능한 단어의 반복에, 노래를 부르는 티아라 멤버들조차도 “주문을 외우는 심정으로 녹음을 했다”고 밝혔을 정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확산되면서 제작사는 첫사랑에 빠진 소녀들의 마음을 독특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쉽게 수긍하기는 힘들다.

대중가요의 가사는 삶의 아픔과 기쁨, 다양한 시대적 정서를 전달하는 중요한 통로다. 즉,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대중음악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최근 유행하고 있는 대중가요의 가사에서 이 같은 기능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시적인 수준의 가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채팅어 수준의 유치한 단문은 애교다. 욕설과 비속어, 무분별한 외국어, 의미를 알 수 없는 의성어와 의태어, 감탄사의 나열에서 국적 불명의 신조어까지 다양하다. 국어 파괴의 수준을 넘어 소통의 파괴에까지 이르고 있다. 티아라의 전 히트곡이었던 ‘보핍보핍’, 소녀시대의 ‘지’, 엠블랙의 ‘오예’, 제국의 아이들의 ‘마젤토브’ 등 일일이 사례를 꼽기도 힘들 정도다.

다양한 표현의 자유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이 같은 의미 파괴 가사는 현재의 가요계가 처한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음악이 음악 본연의 가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배경음악’으로 전락하면서 가사가 필요없는 멜로디와 비트 위주의 노래가 양산되고 있다. 자극적이고 중독성 강한 하루짜리 차트 1위곡이 넘쳐나고 있지만 오래도록 사랑받는 유행가가 없어진 지 오래다.

몇 달 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뮤지션과 춤꾼의 차이’라는 설명이 붙은 ‘22살 신해철 vs 평균 나이 20 샤이니’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신해철이 22살에 썼던 곡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와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최근 히트곡 ‘링딩동’의 가사를 나열한 이 글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 시절에 파랗던 그 꿈을/ 세상이 변해가듯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링딩동 링딩동 링디기 딩디기 딩딩동 판타스틱 엘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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