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기지 환경오염 사고 20년간 47건읽음

최명애 기자

고엽제 매몰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1991년 이후 전국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환경오염 사고가 47건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매년 2건 이상의 환경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녹색연합은 91년부터 최근까지 전국 100여개 미군기지에서 벌어진 기름 유출, 불법 매립, 무단 방류 등 환경 사고가 모두 47건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토양과 지하수를 직접적으로 오염시킨 경우만 대상으로 한 것으로,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 미군 사격장 주변 소음 피해 등을 포함할 경우 미군기지로 인한 실제 환경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유형별로는 기름 유출 피해가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기지 내 유류 저장 탱크나 배관에서 기름이 유출돼 인근 지역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 것이다. 2001년 강원 원주시 캠프 롱에서는 지하 유류 저장 시설 배관으로 항공유 200갤런(약 757ℓ)이 유출돼 인근 마을 토양 6700㎡가량을 오염시켰다. 암반 틈에서 시간당 6ℓ의 기름이 새어 나오면서 인근 농경지의 벼가 죽어갔다. 서울 용산구 미 8군 기지에서도 2001년 기지 내 주유소에서 기름이 유출돼 인접한 녹사평 지하철역의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주한 미군기지 환경오염 사고 20년간 47건

오염 물질이나 폐수를 무단 방류한 사례도 6건이나 됐다. 2001년 서울 용산구 미 8군 영안실은 시체 방부용으로 쓰는 포름알데히드 용액 470병을 하수구에 부어 한강으로 방류시켰다.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는 13년 동안 기지에서 발생한 건설 폐기물을 인근 하천변에 무단 매립하다 99년 적발됐다. 고엽제 매립을 포함해 불법 매립 사례는 5건이었다. 폭약 성분인 TNT 등으로 토양이 오염된 경우가 3건, 석면 오염이나 야생동물 폐사도 3건으로 조사됐다.

미군기지 환경 사고는 우리 땅에서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에 조사권이 없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기지는 미군이 배타적으로 사용·통제할 권한을 갖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지 밖까지 영향을 미치는 환경 사고가 발생할 경우 미군이 원칙적으로 우리 측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름 냄새나 기름띠 등을 확인한 주민들이 지자체를 통해 미군기지에 환경 사고 발생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염 정화도 문제다. 미군이 오염 정화 범위를 ‘건강에 대한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환경 기준에 맞추기 위한 추가 정화 비용은 우리 측이 부담하게 된다. 80곳에 이르는 반환 미군기지의 경우 32곳이 유류·중금속 등에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다. 정부는 반환 기지를 국내 환경 기준에 맞게 정화하는 데 3150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인철 녹색연합 평화행동국장은 “불평등한 SOFA로 미군기지 접근권이 차단된 상황에서 미군기지 안팎의 환경오염 문제는 수십년에 걸쳐 누적돼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