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친 등록금의 나라’ 필독을 권합니다

안진걸 |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2002년 대선 때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었고,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호응하면서 이 질문은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국민들의 삶은 어떠할까요? ‘행복’을 여쭙기 전에 ‘안녕’ 여부를 여쭤야할 정도로 민생고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기고]‘미친 등록금의 나라’ 필독을 권합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 자녀 한 명이 대학을 나올 때까지 드는 비용이 무려 2억6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산출됐습니다. 여기에는 휴학시 비용이나 어학연수비 등은 넣지 않았다니, 실제로는 1인당 3억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힘겹고 고통스럽게 대학까지 졸업을 해도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저임금, 항시적인 해고위기, 자영업의 몰락 등이 국민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누가 감히 대한민국에서의 삶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 중에서도 특히 고등교육비용은 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제 등록금 1000만원 시대도 옛말이 됐고, 대학생 1인당 1년에 2000만원이 넘는 교육비가 들어가고 있으니 그 부담이 오죽하겠습니까.

이제 곧 집집마다 100만원 안팎의 입학금 고지서와 500만원 안팎의 1학기 등록금 고지서가 도착하게 되면, 전국의 330만 대학생과 30만 대학원생, 그 가족들에게 2~3월은 ‘등록금 혹한기’가 될 것입니다. 오죽하면 최근 대학교육연구소가 집필한 책 제목이 <미친 등록금의 나라>가 됐을까요.

무엇보다도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나 몰라라’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께 이 책의 필독을 권합니다. 대통령께서 초고액 등록금과 고등교육비로 인한 대다수 가계의 살인적 부담을 생각해서라도 꼭 한번 읽어보시라는 얘기입니다. 부탁하건대, “내가 대학을 다녀봐서 아는데…”라고 생색은 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때는 등록금을 기껏해야 ‘우골탑’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인골탑’인 시대가 됐으니까요.

대통령의 ‘내가 해봐서 아는 데, (웬만하면 참고 견디어라)’ 시리즈는 고통스러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많은 당사자들과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동대문을 방문해서 “열심히 끈질기게 하면 된다. 내가 장사해 봐서 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대통령이 작금의 고통의 배경과 원인, 해법을 잘 모르면서도 수십 년 전의 경험을 과장하고 극단화하며, 모든 것을 개인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또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남발하니, 그게 진실인지도 의심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그러니 제발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 대신에 조용히 이 책부터 읽어보시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보시길 빕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배우고 싶은 국민이 있다면 고등교육까지도 가급적이면 돈 걱정 없이, 무상으로 지원하는 게 국가의 책임이라고 판단하고 실제로 그런 정책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중학교까지만 의무교육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학비 마련에 고통을 받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아주 불공정하면서 동시에 반교육적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고등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을 확대하고, 대학은 무상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반값 등록금을 구현할 때가 됐습니다. 1년 예산만 310조원에 달하는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이미 여러 나라들이 20세기 전반기에 했던 정책들을 못한다는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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